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노파들이 이 행상에 나섰기 때문에 ‘아파(牙婆)’라고도 불렀다.
이들은 팔 물건을 보퉁이에 싸서 등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였는데, 본업 외에 여염집 여성에게 세상 소식을 알려 주거나 특수한 심부름을 맡아 하는 구실도 겸하였다. 특히, 내외가 엄격하던 조선시대에는 사대부집 여성의 바깥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방물장수의 입을 통해서 세상물정을 아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였다.
한편, 방물장수는 대갓집 안채에까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으므로 단골을 맺은 마나님들의 말동무도 되어 주고, 나중에는 집안 큰일에 의논 상대로까지 끼어드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혼사(婚事)에 관한 것이다.
방물장수는 대소가의 내력과 형편은 물론, 혼기에 이른 처녀나 총각의 있고 없음에도 소상하므로 통혼길을 트는 매파로서의 능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절하는 딸자식을 가진 집에서는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방물장수의 출입을 매우 꺼렸다. 홀어미가 방물장수의 눈에 띄면 여기 저기 소문을 퍼뜨리게 되고, 그 결과 혼사가 거론되어 번잡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방물장수를 상대방 가문의 사정을 염탐하는 정보 수집꾼으로 이용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