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원론 ()

유교
개념
우주만물이 기에 의해 생성되고 존재한다는 성리학이론.
목차
정의
우주만물이 기에 의해 생성되고 존재한다는 성리학이론.
개설

본래 성리학에서는 현상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기이고, 그 기의 존재방식을 규정하는 것은 이(理)라고 하는 이기이원론적(理氣二元論的) 본체론을 가지고 있다. 즉, 현상계에서 보면 이와 기는 동시에 존재하는 이기불상리(理氣不相離)의 관계에 있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이는 기보다 앞서서 기의 존재방식을 규정하는 최고의 존재원리이기에, 이기의 관계는 서로 섞일 수 없는 이기불상잡(理氣不相雜)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이기이원론에 대해 기는 이에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해서 우주만물을 생성시킨다고 하는 것이 기일원론이다.

연원 및 변천

기일원론의 연원은 북송의 장재(張載)의 태허설(太虛說)이다. 그 후 명대 중기의 나흠순(羅欽順), 명말 청초의 왕부지(王夫之)를 거쳐 청대 중기에 대진(戴震)에 의해 그 이론이 완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기일원론에서의 이(理)의 개념은 학자들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기 및 사물의 존재와 운동 변화에 즈음해서 고찰되는 법칙성과 조리 등을 이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일원론의 선구자로는 서경덕(徐敬德)을 들 수 있다. 그는 주자의 견해와는 달리 우주 만물의 근원을 기로 본다. 그에 의하면 그 근원으로서의 기는 공허하고 고요하며, 형체가 없으며, 태허로 불린다. 이 태허는 바로 선천(先天)의 기로서 일기(一氣) 또는 태일(太一)이라고도 한다. 이 상태는 주돈이(周敦頤)의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의 상태와 같다. 이러한 기는 곧 형이상적인 개념으로서의 기이다.

그런데 이 담연무형(淡然無形)한 선천의 기가 스스로의 힘에 의해 운동변화해 후천(後天)의 기로 된다. 여기서 태허·태일로서의 일기는 음양의 이기(二氣)로 분화함과 동시에, 음과 양이 서로 엉기고 모이고 흩어지는 작용을 함으로써 우주만물을 생성·존재시킨다. 요약해서 말하면, 서경덕에게 기는 형이상적 개념으로서 본체에 해당하는 근원적 일기인 태허와, 형이하적 개념으로서 현상계를 이루고 있는 후천의 기로 대별된다.

또한, 서경덕에게 이는 선천의 기가 후천의 기로 변화할 때 비로소 나타나는데, 그 기능은 기의 법칙성, 조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는 절대로 주자의 경우처럼 최고의 존재원리가 아니다. 서경덕은 기 밖에 이가 존재할 수 없으며, 이는 기가 작용할 때 그 바름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기보다 앞서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마디로 서경덕의 기는 최고의 존재원리이고, 스스로 운동 변화하며, 이는 기가 운동 변화할 때 내재하는 원인이다.

서경덕 이후의 기일원론자로는 임성주(任聖周)를 들 수 있다. 그는 율곡학파로부터 출발해 서경덕의 기일원론을 계승하고, 이이(李珥)의 기 중심적 철학을 발전시켜 유기론(唯氣論)의 철학을 체계화하였다. 그는 기란 시공간적으로 무한하며 우주에 충만한 것으로, 만물의 발생·발전·소멸은 다만 이 기의 작용에 지나지 않으며, 자기원인에 의해 작용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였다. 즉, 기 자체의 생성 의욕으로부터 기의 운동이 일어나고, 그 운동과정에서 만물이 생성·소멸한다고 설명한다.

서경덕의 경우와 비슷하게 그는 현상세계의 시원적(始元的)인 기를 원기(元氣), 혹은 담일청허(湛一淸虛)한 기, 또는 태화(太和)라 하고, 이는 기의 자연처(自然處), 즉 기의 그러한(然) 현상의 법칙·조리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기에 앞선 별도의 이의 세계가 기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다만 기의 운동변화를 통해서만 볼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이러한 임성주의 기일원론은 그에 있어서 기일분수(氣一分殊)라는 독특한 이론체계로 확립된다.

참고문헌

『화담집(花潭集)』
『녹문집(鹿門集)』
『中國哲學史』(馮友蘭, 臺灣商務印書館,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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