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1월부터 2월까지 2회로 나뉘어 『현대문학(現代文學)』에 발표되었다. 임희재의 작품은 주로 전쟁에 의한 폐허와 절망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이 작품도 그러한 면모를 보여 주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6·25전쟁 직후의 어느 중복날 시장댁에서 기르는 세퍼트가 약 먹은 쥐를 먹고 죽자, 그 개를 잡아먹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철거민들의 삶을 취급하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개가 죽을 것 같자 시장의 딸은 놀라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시장은 의사를 대동하고 일과 중에 집으로 달려온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 늦어 개는 죽고, 식구들은 쥐약을 놓은 옆집의 시청 직원에게만 비난을 퍼붓는다. 이때 집이 철거되어 쫓겨나게 된 이웃 주민들이 시장에게 하소연하기 위하여 시장댁에 몰려 왔다가 이 광경을 보게 된다.
복날에는 개를 잡아먹는 풍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장댁 식구들은 혹시라도 자기네 죽은 개를 훔쳐먹는 사람이 있을까봐 서둘러서 땅에 파묻는다. 그러나 자초지종을 눈치챈 철거민들은 끼니를 잇지 못하는 굶주림 속에서 마침내 방금 전에 파묻은 개의 시체를 꺼내어 끓여먹으면서 오래간만에 술잔을 곁들여 복날의 포식을 즐긴다.
철거민들은 푹 삶으면 쥐약 같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복날에 자신 있게 개고기를 잘 먹었지만, 결국 그 중 한 사람이 약에 중독이 되고 만다. 마침 개의 시체를 찾으러 온 시청 서기에 의해 사태가 알려져 환자는 병원으로 실려가고, 철거민들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절망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이 작품은 어느 복날의 사건을 통하여, 개 한 마리의 죽음에 소동을 피우고 상심하는 시장 식구들의 여유로움과, 월남(越南) 피난민들의 암담한 처지와 궁핍한 삶을 극명하게 대조하여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당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잘 드러내주고 있지만, 시장댁과 철거민들 간에 구체적인 갈등이 전개되지 않고 단지 그들의 삶의 모습만 단면적으로 보여 주고 있을 뿐이어서 간략한 소품에 머물고 만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