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만(龍灣)의 통군정에 올라 지은 작품이다. 칠언율시로, 작자의 문집 『동악집(東岳集)』 권2 「조천록(朝天錄)」(1601)에 수록되어 있다. 의주(義州)의 용만과 부산의 동래부(東萊府:灣府)는 예로부터 군사상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이 통군정을 두고 지은 시편이 많다.
그 중 이안눌의 「등통군정」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것은 정철(鄭澈)의 미인곡을 두고 지은 「문가(聞歌)」와 함께 그의 대표작이 되고 있다. 이안눌은 동악시단(東岳詩壇 : 지금의 동국대학교자리)을 만들어 문사들과 교유하며 시에만 힘쓰고 문을 소홀히 하였기 때문에 그의 문집은 대부분 시로써 채워져 있다.
새벽에 통군정에 올라 “망망한 들판은 하늘에 떠 있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은 지형을 찢어놓았다(茫茫大野浮天氣 曲曲長江裂地形)”고 바라본 그는 “우주 백년에 사람은 개미와 같고, 산하 만리에 나라는 물 위에 떠있는 마름과 같다(宇宙百年人似螘 山河萬里國如萍).”고 그의 시정을 옮기고 있다.
이 작품은 의주 용만의 통군정에 올라 만주벌판을 바라보고 읊은 것으로, 작자의 기상을 한눈으로 읽게 해준다. 이안눌은 특히 칠언율시에 뛰어나 당시 권필(權韠)의 오언율시와 나란히 높은 평가를 받았거니와, 이 작품은 칠언율시 가운데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