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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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개념
혼인 적령기가 되지 않은 어린 아이가 일찍 혼인하던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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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혼인 적령기가 되지 않은 어린 아이가 일찍 혼인하던 풍속.
개설

‘조혼(早婚)’은 근대에 들어와 계몽 운동가들이 전근대시대의 어린 나이에 혼인하던 풍속을 비판하면서 생겨난 용어이다. 조혼은 혼인 당사자, 가족, 사회에 해가 되는 풍속이라고 비판받았으며, 정부에서도 혼인 연령을 제한하는 법을 반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조혼하는 사례들이 나타났고, 1930년대에는 조혼의 비율이 증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조혼이 발생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이 연구에서는 가능한 빨리 후사를 얻기 위해서 혼인은 서둘렀다는 점과 원나라 때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일찍 혼인하던 풍속이 생겨났다는 점 등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조혼이 일반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반론이 제기되었으며, 앞으로도 논의될 여지가 있다.

한편, 조혼 풍속 중에는 신랑, 신부가 모두 어린 경우 외에도 성인이 된 여성과 어린 신랑이 혼인하는 사례와 신부를 어렸을 때 시가에 데려와 키워 일정한 나이가 되면 혼인시키는 민며느리의 풍습도 존재했다.

내용

혼인 연령에 대한 규정은 조선 세종대 『주문공가례(朱文公家禮)』의 혼인 연령을 참고하여 여성의 혼인 연령을 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즉 『세종실록』의 1427년(세종 9) 9월 17일조에 의하면, 예조에서 ‘혼인의 연한을 정하지 않은 까닭에 세간에서 혼인을 서둘지 않아 시기를 잃게까지 된다. 이는 다만 음양(陰陽)의 화합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여자들이 혹은 남에게 몸을 더럽히게까지 되어 풍속이 아름답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여성들은 나이 14세에서 20세 안에 혼인하도록 하고, 이유 없이 이 기한 내에 혼인하지 않으면 혼주(婚主)를 처벌하자’고 청하여 윤허를 받았다.

한편 1440년(세종 22) 3월 8일조 『세종실록』에는 조혼에 대한 규정이 보인다. 즉 남자는 16세, 여자는 14세 이후에야 혼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예외적으로 나이 50이 넘은 부모가 원한다면, 자녀 나이가 12세 이상일 때 관의 허락을 받아 혼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조혼을 규제한 이유는 당시 풍속이 부귀를 사모하여 혼인을 너무 일찍 의논하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혼인하면 부모 되는 도리를 알지 못한채 자식을 두는 고로, 교화(敎化)가 밝지 못하고 백성이 많이 요사(夭死)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후대의 조혼 폐해 지적과도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조혼 추세는 계속되어 남자 14세, 여자 13세 이상이면 혼인할 수 있도록 했고, 부모가 50세 이상이거나 병이 들어 자녀가 일찍 혼인하기를 바라는 경우에는 자녀 나이 10세 이상이면 관에 고하여 혼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자꾸 혼인연령이 낮아졌던 이유는 가능한한 빨리 후손을 얻어 가계 계승을 안정시키려는 가족제도적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는 남자 15세, 여자 14세 이후에 혼인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그리고 부모 중 한사람이 병이 있거나 나이 50이상일 경우는 자녀가 12세 이상이면 관에 고하여 혼인할 수 있도록 했다.

조혼이 폐습이라는 인식은 1886년 『한성주보(漢城周報)』에 처음 등장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1894년(고종 31) 갑오개혁 때에는 남자 20세, 여자 16세가 되어야 혼인하는 것을 허락하도록 하는 법을 반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랜 조혼 관습으로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이에 당시 근대화를 추구하던 지식인들은 지각이 나기 전에 부모의 뜻대로 혼인하여 집안이 화목하지 못하고, 골격이 자라기 전에 혼인하여 자식들이 튼튼하지 못하며, 남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아내를 맞이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는 등의 논리를 제시하며 조혼을 타파해야 할 폐습이라며 대중을 계몽했다.

1907년(융희 원년) 8월에는 남자 만17세, 여자 만15세 이상이 되어야 혼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칙이 내려졌지만 이후에도 이 조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혼이 폐습이라는 논의는 일제 강점기에도 지속되었고, 역사적 배경을 추적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현황

현재 민법 제807조에는 남녀 모두 만 18세에 이르면 혼인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혼인 연령이 늦춰지고 있는 추세이다.

참고문헌

『경국대전(經國大典)』
『세종실록(世宗實錄)』
「개화 지식인들의 조혼에 대한 인식-『독립신문』의 논설을 중심으로-」(박경, 『여성과 역사』 16, 한국여성사학회, 2012)
「일제하 조혼 문제에 대한 연구」(김경일, 『한국학논집』 41, 한양대 한국학연구소, 2007)
「조선의 조혼과 및 그 기원에 대한 일고찰」(김두헌, 『진단학보』 2, 진단학회, 1935)
집필자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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