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담(神異譚) 중 초인담에 속하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경문 대왕의 귀’, ‘여이 설화(驢耳說話)’라고도 한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권 2 「48 경문대왕(四十八景文大王)」조(條)에 ‘세 가지 좋은 일로 임금이 된 응렴(膺廉)’, ‘뱀과 함께 자는 임금’ 이야기와 함께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경문왕(景文王)은 임금 자리에 오른 뒤에 갑자기 그의 귀가 길어져서 나귀의 귀처럼 되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으나 오직 왕의 복두장이(幞頭장이)만은 알고 있었다. 그는 평생 그 사실을 감히 발설하지 못하다가 죽을 때에 이르러 '도림사(道林寺)'라는 절의 대밭 속으로 들어가 대나무를 향하여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라고 소리쳤다. 그 뒤부터는 바람이 불면 대밭으로부터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라는 소리가 났다. 왕은 이것을 싫어하여 대를 베어 버리고 산수유를 심게 하였으나 그 소리는 여전하였다.
이 이야기는 비밀을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대립 구도 속에서 후자의 승리로 귀결된다.
화랑 응렴이 헌안왕(憲安王)의 사위가 되어 어렵사리 왕위에 올랐는데 그가 바로 경문왕이다. 경문왕은 정치적 입지가 매우 약했는데, 그의 '긴 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겨난 불안함 때문에 편히 잠들 수 없었던 왕의 절대 고독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설화성이 매우 풍부하여 널리 구전되고 있고, 그 분포 지역이 국내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거리가 되어 왔다. 아르네-톰슨의 설화 유형 「마이더스 왕과 당나귀 귀(Midas and the Ass’s Ears)」(AT 782)는 기본적으로 ‘당나귀 귀를 가진 사람’, ‘이발사에 의하여 발견된 비밀스러운 육체적 특이성’, ‘주술적인 갈대가 비밀을 폭로하다’와 같은 모티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것으로서, 오비디우스(Ovidius)의 『변신(Metamorphoses)』에 보이며, 그 내용은 소아시아 반도의 프리지아(Phrygia)의 왕 미다스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서도 미다스의 귀가 당나귀 귀로 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다. 한편, 『삼국유사(三國遺事)』의 ‘복두장이’와 '대나무'가 미다스 왕의 이야기에서는 ‘이발사’와 ‘갈대’로 되어 있는 점은 조금 다르다.
이 설화 유형은 우리나라 외에도 아시아권에서 인도 · 몽골 · 튀르키예 · 투르크스탄 · 키르키즈 등에서 발견된다. 내용상으로는 각각 상당한 차이를 보여 주고 있으나, 주인공들이 모두 당나귀 귀를 가지는 공통성을 지닌다. 한편, 프랑스 · 루마니아 · 러시아 · 그리스 · 아일랜드 · 칠레와 같은 지역에선 당나귀 귀 외에도 말이나 수컷 산양(山羊)의 귀로도 나타난다고 한다.
이 설화는 『한국전래동화전집』, 『이원수아동문학선집』 등 주로 아동물로 다루어졌으며, 방기환(方基煥)의 「귀」, 정태모의 「임금님의 귀」 등 현대 문학을 비롯하여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종합 예술 분야에서 현대적 재창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각종 온라인 익명 게시판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대나무숲'은 이 설화가 생활 문화 속에 차용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