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朴英, 1471∼1540)은 자는 자실(子實)이며 호는 송당(松堂)이다. 무과(武科) 급제 후 선전관(宣傳官), 강계부사(江界府使), 동부승지(同副承旨), 내의원부제조(內醫院副提調) 등을 역임하였다. 이 책은 지은 연대가 확실하지는 않으나 내용의 성격상 동부승지(同副承旨) 재임 시절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백록동규는 주자가 지어서 백록동서원(百鹿洞書院)의 학자들에게 게시했던 글이다. 주자가 이 서원에 학생들을 모아 도학(道學)을 가르칠 때 만들었던 윤리적인 실천규범이 바로 백록동규이다. 『백록동규해(百鹿洞規解)』의 권두에서는 주자의 백록동규후서(百鹿洞規後敍)와 황숙공(黃叔貢)의 발문(跋文)을, 본문에서는 5개 조의 규해(規解)를, 그리고 권말에서는 규해를 지은 자신의 속내를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5개 조의 규해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오교의 목록〔五敎之目〕’으로 오교(五敎)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는 ‘학문하는 순서〔爲學之序〕’에 대한 것으로 박학(博學), 심문(審問), 신사(愼思), 명변(明辨), 그리고 독행(篤行)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수신의 요체〔修身之要〕’에 대한 것으로 언충신(言忠信), 행독경(行篤敬), 징분질욕(懲忿窒慾), 그리고 천선개과(遷善改過) 등을 다루고 있고, 네 번째는 ‘일을 처리하는 요체〔處事之要〕’에 대한 것으로 “의로움을 따르고 이로움은 도모하지 않는다(正其義不謀其利).”는 원칙과 “도를 밝히고 공은 따지 않는다(明其道不計其功).”는 정신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인간관계의 요체〔接物之要〕’에 대한 것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다(己所不欲勿施於人).”는 서(恕)의 정신과 “행하여 뜻을 얻지 못하면 자신에게 돌이킨다(行有不得反求諸己).”는 반성의 정신을 언급하고 있다.
『백록동규해』의 중요한 정신은 수양 혹은 윤리의 문제에서 경(敬)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밝히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