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시장 ()

산업
개념
북한 농민들이 생산한 농 · 축산물을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으로 일정한 장소에서 매매하는 상업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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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북한 농민들이 생산한 농 · 축산물을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으로 일정한 장소에서 매매하는 상업형태.
개설

농민들이 텃밭이나 가내부업으로 생산한 농산물 · 축산물을 매매하는 시장을 말한다.

연원 및 변천

북한에서 ‘인민시장’이라는 이름의 재래식 시장이 존속해오다 1950년부터 3일장 ·5일장의 농촌시장으로 변경되었고, 1958년 8월에는 「내각결정 140호」에 의거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10일장 형태의 농민시장으로 개칭되었다. 그 후 북한에서 비사회적 유통망으로 규정되어 수십년 간 통제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경공업 제품 부족으로 국영상업망의 기능이 악화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장 기업소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생필품을 만들어 보급하는 이른바 ‘8·3 인민소비품’을 장려하면서 중소도시 지역에서 장마당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식량과 생필품 등의 배급체제가 무너진 후 급증하기 시작해 현재 북한전역에는 300∼400여 개의 농민시장이 산재하고 있다. 군 단위별로 1∼2개, 시 단위 별로 3∼5개소의 시장이 매일 상설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2003년 3월 시장장려조치를 통해 농민시장을 종합시장으로 개편하였으나, 2005년 10월 들어 다시 배급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후 시장에 대한 통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내용

지난날 북한은 농민시장에 대해 “국영 및 협동단체가 모든 유통체계를 총괄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에 따라 개인부업으로 생산된 농산물과 축산물의 일부를 일정한 장소에서 주민들 간에 직접 매매하는 상업의 한 형태로 자본주의적 잔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뒤떨어진 상업형태”라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로는 첫째 농민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이 국가에 의하여 계획화되지 않고 자연발생적으로 정해지며, 둘째로 농민시장에서의 상품거래가 전문적인 상업기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직접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시장이 남아있는 것은 아직 생산력의 발전이 높지 못하고 ‘협동경리’와 ‘개인부업생산’이 존재하는 데로부터 연유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농민시장은 북한이 공업화되고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며, 주민들이 요구하는 모든 물건을 풍부하게 생산하게 되고 전인민소유제가 지배하게 될 때에는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초기에 농민시장은 보통 협동농장이 쉬는 날을 골라 10일에 한 번 씩 시와 군 단위 2∼3곳의 지정된 장소에서 열리다가, 경제난이 급격하게 심각해지고 당국의 배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자 1993년 3월경부터 10일장이 매일장으로 전환되었다. 즉 물자 부족으로 국영상업 및 배급체계가 부분적으로 마비되면서 그 동안 엄격히 단속하던 쌀 등 곡물류를 비롯해서 식료품 · 기호품 및 공산품의 거래도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농민시장에서의 물품거래 가격은 수매가격 또는 국정가격이 아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며, 시장관리는 해당 행정경제위원회 농민시장관리사업소가 담당하고, 거래액수에 따라 자릿세를 징수하였다. 2009년 현재 북한당국은 50세 이상의 여성들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한적으로 시장을 용인하고 있으나 실제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황

농민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은 종래 개인텃밭에서 생산된 채소나 가금류, 빗자루 등 가내수공업 제품에 국한되었던 것이 거래금지품목인 식량을 비롯하여 공장, 기업소 및 국영상점 등에서 빼돌린 물품과 중국 등 제3국에서 유입된 다양한 상품들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용자 수도 수천 명에 이를 정도로 급속히 증가하였고, 도매상 거간꾼 등 전문적인 장사꾼까지 등장하고 있어 일반주민들은 식량과 생필품의 절반 이상을 농민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농민시장에서 통용되는 시장가격을 국정가격과 대비시켜 '암시장가격'이라고 부른다.

농민시장에서는 공식적으로 남한 상품 등 60여 종의 금지품목이 정해져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당국의 단속이 엄격한 옷감 등 금지 품목은 단속에 걸려 압수당할 것을 우려해 품목과 가격을 적은 ‘카탈로그’나 ‘샘플’만을 들고 거래를 시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로서 계획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북한에서 이러한 농민시장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배급제도가 모든 유통망을 제대로 망라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 속에서 농민시장은 자연 발생적으로 보완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농민시장(장마당)은 1990년대 이후로 북한에서 국영 상업망이나 협동단체의 상업망과 함께 상품유통 체제의 하나로 존재하게 되었다. 21세기 들어서도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된 시장들이 북한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성행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과거에 농민시장은 사회주의 경제발전의 과도기적 행태로서 기능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농민시장의 활성화는 배급제의 붕괴 속에서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시장 확산에 대한 당국의 우려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시장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확대되고 실제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참고문헌

『북한체제(北韓體制)의 이해(理解)』(체제통합연구회, 명인문화사, 2009)
『북한(北韓)의 경제(經濟)』(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한울, 2005)
『북한(北韓)의 상업(商業)·유통(流通)』(홍성국, 공보처, 1996)
『경제사전(經濟辭典)』(사회과학원 주체경제학연구소, 사회과학출판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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