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권 4책. 필사본. 이 책은 병이 깊어 한거하면서 지은 시를 모아 『병음시초』라고 한 것이다. 지은 순서에 따라 4책으로 만들어 각 책마다 부제(副題)를 붙였다. 1∼3책의 앞머리에 자서(自序)가 각각 있다. 규장각 도서에 있다.
1책에 학산시초(學山詩抄)라는 부제가 있으며 시 약 110수, 2책에 병초수초오우한영정미집(病樵手抄五友閑詠丁未集)으로 시 약 150수, 3책에 병음시초오집(病碒詩艸午集)으로 시 약 150수, 4책에 학산시집(學山詩集)으로 시 약 140수가 수록되어 있다.
1책에 실린 시는 1843년(헌종 9), 즉 저자의 나이 53세 무렵에 지은 것이다. 2책의 시는 부제에 ‘정미집(丁未集)’으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57세 무렵에 지은 것들로 보인다. 자서에서 저자는 천지의 맑고 순수한 기운을 본받고 자라나 식물 가운데 군자(君子)라고 일컬을 수 있는 매화·대나무·국화·난초·연꽃 다섯 가지를 벗으로 삼아 지은 시들을 모아 ‘오우한영(五友閑詠)’이라 명명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3책에 실린 시는 부제에 ‘오집(午集)’으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그 10여년 후에 지은 것들이다. 4책의 시는 ‘기미집(己未集)’이라는 표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 70세 무렵에 지은 것들로 보인다.
시들은 대체로 벗의 시에 차운(次韻)하는 형식을 빌린 것이 많다. 시의 내용은 매화·국화·대나무·난초·돌·구름 등의 덕을 칭송한 것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정월대보름·한식 등의 명절이나 절기의 변화를 맞이해 자신의 감회를 읊은 것, 한거의 심정을 읊은 것 등이 있다. 또한, 남한산성·봉은사(奉恩寺) 등 유명한 유적지나 사찰을 찾아가 지은 것도 있다.
저자의 시는 대체로 서정성이 짙으며, 서문을 붙여 그 시를 짓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어 조선 후기 한시(漢詩)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