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교구설화(異物交媾說話) 중 사자교혼(死者交婚)에 속하는 설화이다. 구전되어 오기보다는 문헌에 기록되어 전승된다. 『삼국유사』 권1 도화녀비형랑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신라 제25대 진지왕이 왕위에서 추방되기 전, 유부녀인 미녀 도화랑을 범하려다가 그녀의 지조를 꺾지 못하고 석방하였다. 바로 그해에 왕은 왕위에서 추방되고 죽었다. 그리고 2년 뒤 도화랑의 남편도 죽었다.
10여 일 뒤에 죽은 왕이 나타나 도화랑 방으로 들어가 전날 도화랑이 왕의 요구를 거절할 때의 꼬투리(남편이 없으면 왕의 요구를 허락하겠다.)를 내세워 7일 동안 머물고 갔는데, 달이 차서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이름을 비형이라 하였는데 진평왕이 그 신기함을 듣고 궁중에 데려다 길렀다. 비형의 나이 15세에 집사라는 벼슬을 주었는데, 저녁마다 궁궐 밖으로 나가 도깨비들을 모아 놓고 놀았다.
진평왕은 그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도깨비를 부려 역사를 하게 하여 귀교(鬼橋)도 하룻밤 사이에 놓게 하였으며, 길달(吉達)이라는 도깨비를 끌어 국정을 돕게도 하였다. 길달문까지 세우고 여우로 둔갑하여 달아난 길달을 비형이 죽여 버렸다.
그 뒤 도깨비들은 비형의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 달아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이 비형을 두고 지은 글을 써 붙여 잡귀를 물리치게 되었다.
장덕순(張德順)에 의하여 시도된 시애설화(屍愛說話)의 범주 중에서 두 번째가 이 도화녀비형랑설화류를 지칭하고 있다. 즉, 이미 죽은 연인의 혼백이 나타나서 산 사람과 동거 또는 동침하는 설화라는 것이 바로 이 설화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설화의 응집체라고 생각되는 「금방울전」에 등장하는 삼낭이라는 남편도 죽어 그 혼령이 수십 년 만에 전처 막시를 찾아와 자주 내왕하여 딸 방울을 낳는다.
이 도화녀비형랑의 경우 이미 죽은 왕이, 불가시적(不可視的)인 존재까지도 이물로서 교구(交媾 : 남녀가 육체적 관계를 가짐)의 대상이 되며, 이러한 이물교구의 설화일수록 거기서 태어나는 제2세는 으레 비상한 인간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특정한 걸물(傑物)의 전기를 서술할 때에는 거의 이러한 경로를 따라 태어나 파란곡절을 극복하고 대성하는 생애로 끝맺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이물교구설화를 배경으로 태어난 주인공들을 대상으로, 또는 작중 인물로 취재하여 이룩된 작품들이 많다. 또한, 이러한 시애설화는 중국의 『수신기(搜神記)』나 『법원주림(法苑珠林)』 등의 문헌에도 기재되었기 때문에 이 설화와의 관련성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