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에서 편찬한 ≪우리말 큰 사전≫에 의하면 ‘정밀하다’는 “가늘고 촘촘하다, 정세하고 치밀하다”로, ‘정밀과학’은 “수학·화학·물리학 따위와 같이 양적 관계를 엄밀하게 측정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과학”으로, 또한 ‘정밀기계’는 “공차(公差)가 아주 적고 정밀하게 만들어진 기계”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밀공학은 기계 및 전기장치, 부품 등의 해석, 설계 생산 및 가공, 측정 및 제어 등을 엄밀하게 실행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공학 학문 분야로 정의할 수 있다.
정밀공학의 대상은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기계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으나 1980년 이후에는 기계공학과 더불어 전기·전자·전산 공학은 물론, 금속·화학·물리학·광학과 생체공학 등 모든 이종 공학과 기술의 복합체로 변천하고 있다. 이 기술들은 모두 고도의 정밀도 지향적 특성을 내포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정밀공업 분야는 초기에는 시계·카메라·항공우주 관련 부품이나 장치, 정밀부품 등의 관련 산업이었으나, 전기 및 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밀전자저울, 전자식 로크웰경도기 등의 전자 계측기기와 수치제어(NC) 공작기계, 초정밀 가공·측정 기계, 정밀금형 등의 관련 사업으로 확대 발전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기술과 초미세기술의 발전으로 정밀프린터, 하드 디스크 드라이버, 자기 디스크, 광디스크, 고집적 반도체 등의 정밀·정보기기 산업과 초미세 의료용 기구나 특수 정밀소형 센서 등의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이 정밀공학 분야의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밀공학의 대상인 정밀공업은 기술집약적이면서 동시에 자동화가 쉽지 않은 산업으로 타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에너지 및 자원집약도가 낮아서 우리 나라 환경에 적합한 산업이다. 정밀공업은 그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공업보다는 철저한 품질관리하에 대량생산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정밀공업 내에서도 품종에 따라 그 생산기술의 구성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공업기계의 경우는 기능공 및 기술공의 비중이 각각 64.8%, 15.1%로 높게 나타난 반면, 단순작업공의 비중은 6.5%에 불과해서 기능집약적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정밀공학과 정밀공업은 고도의 기술집약적 특성으로 인해서 학술학회와 관련이 깊다. 일본의 경우 1933년에 일본 정밀기계협회로 발족해서 1942년에 일본 정밀기계학회로, 다시 1985년에 일본 정밀공학회로 학회명을 변경하여 일본의 정밀공업 부문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1983년에 정밀기계학회가 창립되고, 1985년에 정밀공학회로 명칭을 변경하여 정밀기계 부문에 메커트로닉스, 자동화 부문이 추가되었고, 1996년 이후 미세전자기계시스템의 마이크로머신 부문도 추가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에 정밀공학의 명칭이 정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이후이며, 이 때부터 정밀공학이 정밀기계에서 탈피하여 기계·전자·광학·화학·물리·생물·정보 등의 종합기술로 발전해 왔다.
우리 나라와 일본 등의 대학에는 정밀공학과 정밀기계공학과가 다수 설치되어 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기계연구원·생산기술연구원·전자부품연구소·서울대학교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한국과학기술원·삼성전자(주) 등에서 정밀공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정밀공학은 미크론(um)시대에서 근년에 스캐닝 터넬링 마이크로스코프(STM) 등의 출현으로 재료의 원자 하나하나를 조립하고 분해할 정도의 능력을 갖게 되면서 이제 초정밀의 나노미터(nm)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및 광전자 기술의 발전이 초정밀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고, 전기 및 전자 공학기술이 기계 및 바이오 시스템 등에 접목되면서 정밀공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G7국책 연구로 초정밀 가공기 개발 연구와 미세전기기계시스템 기술 개발 연구가 수행되었고, 1999년부터 과학기술부 10년 장기 국책 과제로 의료용 미세전기기계시스템 개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 등에서 초정밀기술, 미세전기기계시스템 기술 등을 이용한 유전자칩, 신경칩 등도 개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정밀공학회, 유럽의 초정밀공학회 및 국제생산공학원(CIRP) 등이 정밀공학 분야의 첨단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정밀공업은 산업상의 위치나 산업 자체의 특성으로 보아 산업의 고도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육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산업이다. 그러므로 정밀공학의 신기술 개발 및 연구와 이 분야의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