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은 그림을 그리거나 섬유 등을 물들이는 데 사용하는 재료이다.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하는 것은 안료, 옷감을 물들이는 데 사용하는 것은 염료이다. 일반적으로 안료는 물에 녹지 않으나 염료는 물에 녹는다. 안료는 재료에 따라 광물성인 무기안료와 유기 화합물로 이루어진 유기안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 고구려 고분벽화는 일찍부터 천연 안료의 제조와 사용이 발달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천연물감은 적토, 백토, 황색, 청색, 먹 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먹은 일찍부터 유명하여 일본에 먹 제조법을 전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하는 것은 안료(顔料), 옷감을 물들이는 데 사용하는 것은 염료(染料)로 구분하여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하면 안료는 일반적으로 물에 녹지 않으나 염료는 물에 녹는 것으로 구분한다. 안료는 만드는 재료에 따라 무기안료(無機顔料)와 유기안료(有機顔料)로 구분한다.
무기안료는 광물성(鑛物性) 안료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천연산 광물, 예를 들어 산화철(酸化鐵)을 주성분으로 하여 백토(白土), 황토(黃土), 적토(赤土), 녹토(綠土) 등을 만들어 썼다. 천연 유화비소(硫化砒素), 공작석(孔雀石) 등을 분쇄하여 쓰기도 하였다. 그러나 불순물이 많고 색도 선명하지 못하여 오늘날은 대부분 착색 무기 화합물을 제조하여 사용한다.
무기안료는 광물성 안료로서 은폐력(隱蔽力)이 크고 일광에 변색이 적고 열에 강하다. 유기성 용제(溶劑)인 물 · 기름 · 알코올 등에는 녹지 않으며, 유기안료보다 색의 선명도가 떨어지며 착색력이 약한 것이 단점이다.
유기안료는 유기 화합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레이크 계통도 포함되어 있다. 유기안료는 다시 천연 유기안료와 합성 배기안료(背機顔料)로 나뉜다. 천연 유기안료로는 동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를 원료로 한 것, 예를 들어 남(藍), 등황(藤黃, gamboge), 양홍(洋紅) 등이 있다. 합성 배기안료로는 아조 물감(azo pigment) 등이 있다.
채색이 사용된 가장 오래된 예는 알타미라 동굴, 라스코 동굴 등의 벽화에서 볼 수 있다. 이것은 나무를 연소시켜 뼈와 백아(白亞)에서 황색과 다색(茶色)을 뽑아 고운 흙과 섞어 사용한 것이다. 이집트의 제11왕조에 이르러 녹 · 청의 천연 광물이 채료(彩料)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스에서는 서기전 4세기에 이르러 연백(鉛白)의 제조법이 알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식물성 염료와 동물성 · 광물성 색소가 이용되었다. 그리고 산업혁명과 더불어 19세기에 들어서 유기 합성 화학이 발달함에 따라 염료 공업이 활발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찍부터 천연 안료의 제조와 사용이 상당히 발달하였다. 특히 재료의 제조기법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과거에 사용하던 천연 물감은 다음과 같다.
① 적토(赤土) : 우리나라는 여러 지방에서 적토가 나지만, 특히 강원도 양양 지방의 붉은 흙을 주토(朱土)라 하여 적토 대용으로 쓰기도 하였다. 그 밖에 중국에서 수입한 붉은 벽돌을 분말로 하여 적색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② 백토(白土) : 백묵(白墨)이라고도 한다. 강원도 방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 유명하여 방산백토(方山白土)라고도 한다.
③ 황색 : 등황, 치자(梔子), 송화분(松花粉) 등을 사용하였다. 등황은 중국에서 수입하여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치자가 많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치자를 상용하였다. 인도에서는 소 오줌을 걸러 황색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을 인디안 옐로우(indian yellow)라고 부른다. 송화분은 연한 황색이므로 그림이나 글씨에 많이 사용하였다.
④ 청색 : 중국에서 코발트 안료를 수입하여 사용하였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토청(土靑)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청색을 내던 것 중 남(籃)은 군청색의 하나로 쪽에서 추출하여 사용하였다. 특히 민화(民畵)에서 자주 사용하였고, 꿩의 목 주위 색은 쪽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⑤ 먹〔墨〕 : 검은색을 내는 데 사용되었다. 먹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되어서 낙랑시대의 한묘(漢墓)에서 발견된 벼루에 분말이 남아있었고, 작은 가루 상태의 환약형(丸藥形) 먹을 옻칠 또는 아교물에 쪄서 제조한 것이 출토되었다. 우리나라 먹은 일찍부터 유명하여 『일본서기(日本書紀)』 제20권에는 610년(영양왕 21) 고구려왕이 담징(曇徵)을 일본에 파견하여 제지법(製紙法)과 제묵법(製墨法)을 전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쇼소인(正倉院)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묵(新羅墨)과 당묵(唐墨)이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