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문학 ()

현대문학
개념
문학을 국제적 시각에서 또는 그 고유 영역을 넘어서 다른 인간 활동영역과의 관계를 통해서 바라보는 연구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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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문학을 국제적 시각에서 또는 그 고유 영역을 넘어서 다른 인간 활동영역과의 관계를 통해서 바라보는 연구방법.
개설

비교문학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다. 첫째는 비교문학을 국문학사의 일부로 보는 경우로, 한 국가의 문학이 다른 국가에 미친 영향이나 그 수수관계를 찾아 연구하는 학문을 뜻한다.

둘째는 비교문학을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루는 경우로, 문학을 세계적인 시야에서 바라보며 일반문학 또는 세계문학이 지닌 보편성을 찾아내어, 그 보편성에 입각하여 각국의 문학적 특질들을 밝혀내는 학문을 뜻한다.

셋째는 비교문학의 영역을 문학 밖으로 넓히는 경우로, 이때에는 문학을 인접학문, 즉 예술·철학·역사·종교·사회학·과학 등과의 관계 속에서 다루는 학문을 뜻한다.

위의 정의들은 비교문학이 전개해온 역사적인 변천 과정과 병행하여, 그 영역과 깊이가 점점 심화,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교문학이 학문으로서 성립한 것은 19세기 말엽이다.

프랑스 학자들이 자국의 국문학사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외국적 기원과 외국에 미친 작품의 영향들을 실증적인 방법으로 연구하였는데, 이것이 비교문학의 시초이다.

이때에 ‘비교’는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뜻한다. 여기에서 주로 다루는 대상은 외국 작가의 수용, 외국에 미친 자국 작가의 영향, 작품에 나타나는 외국적인 원천(source), 매개자의 구실 등이다.

이러한 비교문학의 개념은 전세계에서 계속 통용되어왔으나, 1940년대 미국의 신비평가들이 출현하면서 크게 비판을 받는다. 그들은 기존의 비교문학이 전기적(傳記的) 지식과 문학 외적인 정보에 너무 치중해 있음을 비판한다.

비교문학은 본질적으로 문학 연구여야 하므로 문학의 가치와 질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하며, 또한 비교문학은 전세계의 문학을 국제적 시야에서 연구하여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리하여 세계문학이 지닌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 비교문학의 중요 작업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각국 문학의 특질도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문학에 대한 위의 두 대립적인 개념들은 프랑스학파와 미국학파로 나뉘어 갈등을 노출하고 있으나, 1960년대로 들어서면서 서로 절충, 융화하려는 모색이 시도된다.

영향과 원천 연구로만 국한되어 있던 프랑스 실증주의적 방법론에 문학의 내재 현상으로서의 미학성을 밝히려는 ‘일반문학’적 방법론을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이 거듭 시도되면서 성과를 거둔다.

그리하여 비교문학의 영역에 영향과 원천 연구뿐만 아니라, 아무런 접촉이 없는 문학간의 대비 연구도 포함시키게 된다. 한편, 더욱 특기할 만한 사실은 그 동안의 비교문학이 문학간의 연구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비해, 이제는 문학의 벽을 넘어 다른 학문 분야와의 비교 연구도 비교문학에 귀속시킨다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문학에 대한 좀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교문학의 개념은 시기와 장소를 달리하여 생겨났으나, 현재는 이들 개념들 모두가 공시적으로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국비교문학 연구사

우리 나라에서 비교문학 방법론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55년의 일이다. 김동욱(金東旭)의 <새로운 문학연구의 지향>(中大新聞, 1955.5.20.)과 이경선(李慶善)의 <비교문학서설 比較文學序說>(思想界, 1955.9.)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자는 우리 나라에서 비교문학에 대한 최초의 지상논의(紙上論議)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후자는 프랑스 비교문학의 방법론을 체계화하여 도입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1957년에는 각 일간신문과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비교문학연구회 및 국어국문학회에서 비교문학 방법론에 대하여 광범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백철(白鐵)의 <비교문학의 방향>과 정인섭(鄭寅燮)의 <비교문학과 국문학>을 비롯, 지상 및 학회에 발표된 논문들로 보아 당시에 범학회적으로 비교문학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60년대를 전후하여 한국 비교문학은 보다 높은 차원으로 전개된다. 1959년 6월 한국비교문학회가 창립되었다. 그리고 그 해 9월에는 방 티겜(Van Tieghem)의 ≪비교문학 La Litterature Comparee≫(1931), 워렌(Warren, A.)과 웰렉(Wellek, R.) 공저인 ≪문학의 이론 Theory of Literature≫(1947)이 번역, 소개되기도 했다.

방 티겜의 ≪비교문학≫은 프랑스의 비교문학의 강령이면서도 그 대표적인 이론적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김동욱에 의해 번역되었다. 또한 ≪문학의 이론≫은 프랑스 비교문학을 극단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미국 ‘일반문학’의 대표적인 저서인데, 이는 백철과 김병철(金秉喆)에 의해 번역되었다.

이와 같이 비교문학의 대립적인 이론들이 소개되면서 우리의 비교문학계도 크게 발전하였으며, 이때부터 비교문학 방법론에 입각한 연구논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국문학개설 國文學槪說≫(김동욱, 1962)과 ≪문학개론 文學槪論≫(백철, 개정판, 1963) 등에서도 각기 비교문학의 항목을 새로 설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970년을 전후해서 한국비교문학회의 활동과는 별도로 비교문학에 관심 있는 신진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연구논저들이 발표되기 시작하였다.

한편, 1973년 9월 문예사연구회에서 ‘문예사조(文藝思潮)’ 제2집으로 간행한 ≪비교문학 比較文學≫(全圭泰 編)은 백철 등 10명의 필자들이 공동 집필한 것으로 비교문학 방법론과 실제 논문으로 편성되어 있다.

여기에 실린 논문들은 대체로 이미 발표되었던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별로 새로이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나, 여러 사람들에 의해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1974년에는 귀아르(Guyard, M.F.)의 ≪비교문학≫(전규태역)이 역간되기도 하였다.

1975년 9월 한국비교문학회가 재편성되면서 우리의 비교문학도 그 영역을 문학 밖으로 넓히고 있다. 김동욱을 회장으로 하고 임원들을 전면 개선하면서, 국문학자와 외국문학자는 물론, 이에 관심 있는 다른 분야의 학자들을 포용하여 문화 전반에 걸치는 비교문화의 차원으로 확대시켰던 것이다.

“저희들 비교문학회는 작년 9월 재건총회를 열고 그 회칙에서 ‘국문학과 비교연구’라는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외국문학 연구가 문학과 언어·신화·민속·미술·회화·사상 등 모든 문화 일반, 즉 비교문화에 관심을 가지시는 여러분의 대화의 광장으로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그들은 선언하였다.

이로 인해 학회 활동이 크게 활성화되었으며, 1977년부터 동 학회의 기관지인 ≪비교문학(比較文學) 및 비교문화(比較文化)≫가 연간으로 간행되었다. 그리고 이 무렵 계명대학교 동서문화연구소의 활동도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비교문학사전 比較文學辭典≫의 간행을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1976년 여름 문학장르론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그리고 그 뒤에 ≪비교문학총서 比較文學叢書≫를 간행하였다. 1980년 6월 한국비교문학회의 임원진이 개선되었는데, 전광용(全光鏞) 회장 등 새로운 임원진의 회의에서 동 학회지의 제호(題號)를 ‘비교문학(比較文學)’으로 바꾸어 간행했다. 한편, 비교문학 연구논저도 양적으로 급격히 증대하였다.

비교문학 방법론에 대한 역서로는 ≪비교문학(比較文學) Ⅱ-논문선(論文選)-≫(李慧淳, 1980)과 ≪비교문학론 比較文學論≫(Weisstein, U. 원저, 李裕榮 번역, 1981)과 ≪비교문학이란 무엇인가≫(석준 역, 1993) 등이 우리 비교문학 발전에 있어서 특기할 만하다. 그 동안 방 티겜이나 귀아르 및 웰렉 등에 의존해왔던 비교문학 방법론이 이 두 역서로 인하여 보다 확대, 심화되었다.

또한, ≪비교문학 Ⅱ≫는 발당스베르제(Baldensperger, F.)·방 티겜, 웰렉·에티앙블(Etiemble, R.)·레마크(Remak, H.H.H.)·블록(Block, H.M.)·바이스슈타인(Weisstein, U.) 등의 논문들을 사적(史的) 또는 방법적인 차원에서 유형화하여 단편적이나마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비교문학 방법론의 논의 과정을 한눈으로 볼 수 있게 편성되어 있다.

그리고 ≪비교문학론≫은 ≪Comparative Literature and Literary theory : Survey and Introduction≫을 번역한 것으로 영향 연구와 대비 연구의 중간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바이스슈타인(Weisstein, U.)의 방법론을 도입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끝으로 ≪비교문학이란 무엇인가≫는 1983년에 간행된 ≪Qu’est-ce que la litterature comparee≫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소르본느대학을 중심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프랑스 비교문학의 개설서로서 1967년 삐슈아(Pichois, C)와 루소(Rousseau, A.M.) 공저로 출간된 ≪비교문학 La litterature comparee≫을 새로 브뤼넬(Brunel, P.)을 참여시켜 보완 개정한 것이다.

그 내용은 대체로 초판본(1967)의 ‘탄생과 발전’·‘국가간의 문학교류’·‘일반문학’·‘사상의 역사’·‘문학의 구조주의’ 등 5장 중 마지막 장인 ‘문학의 구조주의’를 제외시키고 대신 ‘문학에 관한 고찰’·‘주제학과 주제비평’·‘시학’ 등 3개 장을 새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초판본 제목이 같은 4개 장도 대폭 수정하였는데, 이러한 변화는 그 동안 비교문학의 변화와 발전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전문학의 비교문학적 연구

우리 나라에서 비교문학 방법론이 논의되던 1955년을 전후하여 고전문학 분야에서도 프랑스 비교문학 방법론을 활용한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 말·조선조의 시화(詩話)류에서 끊임없이 한·중시(韓中詩)의 관련성에 대하여 다루어왔다.

그리고 ≪대동야승 大東野乘≫에서 김안로(金安老)가 <금오신화 金鰲新話>를 언급하면서 이를 <전등신화 剪燈新話>와 연계시킨 것, 이식(李植)이 허균(許筠)의 <홍길동전 洪吉童傳>을 <수호지 水滸誌>와 연결시킨 것 등 비교문학의 방법론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밀접한 문화 교류에 의해 기인된 두 나라 문학의 관련성은 이미 학자들에게 관심거리가 되어 있었다.

또한, 1927년에 이르러 최남선(崔南善)의 <금오신화해제 金鰲新話解題>가 나오고, 그 뒤를 이어 김태준(金台俊)의 ≪조선소설사 朝鮮小說史≫가 출간되는데, 이 두 글은 한국 고소설(古小說)과 중국 소설과의 연계를 구체적으로 개진한 것으로서 풍부한 자료와 함께 우리 문학의 향토색 및 문학사적 의의까지 언급하고 있어 한·중 비교문학연구사에 있어서 큰 획을 그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서구의 새로운 비교문학 이론이 도입되면서 1950년대 중반기에는 많은 비교문학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성의(朴晟義)의 <한국소설에 끼친 중국소설의 영향>(고려대학교논문집, 1955), <한국시가(韓國詩歌)와 한시문(漢詩文)>(문리논집 1, 고려대학교, 1956), <비교문학적 견지에서 본 금오신화와 전등신화>(문리논집 3, 고려대학교, 1958)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재수(李在秀)의 <한국소설발달단계(韓國小說發達段階)에 있어서의 중국소설의 영향>(경북대학교논문집 1,1956), 이경선의 <송강가사(松江歌辭)의 비교문학적 요소>(문리대학보, 부산대학교, 1958),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과 수궁경회록(水宮慶會錄)>(문리대학보, 부산대학교, 1958), 이능우(李能雨)의 <한중율문(韓中律文)의 비교>(현대문학 5권 3호, 1959) 외 다수의 논문들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영향 연구 위주였고 연구자의 대부분이 국문학자였는데, 그 특징으로 금오신화-전등신화, 홍길동전-수호전(水滸傳), 군담소설(軍談小說)-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춘향전(春香傳)-서상기(西廂記)간의 관계 고찰로 그 영향의 수수관계가 도식화된 점, <홍길동전>의 문학적 배경으로 <수호전>·<서유기 西遊記>·<삼국지연의>·<전등신화> 등이 복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시가의 경우에는 주로 중국의 굴원(屈原)·도연명(陶淵明)·이백(李白)·두보(杜甫)·소식(蘇軾) 등이 언급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시기 한국 고전문학에 있어서 비교문학 연구의 적용은 대체로 중국 문학과의 관련하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학자들이 비교문학 분야를 두 문학간의 만남, 의존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프랑스 비교문학 이론을 받아들여 내용의 유사성을 기초로 하는 비교를 행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행한 비교의 방법으로는 스토리·주제·모티프·결구·인물·시구 등의 대비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적인 대비를 통해 겉으로 인식할 수 있는 유사성을 추출하여 이것으로 우리의 작품이 중국의 어떤 작품의 영향 아래 지어졌음을 단정했다. 이러한 우리 고전문학에 대한 비교문학 적용방식에 보이는 특징은 1960∼1970년대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1960년에 나온 논문들 중 특기할 만한 것은 이능우의 <중국소설류(中國小說類)의 한래기사(韓來記事)>(논문집 7, 숙명여자대학교, 1968)가 중국 소설이 한국에 들어온 연대를 추적한 글로서 문헌목록의 정리로는 처음 시도된 것으로 의의가 있다.

또한, 시 분야에서는 서수생(徐首生)의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 미친 시경(詩經)의 영향>(경북대학교논문집 9,1965)이 ≪시경≫의 한국적 전래와 아울러 ≪시경≫의 서사적 내지 아송적(雅頌的) 구조가 역성혁명(易姓革命)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용비어천가>에 그대로 적용되었다는 것을 주변 문헌을 통하여 논증하고 있다.

조재억(趙載億)의 <한국시가(韓國詩歌)에 끼친 도연명(陶淵明)의 영향>(文湖 5, 건국대학교, 1969)과 조승관(趙勝觀)의 <한국문학상의 소동파(蘇東坡)>(국어국문학논문집 5, 동국대학교, 1964)도 한문학·가사·시조에 투영된 도연명과 소식의 영향을 살핀 논문으로 자료로서도 의의가 있다.

1960년대의 비교문학은 1950년대의 비교문학 연구의 양상을 이어받으면서 보다 구체화되었으며, 또한 인도·일본과의 관계도 언급되기 시작하여 중국과의 영향 관계만 다루던 종래의 양상에서 한 걸음 나아갔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는 1960년대에 이어서 시문학에서는 개인 작가 이태백(李太白)·소동파·도연명과 한국 시가와의 연계를 다루었고, 소설 문학에서도 종합적인 테마보다는 <등목취유취경원기 縢穆醉遊聚景園記>와 <만복사저포기 萬福寺樗蒲記>, 또는 <수호전>과 <홍길동전>과 같이 훨씬 세분화된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대표적인 논문들로는 소설 분야에 정규복(丁奎福)의 <구운몽(九雲夢)의 비교문학적 연구>(인문사회논문집 16, 고려대학교, 1970)와 이경선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한국전래(韓國傳來)와 정착(定着)>(논문집 4, 한양대학교, 1971), 이혜순의 <중국소설이 한국소설에 미친 영향>(국어국문학 68·69, 국어국문학회, 1975) 등이 있다.

시 분야에는 차주환(車柱環)의 <시가(詩歌)를 통해 본 한중문학사상(韓中文學思想)>(한국사상대계 1, 성균관대학교, 1973)과 이창룡(李昌龍)의 <고려시인(高麗詩人)과 도연명(陶淵明)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고찰>(학술지 16, 건국대학교, 1973) 등이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그 동안의 업적들이 축적되어 여러 편의 저서들이 간행되기도 했다.

이경선의 <삼국지연의의 비교문학적연구>(1971)는 그 동안의 단행논문을 모아 엮어놓은 연구저서로, 원천연구·매개연구·영향연구 등 비교문학적 방법의 틀에 맞추어서 엮은 것이 특징이다. 한영환(韓榮煥)의 <전등신화와 금오신화의 구성비교연구>(1975)는 <금오신화>와 <전등신화>의 개개 작품끼리의 비교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

김현룡(金鉉龍)의 ≪한중소설설화비교연구 韓中小說說話比較硏究≫는 ≪태평광기≫가 한국설화와 소설에 끼친 영향을 문헌학적 방법에 의하여 찾고자 하였다.

1970년대에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비교문학의 성과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비교문학적 고찰에서 작품의 유사성이나 공통점이 곧 영향일 수 있는가와, 비교문학적 고찰이 작품분석에 근거하지 않고 양자가 별개의 것으로 이원화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구체적으로 과거 논의의 초점이 되었던 <금오신화>·<홍길동전> 등이 전통적 요인들에 의해 자생되었음을 밝혀 <전등신화>·<삼국지연의>·<수호전> 등이 이들 작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비판하였다.

1980년대에 출간된 논저로는 이상익(李相翊)의 <한중소설(韓中小說)의 비교문학적연구>(1983), 이창룡의 <한중시(韓中詩)의 비교문학적연구>(1984), 한영환의 <한중일소설(韓中日小說)의 비교연구>(1985), 김창룡의 <한중가전문학(韓中假傳文學)의 연구>(1985) 등이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의 한중문학의 비교는 과거처럼 중국 장편 대작 중심 일변도에서 벗어나 명대 단편, 만청소설(晩淸小說)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중국 통속소설의 번역본에 대한 세밀한 교주를 통해 번역양상과 그 의의를 밝히는 작업이 이루어졌다(박재연, 조선시대 중국통속소설 번역본의 연구, 외국어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93).

또한, 일반문학적 방법론에 의해 세계적인 시각으로 우리의 문학 혹은 문화장르를 조망해보고자 하는 시도도 행하여지고 있는데, 그 예로 김학주(金學主)의 <당악정재(唐樂呈才) 및 판소리와 중국의 가무극(歌舞劇) 및 강창(講唱)>(한국사상대계 Ⅰ, 1973), 김열규(金烈圭)의 <바리데기>(비교문학 및 비교문화 1, 1977)와 이상일(李相日)의 <거리굿 형식으로서의 길놀이와 슈필수트라세>(비교문학 및 비교문화 2, 1978) 등을 들 수 있다.

비교 대상국이 제3세계 문학으로 확대된 것도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에 이르러 나타난 특색이다. 조동일(趙東一)의 <비교문학의 방향전환을 위한 제언>(비교문학 12집, 1987)에서 처음 제기된 이 주장은 1990년대에 들어와 ≪제3세계 문학연구입문≫(1991)으로 보다 구체화되었다.

또한 주로 현대문학자의 관심 대상이었던 한일문학 관계도 조선조 후기 통신사문학에 대한 새로운 조명으로 고전문학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유학생 또는 해외 비교문학자의 한국 문학 연구는 대체로 현대문학에 집중되어 있으나 김병민의 ≪북학파문학과 청대문학의 관계연구 北學波文學與淸代文學之關係硏究≫(1992) 같은 것은 관련 지역 실제 답사를 통한 사실 추적에도 힘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대문학의 비교문학적 연구

방 티겜의 ≪비교문학≫과 웰렉·워렌 공저인 ≪문학의 이론≫이 번역, 소개되던 1959년을 전후하여, 국문학계에서도 비교문학의 방법에 입각한 연구논저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효석(孝石)과 에로티시즘(Eroticism)>(鄭漢模, 1956), ≪한국 근대시(韓國近代詩)의 일반문학적 고찰(一般文學的考察)≫(金烈圭, 1962), ≪시학평전 詩學評傳≫(宋稶, 1963)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저서들은 대체로 일반문학적 차원에서 대비의 방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송욱의 ≪시학평전≫의 경우에는 동서문학 배경을 비교하여 그 차이와 대조되는 면을 밝혀보고자 하였다.

1960년대 말엽에는 비교문학에 관심 있는 새로운 신진들에 의해 한국비교문학회의 활동과는 별도로 개별적인 연구논저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1969년 11월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의 논집으로 간행된 ≪한국근대문학연구 韓國近代文學硏究≫(金烈圭·李在銑·金㶅東·金容稷)를 전환점으로 이 분야의 논저들이 계속 이어졌다.

≪한국근대문학연구≫는 그 부제에서 ‘일반문학적 시고(一般文學的 試考)’라고 했듯이, 시·소설·평론 및 문장론을 분야별로 분담하여 한국 근대문학이 지닌 일반문학적 양상에 대한 사례 연구를 원칙으로 하여 탐색하였으며, ‘원천(源泉)’ 및 ‘영향(影響)’의 문제도 실증적인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1970년대 초에도 계속해서 비교문학 방법론에 입각한 논문 및 저서들이 간행되었는데, ≪한국문학의 비교문학적 연구≫(김학동, 1972), ≪19세기 동서문학(東西文學)≫(尹永春, 1973), ≪한일문학(韓日文學)의 관련양상(關聯樣相)≫(金允植, 1974), ≪한국근대번역문학사연구 韓國近代飜譯文學史硏究≫(金秉喆, 1975) 등이 있다.

박사논문으로는 양염규(梁濂奎)의 ≪동서시가(東西詩歌)의 비교연구≫(동국대학교, 1973)와 박항식(朴沆植)의 ≪동서문학수사(東西文學修辭)의 비교연구(比較硏究)≫(동국대학교, 1975)가 있다.

김학동의 ≪근대문학의 비교문학적 연구≫는 프랑스 비교문학의 방법에 입각하여 우리의 근대문학사 기술 도중에 필요한 문헌상에 나타난 외국 문학의 사조와 외국 작가 및 작품의 번역과 소개 내용을 실증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윤영춘과 김윤식의 저서는 둘 다 일반문학적인 입장에서 대상 나라의 문학을 비교, 대비해나가면서 각 민족문학의 특수성을 밝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국근대번역문학사연구≫는 서구 문학의 이식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 번역 작품들을 총체적으로 점검하여 통시성의 차원에서 다룬 것으로 한국 비교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계명대학교 동서문화연구소에서 간행한 ≪비교문학총서≫(1979∼)는 세계문학적인 입장에서 동서양의 문학을 비교, 종합하여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그것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22개의 항목을 설정하여 성격이 유사한 것들을 묶어 5권으로 나누었다. 내용은 제1권은 문학의 개념, 장르, 문학사의 시대구분, 문학사, 각국 문학의 특질이다.

제2권은 문학비평, 문학연구방법론, 비교문학으로, 제3권은 문예사조, 종교와 문학, 사회와 문학, 자연과 문학으로, 제4권은 신화, 서사시, 소설, 희곡으로, 제5권은 문체론, 수사학, 정형시, 자유시, 교술운문, 산문·에세이·수필, 우의, 6개국 문학용어대조표, 세계문학연표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단행본 논저로는 ≪한독문학비교연구 韓獨文學比較硏究 1·2·3≫(이유영·김학동·이재선, 1976∼1982)·≪서양문학번역논저연표 西洋文學飜譯論著年表≫(김병철, 1978)·≪한미문화(韓美文化)의 교류(交流)≫(金㶅東·李在銑·金容權·李承旭·金泰玉, 1979) 등이 간행되었다.

≪한독문학비교연구≫는 우리의 근대문학 형성 과정에서 독일 문학의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이입(移入) 경로와 수용 및 영향의 양상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자 하였다.

≪서양문학번역논저연표≫는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즉 광복 전까지의 서양 문학의 번역과 논저를 조사, 정리하여 작성한 연표로서 비교문학 연구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이다.

≪한미문화의 교류≫는 광복 후 수년간의 한미관계 가운데 특히 문화 교류, 그 중에서도 문학과 언어 현상을 중심으로 외래 문화의 수용과 전통 문화의 변이(變移)에 초점을 맞추었다.

문학 분야에서는 발신자·전신자 및 수용자의 세 국면을 검토함으로써 문화 내용의 정상적인, 혹은 왜곡된 수용 과정을 밝히고 있으며, 언어 분야에서는 미국 영어가 도입됨으로써 우리의 언어에 나타난 구조적 또는 지엽적 변화와 언어 습관의 변모를 검토하고 있다.

1980년에 접어들면서 비교문학 연구논저가 양적으로 급격히 증대되어, 김병철의 ≪한국근대서양문학이입사연구 韓國近代西洋文學移入史硏究≫ 2권을 비롯하여 ≪동서문화(東西文化)의 조류(潮流)≫(전규태, 1980)·≪비교문학 比較文學≫(이혜순, 1981)·≪한국근대시(韓國近代詩)의 비교문학적 연구(比較文學的硏究)≫(김학동, 1981)·≪동서비교시론≫(조운제, 1982)·≪비교문학론≫(김학동, 1984) 등이 있다.

그리고 ≪박용철의 하이네시 번역과 수용에 관한 연구≫(김효중, 1987)·≪비교문학총서≫(계명대학교 동서문화연구소 편, 1988)·≪한국에서의 로렌스의 수용-서지학적 연구 1930∼1987≫(김정배, 1988)·≪신동집과 영미시≫(이영걸, 1989)·≪자연주의 문학론 1·2≫(강인숙, 1987·1991) 등의 단행본 논저의 간행과 함께 200여 편에 달하는 비교문학 논문들이 학회지 및 기타에 발표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서 이혜순의 ≪비교문학≫과 김학동의 ≪비교문학론≫은 비교문학의 방법이론서이고, 나머지는 각 주제별 연구논저들이다. 특히 김병철의 ≪한국근대서양문학이입사연구≫(1·2)는 개화기 이후 한국근대문학에 미친 서구문학의 이입과정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그 시대의 서구문학에 관련된 평론을 중심으로 전신자적 태도를 시대별로 정리한 방대한 저술인 바, 비교문학의 선행 작업으로서 필수적인 지침서가 되고 있다.

박사논문들도 여러 편 나왔는데, 케빈(Kevin, O’Rourke)의 ≪한국근대시에 있어서의 영시의 수용연구≫(연세대학교, 1981), 한계전(韓啓傳)의 ≪한국근대시론형성(韓國近代詩論形成)에 관한 연구-외국시론(外國詩論)의 수용(受容)을 중심으로-≫(서울대학교, 1982), 성현자(成賢子)의 ≪신소설에 미친 만청소설(晩淸小說)의 영향-구마검(驅魔劍)과 자유종(自由鐘)을 중심으로-≫(이화여자대학교, 1985) 등이 있다.

1990년대에 이르러 비교문학은 서구 지향의 비교문학에서 방향 전환을 시도하여 그 연구의 영역(領域)을 보다 넓게 확대한다.

그것은 1991년 지식산업사에서 간행된 조동일의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에서 시도한 국문학과 제3세계 문학과의 대비 연구로서 보편적 일반문학론을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저자는 여기서 서양문학, 곧 세계문학이라는 전제를 거부한다.

서양 중심의 문학관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해야만 세계문학 일반의 보편적인 이론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비교문학에서 전통적인 영향 문학론을 부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한국 문학을 제1세계 문학, 곧 서양 문학 이론에다 맞춰온 것이 큰 잘못이라 하고 있다.

이와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으로서 같은 저자의 ≪세계문학사의 허실≫(지식산업사, 1996)이 간행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비교문학의 이론≫(이창룡, 1990)·≪한국문학사조론≫(김학동·장사선 공편, 1992)·≪비교문학≫(윤호병, 1994)·≪한국시의 비교문학≫(김장호, 1994) 등의 단행본 논저와 150편에 달하는 비교문학 논문들이 학술지와 기타에 발표되고 있다.

과제와 전망

비교문학 방법론이 도입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의 실정으로 볼 때, 현재까지 이루어놓은 비교문학의 업적은 과소평가될 수 없는 것으로, 그것은 문학사에서 국문학연구 방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분야를 비교문학이 담당하여 새로운 해석과 평가를 가능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구 비교문학의 발전이 민족적인 우월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동기에서 기인했던 것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오히려 우리 문학의 독창성을 부인하고 한국 문학을 외국 문학의 이식으로 보게 하는 부정적 역할을 하지 않았나 우려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 역시 비교문학 이론의 수용 단계에서 빚어진 오류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점은 세계문학적인 차원에서 반드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 문학은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온 일이 많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리의 찬란한 문학 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신의 표현으로서의 한국 문학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요즘에 와서야 우리의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여 해외에 알리는 일들이 시작되었다.

또한, 국문학계나 외국 문학계에서도 우리의 문학을 학문적으로 다루어 그 진가를 논문이나 저서를 통해 해외에 빛을 보이게 하는 시도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는 한국 비교문학계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하나의 실상이기도 하다. 또한 1970년대에 들어서는 문학과 사회, 문학과 회화, 문학과 음악 등을 다루는 비교문학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인접학문과의 관계 연구도 현대 비교문학의 가장 전망 있는 분야이다.

특히, 우리의 고전문학의 경우에 있어서 음악과 문학은 불가피한 결합을 이루고 있고, 미술의 경우도 시대의 변천을 민감하게 반영하며, 또 제화시(題畫詩)를 포함하고 있어 문학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깊은 연구가 요청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비교문학이 동남아시아 각국의 문학, 아랍 세계의 문학, 아프리카, 남미의 문학등 제3세계 문학에서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비교문학 이론의 미국·유럽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세계문학의 보편성을 논의하기 위한 대비를 서두르는 것이 앞으로 한국 비교문학에 부과된 큰짐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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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번역문학사연구』(김병철, 을유문화사, 1975)
『한국비교문학론고』(이경선, 일조각, 1976)
『비교문학』 Ⅰ·Ⅱ(이혜순, 중앙출판사, 1980)
『한국근대서양문학이입사연구』(김병철, 을유문화사, 1980)
『비교문학』(Weisstein, U., 이유영 역, 홍성신서, 1981)
『비교문학론』(김학동, 새문사, 1984)
『비교문학』(이혜순 편, 문학과 지성사, 1985)
『비교문학산고』(김태준, 민족문화문고간행회, 1985)
『한중문학비교의 연구』(정규복, 고려대학교출판부, 1987)
『비교문학의 이론』(이창용, 일지사, 1990)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조동일, 지식산업사, 1991)
『영향과 내발』(김채수, 태진출판사, 1994)
『비교문학』(윤호병, 민욱사, 1994)
Korean Literature In Cultural Context And Comparative Perspective(Cho, Dong­il, Jipmoondang,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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