1972년 9월 5일부터 1973년 9월 14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고, 이후 1973년 예문관에서 상·하 두 권으로 출간하였다. 한 젊은 여성의 성적 편력을 통해 1970년대 소비문화의 문제점을 노출시킨 애정소설이다.
어느 눈 내리는 초겨울 젊은 여인의 자살이라는 돌연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오경아이다. ‘나’ 김문오는 지금 대학 강사지만 한때 그녀와 동거를 했다. 거리의 쓸쓸한 주검을 인수하고 감회에 젖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화된다. 주인공 오경아의 이력이 소개되고 ‘나’의 회상이 이어지면서 그녀의 첫 번째 남자인 강영석이 등장한다. 그는 나약한 의지를 지닌 현대판 젊은이의 한 전형이다. 그와의 사랑 행각에서 남은 것은 임신중절과 허무한 비애이다.
그러다가 다시 봄의 도래와 함께 삶의 의욕을 갖게 되고, 두 번째 남자인 중년의 이만준을 만나 결혼한다. 그러나 한동안의 달콤한 꿈도 의처증으로 아내를 자살하게 한 그의 과거와 경아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파경에 이른다. 자상하고 점잖은 반면 잔인함을 뒤에 숨긴 그의 태도는 그녀를 질식케 한다. 결국 결별을 선언하게 되고, 이 후 그녀는 호스티스가 된다.
그 즈음에 ‘나’와 그녀의 해후가 비롯되었다. 그녀와 동거생활을 하게 되면서 무기력하고 나태하던 ‘나’는 의욕적인 일상을 산다. 그렇게 한 겨울을 보냈다. 그러나 봄이 되면서 그녀와 헤어지기를 결심하고 ‘나’는 낙향한다. 그 뒤 1년 반 만에 술집에서 그녀를 보았고, 다시 연말 추운 겨울밤에 마지막으로 만났다.
그리고 나서 1년 후 그녀의 싸늘한 시신을 보게 된 것이다. 경아의 장례식 후, 화장한 그녀의 육신을 한강에 재로 띄우며 흐느끼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다시 나의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이 작품은 1970년대 한국 사회가 지닌 산업화 과정의 병폐, 참된 사랑이 결여된 인간의 소외, 개인의 행복만을 위해 줄달음치는 현대의 상황이 신선한 문장과 날카로운 감성으로 형상화되었다. 그러나 어떤 구체적 대안도 없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도 예술적으로 미화하려는 작가의 지향이 두드러진, 현대 애정소설의 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