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본은 현재 전하지 않고, 출간의 경위도 알려져 있지 않다. 1566년(명종 21) 순천에서 새긴 중간본이 전하고 있으나, 역시 서발이 없어 편찬의 경위를 상고할 길이 없다. 성현(成俔)의 『용재총화』에도 본서에 관한 언급이 보인다.
책에는 최해가 비점을 찍고 조운흘이 정선한 것으로 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선자(選者)를 먼저 적는 통례를 깨뜨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 최해가 죽은 해에 조운흘은 겨우 9세에 불과했으므로, 공동작업에 의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최해가 초선(初選)하여 비점을 더한 것을 뒤에 조운흘이 참고하여 『삼한시귀감』을 편집하면서, 최해의 비점을 그대로 옮겨놓았을 것이라는 추단이 가능하다. 또한 일본에서도 1698년 우리 중간본을 고쳐 간행되어 널리 읽혀졌을 정도로 평판이 높았다.
3권 1책. 목판본. 우리나라 최고의 시선집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도서관과 일본 국회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내용은 신라 최치원(崔致遠)으로부터 충렬왕 때 이제현(李齊賢)에 이르기까지 모두 64가(家 : 반복의 경우를 제하면 45가) 247수를 시체(詩體)와 작가에 따라 분류하였다.
권상은 오언, 권중과 권하는 칠언으로 구성하였고, 특히 권하는 칠언고시만으로 묶었다. 가장 많은 작품이 실린 작가는 각 체별로 모두 37편이 수록된 김극기(金克己)이고, 30여편의 이규보(李奎報), 38편의 이인로(李仁老), 24편의 최치원 등의 순서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홍간(洪侃)의 시가 무려 16편이나 수록되어 있어, 고려 한시문학의 위상검토에 좋은 시사를 준다. 또한, 여기 실린 작품들은 2∼3편을 제외하고 『동문선』에 그대로 수록되어 정선의 엄정성과 객관성을 방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