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남성들은 갓을 쓰기에 앞서 머리카락을 단정히 여미기 위해 망건(網巾)을 사용했다. 상투를 틀고 머리를 잘 가다듬는 역할을 하는 망건은 갓, 탕건(宕巾)과 더불어 한국 고유의 전통적 의관(衣冠) 가운데 하나이다.
망건의 재료는 말총이다. 제주도는 예부터 전국에서 손꼽히는 말 방목 지대여서, 말총을 엮어 짠 탕건이나 망건이 섬의 특산물이었다. 제주도에서는 조선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마을마다 망건을 만드는 곳인 망건청을 마련해 놓고 여인들이 모여서 함께 망건 겯는 일을 했다. 이 때문에 제주의 여성들은 열 살쯤 되면 어머니나 동네 어른들에게 탕건이나 망건 만드는 법을 전수 받았다. 망건 짜기는 제주 여인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다.
1950년대까지 제주시 오일장에서 망건, 탕건, 갓모자 등을 판매하는 경제 활동이 이루어졌다. 말총이 끊기지 않게 물에 적셔 놓고 바늘에 말총을 꿰어 망건골을 이용하여 망건을 겯는 일은 과정도 복잡했을 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손놀림도 빨라야 했다. 망건을 오일장에 맞추어 팔기 위해 여성들은 부지런히 망건을 짰는데, 이 기간을 '한 장도막'이라고 했다. 솜씨 좋은 사람은 한 장도막에 두 개까지 결을 수도 있었으나, 가늘고 섬세한 것은 겨우 한 개 정도밖에 만들 수 없었다. 망건 겯는 일은 장시간 행해지는 작업인 만큼, 여성들은 노래를 통해 노동의 고통을 달래었다.
「망건 겯는 노래」는 혼자 부르기도 하고, 서로 주고받기도 한다. 「망건 겯는 노래」 중 일과 밀접한 형태를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갈매길랑 물먹어 가듯/갈맥갈맥 걸려나 져라/미역일랑 잎 넓어 가듯/미적미적 잎 넓어 가듯/한달 육장 때 정한 망건/모레 장에 장 보러 가자."(제주 북제주군, 『제주도민요연구』)
위 노래의 가창자는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망건 겯는 상황을 묘사한 뒤 다 만들어진 망건을 장에 가서 팔 것을 다짐한다. 망건이 빠른 시간 안에 완성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 외 다른 내용은 노래되지 않는다.
각편 중에는 가창자의 심회(心懷)가 나타나기도 한다.
"나 맹긴아 ᄆᆞᆽ아도지라/ᄒᆞᆫ/‘한’(아래아)을 입력한 것인데, 임시저장 후 다시 편집창을 열면 글자가 깨집니다./ 코 두 코 시 ᄃᆞ툰 맹긴/정의나 좁ᄊᆞᆯ은 믿어랜 맹긴/함덕 집세기 믿어랜 맹긴/눈미 낭장시 나무장사 믿어랜 맹긴/어서 펄짝 ᄆᆞᆽ아나지라/잇개나 뒷개 조리방 ᄄᆞᆯ은/건지만 해여도 들방패 건지/보선만 신어도 코재비 보선/치매만 입어도 연반물 치매/신만 신어도 은돈반짜리/나 맹긴아 ᄆᆞᆽ아나지라."(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이이완(1913년생), 『한국민요대전: 제주도민요해설집』)
위 노래는 망건 겯는 작업에 대한 사설로 시작된다. 중반부에는 가창자가 만드는 망건의 경제적 가치가 노래되고, 후반부에는 시집살이의 고달픔과 생계 해결 소망 등이 노래된다. 전개 과정에 가창자의 심회가 잘 드러나 있지만, “나 맹긴아 ᄆᆞᆽ아도지라.”라고 마무리함으로써, 망건 작업 노동요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