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거세 신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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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권1) / 혁거세왕
삼국유사(권1) / 혁거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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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에 관한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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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에 관한 신화.
내용

상고대 왕국에 관한 건국신화의 하나이다. 이 신화가 수록되어 있는 문헌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이다. 『제왕운기』에는 조금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삼국사기』는 합리주의 사관에 터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신화에 관한 가장 중요한 문헌은 아무래도 『삼국유사』를 으뜸으로 칠 수 있다. 이 신화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진한(辰韓) 땅의 여섯 마을 우두머리들이 알천 상류에 모였다. 군왕을 정하여 받들고자 하여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양산 기슭에 있는 나정이라는 우물가에 번개와 같은 이상한 기운이 드리워진 흰말이 엎드려 절하고 있었다. 찾아가서 그곳을 살폈더니 자줏빛 알이 있었고 말은 사람들을 보자 길게 울고는 하늘로 올라갔다.

그 알을 깨뜨리자 사내아이가 나오매, 경이롭게 여기면서 동천 샘에 목욕시키니 온몸에서 빛살을 뿜는 것이었다. 이때 새와 짐승이 더불어 춤추고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해와 달이 청명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혁거세왕이라 이름을 짓고 위호(位號 : 벼슬의 등급 및 그 이름)는 거슬한(居瑟邯)이라고 하였다.

그즈음에 사람들은 다투어 치하드리며 배필을 구하라고 하였다. 같은 날에 사량리 알영 우물가에 계룡이 나타나 그 왼쪽 겨드랑이로 딸아이를 낳으니 그 용모가 수려하였으나 입술이 꼭 닭의 부리와 같았다.

이내 월성의 북천에서 미역을 감기자 입부리가 떨어졌다. 궁실을 남산 서쪽 기슭에 세우고 두 신성스러운 아이를 봉양하였다. 사내아이는 알에서 태어났으되, 알이 박과 같으므로 그 성을 박씨로 삼았다.

딸아이는 그녀가 태어난 우물 이름을 따서 이름으로 삼았다. 그들 나이 열셋이 되매 각기 왕과 왕후로 삼고 나라 이름을 서라벌·서벌·사라 혹은 사로라고 일컬었다. 왕이 계정(鷄井)에서 태어났으므로 더러 계림국이라고도 하였으나 뒤에 신라로 고쳐서 전하였다.

박혁거세왕은 예순한 해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하늘에 올랐는데 칠 일 뒤에 그 주검이 땅에 떨어져 흩어졌다. 왕후 또한 죽으매, 나라 사람들이 합쳐서 묻고자 하였으나 큰 뱀이 나타나 사람들을 쫓으면서 방해하였다. 따라서 5체(五體)를 다섯 능에 묻고 사릉(蛇陵)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상은 『삼국유사』에 따른 것이지만 『삼국사기』의 기록은 이보다 훨씬 간략하다. 그러나 줄거리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두드러진 차이라면 전자가 알영을 계룡의 왼쪽 겨드랑이에서 탄생하였다고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후자에서는 겨드랑이 바른쪽으로 되어 있는 정도이다.

이 같은 겨드랑이 밑 애기 탄생은 불교설화를 연상시키고 있으나 다만 왼쪽과 바른쪽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졌는지 여부를 판별하기는 힘들다.

「박혁거세신화」도 다른 건국신화 내지 건국시조신화와 마찬가지로 ‘천신(天神)이 강림하여 나라의 첫 기틀을 잡았다.’는 것을 기본적인 줄거리로 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체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이고, 그 주체가 성취하는 객체는 건국이란 점에서 다른 건국신화와 다르지 않다. 그 밖에 그 주체가 탄생 내지 출현하기 이전에 전형적인 신비 체험의 징후들, 예컨대, 하늘이 내리뻗은 번갯불 같은 이상한 기운, 백마, 자줏빛, 천지의 진동, 일월의 청명 등이 나타나고 있다든지 혹은 그 주체가 알에서 부화한다든지 하는 모티프에 있어서도 다른 건국신화와 마찬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전자의 모티프는 신라 왕권을 신성화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점은 혁거세라는 이름 자체가 ‘불거내(弗矩內)’ 곧 ‘세상 밝힘’을 의미하였다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역시 하늘에서 내려온 고조선의 시조가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설명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의 것으로 보인다.

「박혁거세신화」 자체의 특색으로는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이 신화는 씨족 사회가 연합되어 하나의 왕국으로 뭉쳐져 가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박혁거세신화」는 이미 하늘에서 강림한 여섯 촌장 위에 새로이 군림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통치자를 부각시키고 있다.

둘째, 천신이 강림하되 다른 신화와 같이 멧부리가 아닌 우물에 강림한 점이 특이하다. 신라 시조 탄생의 성역이 산기슭의 우물이란 것은 신라의 종교에 있어 우물이 성역이었음을 뜻하고 있다.

셋째, 동명왕이나 수로왕과 마찬가지로 다 같은 난생(卵生)인데, 박혁거세의 알이 박에 견주어져 있는 점이 이 신화의 특색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 같은 알과 박 사이의 뒤섞임은 혁거세가 ‘불거내’ 내지 ‘ᄇᆞᆰ내’로 읽혀지면서 그 불 또는 ᄇᆞᆰ이 박(朴)과 비슷한 소리였다는 데서 생겨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박이 알과 마찬가지로 ‘신령의 집’ 또는 ‘넋의 그릇’이 될 수 있음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넷째, 두 거룩한 아이가 같은 날에 신비롭게 태어나 배필로서 짝지어졌다는 점도 「박혁거세신화」의 특색이다. 이것은 후대의 별신굿의 원류가 상고대 신화임을 생각할 때, 별신굿에서 남녀 신령의 강림과 그 짝지어짐이 일어나는 사례를 연상시켜 주고 있다.

별신굿의 짝지어줌이 이른바 신성혼(神聖婚) 또는 신들의 혼례라면, 가장 오래된 선례를 「박혁거세신화」에서 찾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에까지 전해진 별신굿에서도 신내림에 수반된 신들의 혼례가 굿의 진행에 있어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다섯째, 알영이 탄생할 때 입술이 닭의 부리처럼 길었다가 뒤늦게 떨어진다는 모티프는 「동명왕신화」에 등장하는 유화를 연상시키고 있어 매우 흥미롭고, 그만큼 이 신화의 특색 있는 부분을 이루고 있다.

알영의 경우는 계룡 탄생의 모티프와 대응되는 것이지만, 「동명왕신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여성의 입사식(入社式)’ 절차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박혁거세 주검의 산락(散落 : 사방으로 흩어져 떨어짐.)은 괴기하다고 할 만큼, 다른 건국신화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신화의 특색이다.

해석하기 대단히 어려우나, 이 부분은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성무식(成巫式)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체 분리의 모티프와 대응된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는데,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고증이 요망된다.

참고문헌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유사(三國遺事)』
『제왕운기(帝王韻紀)』
『한국민속대관』6: 구비전승·기타(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1982)
『한국무속과 신화연구』(김열규, 일조각, 1977)
『한국의 신화』(장주근, 성문각,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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