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불음’, 또는 한자어로 ‘월자(月滋)’라고도 한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주로 음력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농가에서 시험하였다. 달불이는 인위적으로 만든 상태에 나타나는 자연현상을 보고 어느 달이 농사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판단하는 점법으로 그 방법은 다양하다.
≪동국세시기≫나 민간전승 조사자료에 의하면 음력 정월 14일 저녁 수수깡을 반으로 쪼개어 그 안에 콩 또는 곡식알을 평년에는 12개, 윤년에는 13개, 즉 그 해의 달수대로 넣고, 짚이나 실로 묶어 우물이나 물동이 속에 집어넣는다. 다음날인 대보름날 새벽에 그것을 꺼내어 실을 풀고 콩의 불은 상태를 보아 그 달의 수해 및 한해, 농작물의 풍흉을 점친다.
즉, 5월의 콩이 불었으면 5월에 비가 내려서 모심기에 알맞고, 7월의 콩이 붇지 않았으면 7월에 가뭄이 있어 흉년이 든다고 믿는다. 또는, 콩이 잘 불은 달에 곡식이 잘 자란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동네 안의 호수(戶數)대로 콩을 골라 각 콩에다 호주(戶主)의 표시를 하여 잘 불은 콩의 임자인 집이 풍년이 든다고 하는데, 이를 호자(戶滋), 즉 ‘집불이’라고 한다. 수수깡 대신 12달을 뜻하는 12개의 접시에 물을 담고 각각 콩을 한 개씩 담가두었다가 콩이 불은 모양을 살펴 점치기도 한다.
이와는 다른 방법으로, 대보름 전날 저녁에 접시 12개에 재를 담고 그 위에 곡식알을 올려놓아 장독 위나 담장 위에 늘어놓는다. 밤에 바람이 불어 접시 안의 재가 날려 곡식알이 굴러 움직이는 수도 있고, 바람이 없으면 재와 곡식알이 그대로 남아 있는 수도 있다.
그 상태를 보아 어느 달에 바람이 많을 것인가를 판단하여 농작물의 풍흉과 연결시켜 해석을 하는데, 이것을 일명 ‘사발점’이라고 한다. 또, 추운 지방에서는 종지 12개에 물을 넣어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보면 어느 것은 물이 얼어 불룩하게 솟아 있는 것도 있고, 얼었으나 평평한 것도 있는데, 그 상태를 보아 각 달에 있을 우량을 짐작한다.
4월에 해당하는 그릇의 얼음이 부풀어 있으면 4월에 비가 많이 올 징조이고, 6월의 그릇의 얼음이 수평으로 되어 있으면 그 달은 가물 징조로 판단한다. 이 밖에도 달불이는 지역에 따라 행사하는 시기와 방법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섣달 그믐날 밤에 콩을 물에 담갔다가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점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제주도에서는 입춘날 아침에 점검하며 수수깡 대신에 대쪽을 사용한다. 달불이는 천수답(天水畓)에서 농사를 지어 오직 하늘에 의지하고 살던 옛 농경민족이 시험하던 점법으로 풍년을 갈망하여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