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서쪽으로 50㎞ 정도 떨어져 있다. 유적은 완경사를 이루는 곳이어서 서북쪽 바닷가까지는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동굴의 옛날 입구는 무너져 매몰되어 있으며, 현재의 입구는 유적으로부터 1.2㎞ 가량 떨어져 있다.
빌레못동굴은 화산이 폭발한 뒤 용암이 흘러 지표에서부터 굳기 시작하면서 내부의 덜 굳은 부분이 경사면에 따라 서서히 이동할 때 이루어진 일종의 터널식 용암동굴로 2층, 3층으로 된 경우도 있다. 빌레못의 빌레라는 말은 제주도말로 ‘바위’를 의미한다. 실제로 동굴 입구에 연못이 2개 있다.
유적의 발굴조사는 1973년에 정영화(鄭永和) 등이 실시하였다. 발굴은 길이 11.3m, 폭 2m의 남북방향의 발굴갱과 길이 12m, 폭 1m의 동서방향의 발굴갱을 설치해 2개의 발굴갱이 모두 유적의 중심부를 지나게 해 유적의 성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유적은 넓은 광장의 형태로서 장축(長軸) 18m, 단축(短軸) 15m 가량 되는 불완전한 타원형이다. 유적의 층위는 모두 3개로 구분된다. 첫째 층은 맨 위층으로 반경 30㎝ 정도의 현무암이 깔려 있다. 층의 두께는 30∼50㎝로서 밑에는 작은 돌이 사이에 많이 있다.
둘째 층은 문화층[文化層]으로 중간층이며, 윗부분에는 동물화석들이 포함되어 있고 뗀석기[打製石器]도 함께 출토되었다. 이층은 입자가 작은 진흙과 잔돌, 제일 큰 것은 직경 20㎝까지 되는 돌로 형성되어 있으며, 층의 두께는 2∼95㎝이다.
셋째 층은 맨 밑에 있는 층으로 문화층이다. 이층은 직경 10㎝ 미만의 작은 돌과 진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위층의 지압(地壓)으로 단단한 상태이다. 층의 두께는 평균 70㎝ 가량으로 뗀석기가 발견되며, 동굴의 암반 위에 놓여 있다.
발굴에서 수집된 석기는 모두 현무암제이다. 대형석기인 찍개 3개, 박편도끼 4개, 격지석기〔剝片石器〕인 긁개 26개, 칼 12개, 첨기 2개, 송곳 1개, 부리형석기 1개, 홈날석기 2개, 톱니날석기 1개 등 모두 52점이 있다.
그 밖에 격지 49개, 돌날 2개, 몸돌 2개까지 합하면 총 105점이 수집되었다. 제1문화층에서 선각석편(線刻石片) 1점이 발굴갱 E7의 25㎝ 깊이에서 발견된 점은 독특하다. 동물화석으로는 갈색곰화석 1개체분, 적록(赤鹿)·노루 등의 화석이 발견되어 유적의 중요성을 더했다. 또한 옛날 입구 근처에서 숯이 발견되었다.
빌레못동굴 유적은 남한에서는 최초로 홍적세 동물화석과 함께 구석기가 발견된 매우 중요한 유적이다. 출토된 석기·동물화석·숯 등의 특징으로 보아 중기 구석기로 상대편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