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내림굿
내림굿
민간신앙
개념
무당이 신을 청하고 환대하고 환송하는 과정으로 구성된 무속의례.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의
무당이 신을 청하고 환대하고 환송하는 과정으로 구성된 무속의례.
개설

넓은 뜻으로는 무당이 하는 굿 외에 호남·영남지역의 동신제(洞神祭)나 농악에서 징·꽹과리·장구 등의 풍물을 울리는 것을 ‘메굿’ 또는 ‘굿친다’고 하여 굿에 포함시킬 수도 있으나, 좁은 뜻에서는 무속의 제의에 국한하여 사용된다.

제의에는 먼저 제의를 올려야 할 신앙대상으로서의 신, 이 신을 신앙하여 제의를 올리는 신도, 신과 신도의 사이에서 제의를 조직적으로 진행시켜야 할 전문적인 사제자(司祭者)로서의 무당이 있어야 한다.

이 셋은 제의를 구성하는 일차적 요건으로, 이 중에서 어느 하나가 없어도 제의는 성립될 수 없다. 무속의 제의는 규모에 따라 크게 ‘굿’과 ‘비손(또는 손빔, 비념)’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굿은 여러 명의 무당이 신에게 많은 제물을 올리고 재비(악공)의 무악반주에 맞추어 무복(巫服)을 입고 가무와 실연(實演)을 위주로 제의를 하는 것이고, 비손은 한 사람의 무당이 신에게 간소한 제물을 바치고 가무 없이 앉아서 축원을 위주로 하는 약식 제의이다.

따라서 제의진행 때 서서 한다고 하여 전자를 ‘선굿’, 앉은 채로 한다고 하여 후자를 ‘앉은굿’이라 하기도 한다. 동제인 ‘당굿’과 같이 규모가 큰 제의는 당연히 굿으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기자(祈子)·치병·재수발원 등의 제의는 비손이나 굿 어느 형식이든 가능하다. 제의규모의 비중에 따라 비손과 굿 또는 ‘작은 굿’과 ‘큰 굿’, 어느 쪽이든 제의가 가능하다.

굿의 역사

굿에 관한 기록은 거의 없어 그 역사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문헌으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종교적 제의로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전하는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과 같은 제천의식이 있으나, 오늘날의 무당굿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당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남해왕조(南海王條)의 것으로 여기에서 신라 제2대 남해왕은 차차웅으로 불렸는데 이는 방언으로 무당의 뜻이었다고 하고, 남해왕이 시조묘를 세워 친누이 동생 아로(阿老)로 하여금 제사를 주관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고구려에서도 무당이 유리왕의 득병 원인을 알아내고 낫게 한 기록이 보인다.

그러나 당시의 구체적인 제의 내용은 알 수 없다. ≪고려사≫에는 무격을 모아 기우제를 지낸 기록이 자주 보이는데, 굿에 관한 가장 직접적인 기록은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에 수록되어 있는 장시 <노무편 老巫篇>에 나타난다.

즉, 무당이 신이 들려 공수를 내리고 도무(蹈舞:몹시 좋아서 날뜀)하는 등의 굿의 묘사는 오늘날 중부지역의 무속과 상통하고 있어, 적어도 고려시대에는 무속의 제의체제가 갖추어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당이 점을 치고 병을 고친 기록이 남아 있는 삼국시대에도 굿을 했으리라고 추정되고, 고고학자료에서 오늘날 무당의 방울과 비교되는 제의용 방울이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굿의 역사는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굿의 종류와 목적

굿의 종류는 규모에 따른 대소의 형태문제와는 달리 그 목적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현재 전국에서 행해지는 굿을 목적에 따라 분류하면, 첫째 무당 자신의 신굿인 무신제(巫神祭), 둘째 민가의 개별적 제의인 가제(家祭), 셋째 마을 공동의 제의인 동제의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 이를 다시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무신제

이 굿은 무당 자신의 굿으로 강신제(降神祭)와 봄·가을에 주기적으로 하는 축신제(祝神祭)가 있다. 강신제는 성무자(成巫者)가 자신에게 내린 신을 받아 무당이 되는 성무의례(成巫儀禮)로서, 내림굿·신굿·명두굿·하직굿 등으로 불린다.

그리고 축신제는 해가 바뀔 때마다 신의 영험을 주기적으로 재생시켜 무당의 영험력을 강화시키는 제의로, 진적·꽃맞이굿·단풍맞이굿·대택굿·신령굿·신질바르는굿(제주도) 등이 있다.

가제

민가에서 가족의 안녕과 행운을 빌기 위해 하는 굿으로, 생전제의(生前祭儀)와 사후제의(死後祭儀)로 나눌 수 있다. 생전제의는 산 사람의 길복을 추구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지고, 사후제의는 죽은 이의 넋을 천도(薦度)하는 것이 공통된 목적이다. 생전제의는 또 몇 가지로 분류된다.

① 기자·육아기원제의(祈子育兒祈願祭儀):대개 삼신(또는 지앙, 제왕)과 칠성에게 아기 갖기를 원하거나 아기가 무병하게 성장하기를 비는 내용으로서, 겜심바침·지앙맞이·삼제왕풀이·삼신풀이·불도맞이·칠성제(七星祭) 등이 있다.

② 치병기원제의(治病祈願祭儀):치병을 목적으로 하는 제의로는 병굿이나 푸닥거리가 일반적이고 여기에 영장치기·산거리·중천굿·명두굿 등이 있는데, 특정한 병을 치료하기 위한 굿으로는 천연두를 퇴치하기 위한 별상굿·손풀이·마누라배송, 안질을 예방치료하려는 맹인굿, 미친병을 치료하는 광인굿·두린굿 등이 있다.

③ 혼인축원제의:결혼 전날 아침에 조상에게 혼사를 고하고 성혼(成婚) 후의 행복을 기원하는 굿으로, 서울지역의 ‘여탐’과 호남지역의 ‘근원손’이 있다. ④ 가옥신축(또는 이사)제의:새 집을 짓거나 이사를 가면 성주맞이 또는 성주풀이를 한다.

⑤ 제액(除厄)·행운기원 및 기풍제의: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행해지는 주기제의 하나로, 재수굿·영화굿·축원굿·성주굿·도신굿·논부굿·치방굿·씨앗고사·맹감풀이·일월(日月)맞이·안택굿·큰굿·산신(山神)풀이·고사·액막이 등이 있다. ⑥ 해상안전·풍어기원제의:해상에서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제의로, 연신굿·용왕굿·용왕맞이(제주도) 등이 있다.

사후제의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① 상가정화(喪家淨化) 겸 망인천도제의(亡人薦度祭儀):상가를 깨끗하게 하고 죽은 사람을 극락세계로 가게 하는 소규모의 굿으로, 자리걷이·집가심·곽머리(씻김)·댓머리·귀양풀이 등이 있다.

② 익사자(溺死者) 천도제의:물에 빠져죽은 사람의 넋을 건져올리는 굿으로, 물굿·수망굿·혼굿·넋건지기굿(혼건지굿) 등이 있다.

③ 망인천도제의:사망 후 본격적인 망인천도를 위한 굿으로, 진오기굿·진오기새남·천근새남·오구굿·망묵이굿·수왕굿·해원굿·씻김굿·시왕맞이·다리굿 등이 있으며, 전국적으로 행해진다.

동제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洞神)에게 주민들이 정성을 모아 드리는 제의로서, 봄·가을에 주기적으로 행해진다. 마을의 액을 막고 풍농이나 풍어를 비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① 제액·풍농제의:내륙지역에서 행하는 굿으로, 당굿·도당굿·서낭굿·부군당굿·별신굿 등이 있다. ② 제액·풍어제의:해안지역에서 행하는 굿으로, 풍어제·용신굿·연신굿·서낭[船王]풀이·별신굿 등이 있다.

이상과 같이 무속의 굿은 그 목적에 따라 13종의 제의로 나누어볼 수 있다. 가제 속에는 인간의 출생으로부터 혼인·사망에 이르는 통과제의(通過祭儀)가 그 저변에 깔려 있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거행되는 무당 자신의 축신제, 마을 공동의 동제, 민가의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위한 안택 등과 같은 제의는 민간인들 스스로 그들의 생활현장을 주기적으로 정화시켜나가는 삶의 제의로 볼 수 있다.

굿의 형태는 각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또 종류와 목적에 따라 굿거리가 다양하게 구성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규모에 따라 굿과 비손으로 구분되고, 굿은 다시 무당의 성격과 기능에 따라 일원적 형식과 이원적 형식으로 각기 형식상의 차이를 보인다.

제의 중 신격화되어 신의 구실을 실연하는 강신무(降神巫)의 굿은 신의 영력을 기반으로 신과 무당이 합일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원적 형식의 제의이다. 그러나 강신현상이 없이 순수하게 신에게 요청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세습무(世襲巫)의 굿은 신과 무당이 대좌관계(對坐關係)에 있는 이원적 형식의 제의이다.

그런데 비손은 축원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언어위주형식’의 제의이고, 굿은 무당이 신의 행동을 실연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행동위주형식’이라 볼 수 있다.

이런 굿에는 무당이 신의 의복을 상징하는 무복(巫服)을 입고, 무가(巫歌)를 부르면서 무악의 가락에 맞추어 신무(神舞)로 춤을 추면서, 신의 말인 ‘공수’를 내린다. 따라서, 무속제의는 언어위주형식, 일원적 행동위주형식, 이원적 행동위주형식의 세 가지 형식으로 구분된다.

한편, 무속제의의 진행과정은 택일·금기―청신(請神)―대접·기원―송신(送神)―금기의 순으로 공통적인 구성을 가진다. 여기서 택일과 금기는 신을 청해오기 위해 이루어지는 시간과 공간에 따르는 것이므로 청신에 종속시킬 수 있고, 마지막의 금기도 신성과 관련된 것이므로, 굿은 청신―대접·기원―송신의 3단적 구성을 가지는데, 이는 앞서 살핀 세 형식 제의에 공통되는 기본적 구성양식이다.

그런데 하나의 굿은 동일한 구성양식을 가진 12∼30가지의 소제차(小祭次) 곧 작은 굿들로 이루어진다. 이 소제차는 거리·석(席)·굿 등으로 불리며, 굿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이다. 이러한 굿의 각 거리들 역시 청신―대접·기원―송신의 3단적 구성을 가진다.

이 소제차들은 굿당을 정화하고 청신하는 내용을 가진 굿이 앞쪽에 배치되고, 중요한 무속신을 모셔 대접하고 기원하는 내용의 제차들이 굿의 중간을 이루며, 잡귀들을 풀어 먹이는 내용이 맨 마지막에 진행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청신―대접·기원―송신의 기본구성으로 짜여 있다.

굿의 지역적 특징

우리 나라의 무당을 성격상으로 크게 분류하면 강신무와 세습무로 구분된다. 전자는 강신체험을 통해서 된 무당으로 신의 영력을 행사하는 것이 주된 기능인데, 중부와 북부지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후자는 조상 대대로 세습되는 사제권(司祭權)의 행사가 주된 기능으로, 남부지역(영남지역·호남지역·영동지역·제주도)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한편, 제주도는 사제권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강신현상이 공존하는 이중성을 가진다. 이와 같은 무당의 성격에 따라 굿의 지역적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중부·북부지역(강신무)

신의 실재(實在)를 믿는 신관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강신무의 굿은 무당이 제의중에 신이 들려 신격화하는 데 특징이 있다. 격렬한 도무(蹈舞)를 통해 신이 내리면 무당은 인간이 아닌 타자(他者), 즉 신으로 전환하여 신의 말인 ‘공수’를 내려 인간의 미래사를 예언한다. 이때 무당의 표정에서부터 손·발 등의 몸가짐 하나하나는 이미 인간이 아닌 신의 행동으로 표현된다.

즉, 강신무의 굿은 무당과 신이 합일하는 일원적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강신무가 이렇게 신과 일원화된 관계에서 굿을 할 수 있는 것은 처음 무당이 될 때 필수적으로 겪는 강신체험을 통해서이다.

강신현상인 신병(神病)을 통해 이미 세속의 삶을 끝내고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 신의 권능을 지닌 무당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에, 무당은 언제든지 신성(神聖)으로 환원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굿을 할 때 드는 방울·신칼·부채 등의 무구는 신과 관련된 무구이며, 무복은 곧 신의 옷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강신무의 굿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서울을 중심으로 한 한강 이북의 경기도지역은 궁중의 영향인듯 화려한 무복과 잘 짜여진 형식미를 보여준다. 무악기(巫樂器)로는 장구·징·제금·해금·피리·젓대가 사용된다.

황해도와 평안도 굿은 칼을 들고 추는 격렬한 춤이 많으며 무복은 화려한 편인데, 황해도 굿이 서사무가(敍事巫歌)가 없고 연극적인 반면, 평안도 굿은 무가에서 염불을 많이 부르는 등 불교적 색채가 짙게 보인다.

함경도 굿은 강신무 특유의 춤추고 뛰는 행동이 비교적 드문 반면, 서사무가의 자료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북부지역의 무악기로는 장구·징·북·꽹과리 등 타악기가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중·북부지역 굿의 전체적인 특징은 신과 일원화된 관계에서 제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무복이 중요시되어 그 종류가 많고, 강신의 황홀경으로 몰입되어가는 데 필수적인 빠른 장단의 타악기가 중심이 되며, 신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한 도검류가 많이 사용된다.

남부지역(세습무)

강신현상이 없는 세습무의 굿은 신과 무당이 대좌관계를 유지하는 이원적 양상을 보인다. 신격화될 수 없는 세습무는 신을 향해 대좌관계에서 신에게 인간의 소원을 빌기 때문에, 굿은 이원적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세습무의 굿에는 공수도 없고 신의 의사를 알기 위한 점(占)도 없다. 인위적인 사제권의 세습에 의해 무당이 되었기 때문에, 신의 영험력이 없이 의례적으로 제의를 집행할 따름인 것이다.

만약 세습무의 굿에서 영험력의 요소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세습무로의 분화·변천과정에서 남게 된 잔재, 또는 후기적으로 변화된 것이거나 아니면 정통 세습무가 아닌 경우일 것이다.

예를 들면 영남지역의 오구굿에서 무당이 망인의 영혼이 실린다는 ‘신태집’을 들고 넋이 실리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신태집을 맹렬히 흔들면서 춤을 추는데, 이것은 의례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일 뿐, 강신무와 같이 망인의 넋이 실리는 넋두리 장면과는 차이가 있다.

또, 호남지역 세습무인 단골(당골)굿에도 간혹 도무장면이 있는데, 강신무와 같이 도무로 신이 내려 공수를 주는 것과 같은 강신의 요소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한 도무는 무(巫)의 분화과정에서 영력이 도태된 잔재일 것이다.

세습무의 굿이 이처럼 이원적 양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굿에서 무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무복은 신으로 전환되는 데에 필요한 의장인데, 세습무는 신으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무복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호남 단골의 복장은 깨끗한 흰색 치마 저고리를 입는 것이 보통이고, 큰 굿이 있을 때 ‘제석풀이’에서나 흰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에 백지로 접은 고깔을 쓴다. 영남지역에서는 쾌자, 영동지역(동해안)에서는 쾌자와 활옷 정도를 걸칠 뿐이다.

제주도에서는 큰 굿을 할 때 관디[冠帶]와 보통굿을 할 때 섭수 두 가지를 사용한다. 무악기로는 호남지역의 경우 중부지역에서 사용하는 피리·젓대·해금 외에도 가야금·아쟁을 사용하여 무악의 완만함을 보여준다.

영남지역의 경우도 피리·젓대·호적 등을 사용하여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신을 청하거나 점을 칠 때 사용하는 신칼·명두 등의 강신무의 필수적인 무구를 세습무에서도 사용했던 예가 보인다.

현재, 영남지역 굿에서 방울이 사용되지는 않으나 여러 대를 세습해 온 무당들이 과거에 그들의 윗대에서 쓰던 방울을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보아, 영남지역에서도 과거에 방울을 사용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호남지역에서는 지금도 씻김굿에서 넋을 일구는 데 신칼을 쓰고, 영남지역에서도 신칼로 수부치기를 하며, 제주도에서는 신칼·산판·요령의 ‘삼멩두(삼명두)’를 조상으로 모시면서 이들 무구를 던져 신의 뜻을 알아보는 제차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예로 보면 남부지역의 굿에서도 영력의 요소가 발견되는데, 후대로 내려오면서 영력이 도태되어간 것으로 보인다.

세습무에 의해 진행되는 남부지역 굿의 특징은 강신무에 의해 진행되는 중·북부지역의 굿과는 달리, 신과 무당이 대좌관계에서 굿이 이원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무복이 극히 적거나 거의 없는 상태이며, 신의 영력이 없기 때문에 강신의 황홀경으로 몰입되지 않아 춤과 무악이 완만하며, 점의 기능이 없기 때문에 무점구도 별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는 무당의 성격과 기능에 따른 제의상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제주도의 굿은 사제권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제의중에 강신현상이 있고, 신칼·신판·요령 등의 무점구를 사용하는 등 신의 영력이 내재되어 있어, 중·북부지역 굿과 영호남지역 굿의 중간적 형태로 볼 수 있다.

음악은 타악기가 중심을 이루며, 특히 서사무가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굿의 사제자가 대부분 여자인데 반해, 제주도는 남녀가 똑같이 사제자의 구실을 맡고 있으며, 수적으로는 남성 심방(무당)이 우세한 편이다.

의미와 원리

굿은 무속의 사고체계인 신관·우주관·영혼관·내세관 등이 종합되어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다. 춤과 노래, 곡예적 행동, 촌극 등 다양한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의미파악이 용이한 것은 언어로 표현되는 무가이다. 전국에서 조사된 7백여 편의 무가를 계통별로 분류하여 보면, 10개의 계통으로 집약된다.

① 부정, ② 청신, ③ 조상, ④ 기자, ⑤ 수명, ⑥ 초복, ⑦ 제액·수호(守護), ⑧ 치병, ⑨ 명부(冥府), ⑩ 송신 계통의 무가이다. 이 가운데 부정·청신·송신 계통의 무가는 각각 부정을 물리고, 신을 청하고, 신을 돌려보내는 무가로서, 의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례적인 내용을 제외한 구체적인 인간의 기원내용은 ‘③ 조상의 근원을 이어, ④ 세상에 태어나서, ⑤ 오래 살면서, ⑥ 재물을 많이 가지고 편히 살려고, ⑦ 액운을 물리치며, ⑧ 병이 들면 고쳐서 건강하게 살다가, ⑨ 죽어서도 영혼이 내세의 좋은 곳으로 가서 영생하게 해달라고 빈다.’는 것으로, 굿의 의미는 모두 인간존재의 영구지속으로 집약된다.

짧은 명을 길게,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약한 것을 강한 것으로, 죽음을 삶으로, 곧 현실의 제약된 상황을 제약이 없는 상황으로, 그리하여 유한한 존재를 무한의 영원한 존재로 바꾸어 놓으려고 하는 행동적 실천현상이 바로 굿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굿의 의미는 현실계 안의 상황만을 믿으려 하는 현대인의 합리적 사고로는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다. 무속은 현실계 밖의 상황에 오히려 비중을 두고, 현실계와 비현실계 양자의 상황을 모두 믿는 입체적 사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모든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속의 입체적 사고는 원본(原本, arche-pattern)사고에 의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원본사고’는 존재근원에 대한 사고의 본(本)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이것은 미분성(未分性)의 동일근원성(同一根源性)에 기반을 둔 순환지속성의 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원본사고는 모든 존재의 근원을 혼돈(chaos)의 상태로 본다.

혼돈으로부터 모든 존재는 분화되어 공간적 유형성을 가지게 되지만, 이것은 시간의 제한으로 유한적 존재가 된다. 이러한 유형적 유한존재가 시간의 종말과 함께 단절되면 그 원래의 근원인 혼돈의 상태로 되돌아가고, 다시 혼돈에서부터 분화, 질서화하여 유형적 존재로의 순환을 되풀이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혼돈으로부터 존재가 순환되는 것은 혼돈의 미분성에서 비롯되는데, 혼돈은 또한 존재의 근원이기 때문에 우주의 분화질서까지도 혼돈의 연장순환에 속하게 된다.

굿을 통해 죽음을 삶으로,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것은 바로 원본의 미분성에 기반을 둔 순환지속현상이다. 우주 안의 어떠한 상반된 양극적 현상도 원본사고의 기반 위에서 보면 미분화된 동일근원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굿은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굿은 이와 같은 원본사고의 미분성에 기반을 둔 순환원리에 의하여 존재를 영원히 지속시켜 나가려는 삶의 욕구로 집약시킬 수 있다.

참고문헌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69∼1981)
『한국무교의 역사와 구조』(유동식, 연세대학교출판부, 1975)
『한국무속의 연구』(최길성, 아세아문화사, 1978)
『한국무가집』(김태곤, 집문당, 1979∼1980)
『한국무가의 연구』(서대석, 문학사상사, 1980)
『제주도무속자료사전』(현용준, 신구문화사, 1980)
『한국무속연구』(김태곤, 집문당, 1981)
『한국무속도록』(김태곤, 집문당, 1982)
『한국민간신앙연구』(김태곤, 집문당, 1983)
『한국의 굿』(김수남 외, 열화당, 1985)
『제주도무속연구』(현용준, 집문당, 1986)
『部落祭』(村山智順, 朝鮮總督府, 1937)
『朝鮮巫俗の硏究』 上·下(赤松智城·秋葉陸, 大阪 屋號書店, 1937·1938)
「조선무속고」(이능화, 『계명』 19, 계명구락부, 1927)
• 항목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실과 다른 내용, 주관적 서술 문제 등이 제기된 경우 사실 확인 및 보완 등을 위해 해당 항목 서비스가 임시 중단될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