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작자의 시에 가장 특징적으로 등장하는 시적 대상이다. 그것은 때로 작가의 감정이 이입된 상징물로서, 아니면 단순한 묘사의 감각적 대상으로서 나타난다. 「봄은 고양이로다」는 후자에 가깝다. 여기서는 봄과 고양이의 이미지 사이에 자연스러운 조응이 이루어진다.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봄은 여러 가지로 제시되어 있다. 즉 ‘고흔 봄’, ‘밋친 봄’, ‘폭은한 봄’, ‘푸른 봄’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봄은 각각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 ‘쭉뻐든 고양이의 수염’과 긴밀히 대응되어 있다.
한편 1연과 2연, 3연과 4연은 그 이미지에 있어서 서로 대조를 이룬다. 1연과 3연이 다소 감각적 · 정지적이라면(고흔 봄, 폭은한 봄), 2연과 4연은 관념적 · 동태적 이미지(밋친 봄, 푸른 봄)라 할 수 있다. 정지적 이미지와 동태적 이미지가 대칭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고양이의 털에 어리우는 봄의 향기(정지적)’와 ‘고양이의 눈에 흐르는 미친 불길(동태적)’, ‘고양이의 입술에 떠도는 봄졸음(정지적)’과 ‘고양이의 수염에 뛰노는 푸른 생기(동태적)’가 서로 교차되어 고양이를 효과적으로 묘사해준다.
고양이를 통해 체감되는 봄과 봄을 통해 묘사되는 고양이가 조화롭게 융합되어 있는 이 작품은 그 둘의 생생함 움직임을 잘 전달하고 있다. 이같은 특징은 1920년대 우리시의 초기 시단에서 감각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