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지지(大東地志)』는 목판본의『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22첩을 간행한 1861년 이후부터 1866년경 사이에 김정호(1804∼1866)가 편찬한 32권 15책의 필사본 전국 지리지이자 역사지리서이다.
김정호는 목판본의『대동여지도』22첩 등 주로 지도의 제작자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지도와 지리지를 함께 제작한 지리학자이며,『대동지지』는 그가 마지막으로 편찬한 지리지이다. 현재 완질본이 고려대학교 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본이 김정호의 친필본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호는 국토정보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지도와 지리지를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 신념을「청구도 범례」등 여러 곳에서 피력하였다. 지도는 한눈에 이미지로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정보를 수록하는데 한계가 있고, 지리지는 많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록할 수 있지만 한눈에 이해할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호는 평생 동안 지도와 지리지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김정호가 1834년 안팎에 최초로 편찬한 지리지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동여편고(東輿便攷)』20책인데, 1530년에 완성된『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시문·인물 등을 제외한 내용을 큰 글씨로 써놓고 다양한 자료를 참조하여 여백이나 덧붙인 종이 위에 교정하거나 첨가한 내용을 깨알같이 써넣었다. 1834년경부터 1840년대까지는 지도와 지지(地誌)를 함께 수록한다는 뜻의『동여도지(東輿圖志)』20책(영남대학교 도서관 소장)을 편찬하였는데, 지도는 수록되어 있지 않으며 1861년(철종 12)에 서문을 쓰기까지 지속적으로 교정한 흔적이 보인다.
1846년에서 1849년 사이에 제작된『청구도』의「청구도 범례」에서는 37개 항목과 서술하는 방식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국가에게 새로운 지리지의 편찬을 부탁하는 대목도 나온다. 1850년대 초에는 고을지도와 지지의 결합을 시도하다 포기한『동여도지』3책(경기도·강원도·황해도, 대영도서관 소장)을 편찬하였다.
1853년에서 1856년 사이에는 최성환과 함께 지지적 속성이 강한『여도비지(輿圖備志)』20책을 편찬하였다.『여도비지』는 필사본의『대동여지도』14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필사본의『대동여지도』18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 지도적 속성이 강한 지도의 제작과 연결시켜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목판본의『대동여지도』22첩과 함께 짝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편찬한 것이 바로『대동지지』32권 15책이다.『대동지지』는『동여도지』를 근간으로 삼고『여도비지』를 참고로 보완하면서 탄생한 지지였던 것이다.
『대동지지』의 가장 앞쪽에는 김정호가 참고한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조선측의 자료가 43종이나 되고 중국측의 자료는 22종이다. 이는 김정호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했는지 보여주는 부분임과 동시에 조선의 지리지를 집대성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목차 다음 부분에는 대표적인 순우리말의 지명유래에 대한 소개와 한자로의 표기에 대해 기록해 놓았는데, 그가 참고한 상당수의 한자 지명이 원래는 순우리말 이름을 한자의 소리나 뜻을 따서 표기한 것임을 알려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전국 지리지로는 경도(京都) 및 한성부(漢城府)가 1권, 경기도가 2∼4권, 충청도가 5∼6권, 경상도가 7∼10권, 전라도가 11∼14권, 강원도가 15∼16권, 황해도가 17∼18권, 함경도가 19∼20권, 평안도가 21∼24권까지 수록되어 있다. 하천에 관한 내용인 산수고(山水考)는 25권으로, 국경 방어에 관한 내용인 변방고(邊防考)는 26권으로 편제되었지만 내용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수도인 한양에서 전국 중요 지점까지의 거리 정보를 정리한 정리고(程里考)가 27∼28권에 수록되어 있고, 28권에는 역참(驛站)과 관련된 내용인 발참(撥站)과 연변해로(沿邊海路)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총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기록한 방여총지(方輿總志)가 29∼32권까지 수록되어 있다.
김정호는 지도와 지리지를 함께 이용해야 국토정보를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늘 강조하던 지리학자였다. 그의 마지막 지리서였던『대동지지』는 목판본의『대동여지도』22첩과 함께 이용할 것을 전제로 편찬된 지리지였다. 따라서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많이 찍을 수 있는 목판본의『대동여지도』 22첩에 부합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할 수 있는 목판본 또는 활자본의『대동지지』를 편찬하는 것이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대동지지』는 25권의 산수고와 26권의 변방고 및 평안도의 일부 고을이 수록되어 있지 않고, 평안도의 모든 고을에 적용된 항목과 서술 양식이 다른 도의 고을과 전혀 다르게 되어 있다. 결국 김정호는『대동지지』를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생각된다. 미완성의『대동지지』를 통해 평생 지도 제작과 지리지 편찬에 매진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김정호의 지리학자로서의 학문적 포부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