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 6책. 필사본. 지질로 보아 20세기 초에 필사된 듯하다.
수록작품은 모두 201편으로 그 내용은 조선시대 명류(名流)들의 이야기에서 방외인(方外人)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풍부하다. 여러 책에서 잡다하게 베껴 체재를 갖추지 못하였다.
그리고 단순한 야담(野譚)에 지나지 않는 것도 들어 있어 일률적으로 한문단편집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국문 현토를 달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각 편의 제목은 ≪동야휘집 東野彙輯≫에서 옮겨온 것들은 칠언시구로 제목이 붙어 있는가 하면 다른 것들은 없기도 하다. 편의상 가제목(假題目)을 붙여놓은 것도 있다.
≪청야담수≫의 세 편의 작품을 보면 다음과 같다. 권1의 <환의심랑해숙약 換衣尋郎諧宿約>은 서당훈장이었던 아버지가 죽자 의지할 곳 없는 조총각은 나이 20이 되어도 장가를 가지 못한다. 서당 친구들이 꾀를 내어 서민부자인 최풍헌(崔風憲)의 딸과 혼인하게 된다.
혼례를 주관하기로 한 외삼촌의 농간으로 조총각은 위기에 빠지게 되나, 최풍헌 딸의 기지와 용감한 행동으로 위기에서 벗어나 혼인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경제적 기반의 상실과 함께 무기력하여진 양반과 새롭게 대두한 서민부자 및 생기발랄한 서민상이 선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청야담수≫ 권5의 <척경대곡갱봉양인 擲鏡大哭更逢良人>은 시집가자마자 상부(喪夫 ; 남편을 잃음)하고 친정에 돌아와 사는 한 재상의 딸이 괴롭게 청춘을 보내는 것을 측은히 여긴 아버지가 곤궁한 무변(武弁)에게 개가시켜 남몰래 함경도 땅에 가 살게 하고, 세상에는 딸이 자결하였다고 거짓 장사를 지낸다.
몇 년 뒤에 재상의 아들이 암행어사가 되어 함경도를 돌다가 죽었다던 누이가 아들을 낳고 사는 것을 보게 되지만 끝내 발설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양반가문에서 재가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시속을 역행한 재상의 결단이 인간적임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홍모보태산 以鴻毛報泰山>은 서울의 선비 최생(崔生)이 벼슬길이 막히고 곤궁하여지자 청주로 귀향하여 10년을 기약하여 엄청난 부(富)를 획득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첫째, 최생이 선비의 고답적인 생활을 버리고 현실주의적인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자신의 부를 흉년에 농민들에게 흩음으로써 경제적 이익에 함몰하지 않는 인간적 풍도이다.
둘째, 자영(自營)·곡물장사·차지영농(借地營農), 곡물과 돈의 상업자본으로의 전환 등 치부 방식이 농업경영으로 변동되고 상업자본이 대두하던 조선 후기의 역사적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야담수≫는 이우성(李佑成)·임형택(林熒澤) 등이 역편(번역하여 묶음)한 ≪이조한문단편집≫에 번역되고 해설되어 있다. 해제가 붙어 있다. 서울대학교 도서관 가람문고에 영본(零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