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시초 (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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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사에서 김현승의 시 「눈물」 · 「창」 ·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등을 수록하여 1957년에 간행한 시집.
목차
정의
문학사상사에서 김현승의 시 「눈물」 · 「창」 ·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등을 수록하여 1957년에 간행한 시집.
서지적 사항

작자의 첫 시집으로 1957년 문학사상사(文學思想社)에서 간행되었다. 총 27편의 시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내용

시집의 맨 뒤에는 서정주(徐廷柱)의 발문(跋文)이 붙어 있다. 시인의 자서(自序)에 의하면, 1934년 출발기에서 침묵기를 지나기까지 5,6년간 쓴 초기 작품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2부에 실었고, 1부에는 시집 발간 무렵의 최근작들을 실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은 광복 직후 195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들로, 작자의 중기 시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다. 1부에는 <눈물>·<푸라타나스>·<오월(五月)의 환희(歡喜)>·<나무와 먼길>·<고전주의자 古典主義者>·<가을의 기도(祈禱)>·<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자화상 自畵像> 등 그의 중기 시의 세계를 대표하는 시들이 묶여져 있다.

시기적으로 앞선 2부에는 <창 窓>·<바람>·<신록 新綠>·<바다의 육체(肉體)>·<무등차 無等茶>·<가을이 오는 시간(時間)>·<가을의 소묘(素描)>·<가을의 시(詩)> 등 자연을 대상으로 한 시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은 광복 이전 침묵기(1937년부터 8·15광복까지)를 지나 새롭게 그의 시세계를 구축해나갈 무렵의 시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민족적 감상주의를 주조로 한 광복 이전 초기 시의 낭만적 시풍을 벗어나, 신과 인간의 문제로 인간의 내면세계에 시선을 집중한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경건한 기도와 신앙심을 노래하고 인간의 내면적인 본질을 추구, 생명과 희망을 노래하였다.

먼저 쓰여진 2부의 시들이 주로 자연과 교감을 바탕으로 건강한 삶을 노래하고 있는 데 비해, 1부의 근작들은 대체로 신과 인간, 현실과 초월의 세계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한 삶의 인식과 인생의 태도를 보여준다. “더러는/沃土(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로 시작되는 <눈물>은 잘 알려진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시인이 아끼던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애통해 하던 중 쓴 시로, 관념을 서정적으로 육화(肉化)하는 형상력의 한 전범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의 시 정신이 근본적인 면에서 현세의 고통을 넘어서서 영원한 생명에 이르고자 하는 종교적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가을의 기도>는 릴케와의 유사한 상상력을 느끼게 한다.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落葉(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謙虛(겸허)한 母國語(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첫 연)라는 기도조의 노래를 통해, 가을이 환기하는 고독의 감정을 경건한 외경심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신앙심을 바탕으로 ‘낙엽 떨어지는’ 가을의 시간을 생의 숙명성을 자각하고 생에 대한 긍정과 사랑을 다짐하는 소중한 계기로 만든다. 이밖에도 이 시집에는 가을을 소재로 한 시들을 많이 씀으로써 그를 ‘가을의 시인’이라 부르게 한다. 자연과 인생의 의미를 성숙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깊이의 시학’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중기시의 시정신을 가장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는 시가 <내 마음은 마른 나무가지>이다. “내 마음은 마른 나무가지/主(주)여,/나의 머리위으로 산가마귀 울음을 호올로/날려 주소서”(첫 연)로 시작되는 이 시는, 그의 심리적, 사상적 면모를 대변해 준다. 지상적인 사물의 사라짐과 인간존재의 유한성을 넘어서는 영원성의 세계에 대한 지향성을 보여준다.

서정적 자아를 ‘마른 나무가지’로, 영원을 지향하는 영혼의 원관념을 ‘산가마귀’로 구상화(具象化)하면서 시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세계와 그에 대한 시적인 자세를 드러낸다.

이는 그의 시뿐만 아니라 한국 시의 형이상학적 깊이를 더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이 시집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시세계, 즉 신과 인간, 지상과 천상, 현실과 초월의 세계에 대한 건강한 유대관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회의의 조짐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회의는 심각한 영혼의 갈등을 거치면서 그의 후기 시 ‘고독시편’에서는 신을 거부하고 ‘고독의 城(성)’으로 들어가, 인간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에 대한 심각한 고뇌를 보여주게 된다.

참고문헌

『한국현대시해설』(김현승, 관동출판사, 1972)
『지상에서의 마지막 고독』-김현승 평전·시선집-(이운룡 편저, 문학세계사, 1984)
『한국현대시인연구』(김재홍, 일지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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