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어휘를 문항별로 배열하고, 그 중국어 발음과 뜻을 한글로 적은 유별사서(類別辭書)이다.
『통문관지(通文館志)』에 의하면 1682년(숙종 8)에 민상국(閔相國)이 사역원 중국어 역관인 신이행 · 김경준(金敬俊) · 김지남(金指南) 등에게 명하여 편찬하게 한 것으로 중국인 문가상(文可尙) · 정선갑(鄭先甲) 등의 수정을 받아 1690년에 역시 사역원의 정창주(鄭昌周) · 윤지흥(尹之興) · 조득현(趙得賢)으로 하여금 간행하게 하였다.
이 책의 편찬에 참여한 김지남의 손자 홍철(弘喆)에 의하여 그 보편(補篇)이 1775년(영조 51)에 편찬되어 『역어유해보(譯語類解補)』라는 이름으로 간행되었다. 『역어유해』가 간행된 뒤에 사역원 사학, 즉 한학 · 몽학 · 왜학 · 청학에서 각기 유해라는 이름의 유별사서를 편찬하였는데, 몽고어를 위한 『몽어유해(蒙語類解)』, 일본어를 위한 『왜어유해(倭語類解)』, 만주어를 위한 『동문유해(同文類解)』가 그것이다.
이 책은 『대전회통』에서 한학 역과의 강서(講書)로 선정되었고, 『통문관지』에 그 편찬경위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오늘날 2종의 인본(印本)이 전해지고 있고 필사본도 전한다. 현존하는 여러 이본 가운데에서 원간본이 어느 것인지 아직 알 수 없고, 서울대학교 고도서에 있는 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책의 체재는 상하 2단으로 나누어 한자로 중국어의 표제어를 쓰고 매자 아래의 좌우 양편에 한글로 중국어 발음을 표기하였는데, 왼편은 운서의 규정음을 적고 바른 편에는 그의 교정음을 사역원 역학서의 외국어 발음표기방식에 따라 기록하였다. 그리고 그 바로 밑에 우리말의 뜻을 적었으며, 표제어와 우리말 뜻 사이에는 원(圓)으로써 구별하였다. 대체로 이 책의 상하권에 4,800 정도의 어휘가 62개의 문항별로 나누어 배열되었다.
이 『역어유해』와 『역어유해보』에는 어두된소리의 표기로 ‘ㅅ’계 합용병서에 ‘ㅺ, ㅼ, ○’과 ‘ㅂ’계 합용병서에 ‘ㅲ, ㅳ, ㅄ, ㅶ’이 나타나며, 각자병서로는 ‘ㅆ’ 과 ‘ㅃ’이 나타난다. 특히 ㅃ은 사역원 유해서(類解書) 중 『역어유해』에만 나타나는 것이다(뼈, 사모쁠, 뽀롯ᄒᆞᆫ봉, ○라먹다, 옷○다, 빠히다 등).
‘ㄷ’구개음화는 아직 안 보이며(곡뒤치다, 뉘 이긔며 뉘 디뇨, 디달ᄊᆞ다), 어두의 ‘ㅣ’모음 앞에서 ‘ㄴ’이 탈락하는 현상도 보여준다(주량 엿다). 또한 ‘i, y’에 선행하는 ‘ㅎ’이 ‘ㅅ’으로 변한 예(실흠, 실홈)도 나타나고, 그 역으로 ‘ㅅ’을 ‘ㅎ’으로 표기한 예도 나타난다(혀 橡, 혁 轡). 1974년에 아세아문화사에서 영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