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3월『현대문학』(통권 195호)에 연작 1편이 발표되었고, 1971년 6월『문학과 지성』(제4호)에 재수록되었다. 2편은 1971년 8월 『월간문학』(제33호)에 발표한 뒤 1971년 9월 『동서문화』(제11호)에 재수록되었다. 3편은 1971년 12월 『문학과 지성』(제6호)에, 4편은 1972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통권 24호)에, 그리고 5편은 1972년 11월『문학사상』(제2호)에 발표된 연작소설이다. 1972년정음사(正音社)에서 소설집 『마록열전』을 간행하면서 연작을 4편까지 수록했다.
「마록열전」은 1970년대 전후의 한국 사회를 조선 말기의 태평군(泰平郡)이라는 가상의 고을에 비유하여 그린 것이다. 암행어사 마명민(馬明敏)이 세상을 편력하며 오늘의 부정적인 사회현실을 고발하여 그것을 비판하고, 상감에게 보고하는 상소문(上疏文)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이를테면 「마록열전(5)」(문학사상)에서는 그대로 낙수처럼 버려진 소재 속에서 재치 있는 우화를 보여준다. ‘밀정의 행적은 대개 암흑에 묻혀 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자료가 없다. 다행히 일제하 마영(馬塋)에 관한 싱거운 얘깃거리가 다소 남아있기에 열전(列傳) 속에 넣기로 한다.’ 이와 같은 서(序)가 붙은 「마록열전(5)」에는 총독정치의 밀정, 즉 종로경찰서 기노시다[木下] 순사부장의 끄나풀이었던 마영의 웃지 못 할 기지가 풀이된다.
마영은 김참의에게 매수되어 두 다리를 걸친 셈이다. 사상가로 수배되어 숨어있는 아들 때문에 화를 입을까 고민하는 김참의에게 아주 기막힌 묘안을 내놓는다. 가짜 장사를 치르고 호적에서 김태열이란 이름을 빼버리면 그만이 아니냐는 것이다. 마영의 그 지략은 실수 없이 실천되어 성공을 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좀 우직스런 눈으로 세상을 봐야 더 명확하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본격적인 정통소설(正統小說)이 아니라, 일종의 반소설(反小說)로서 수필풍의 소설이다. 이 연작소설은 우선 현대와 고전을 동일한 시간 구조에 의해 평면으로 결합시켜 동일 차원의 시제 복합에 성공하였다.
그 결과, 전통적인 풍자정신이 현대적인 문체로 수용되어 특이한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과거의 언어와 현재의 언어를 동일한 평면에 조립한 것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적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데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다. 이와 같은 풍자의 방식을 통해 1970년대 억압적인 군사정권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 문학적 대응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