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대 풍습의 하나로 여름철에 가장 많이 하며 주로 밭에서 한다.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점에서는 도둑이라 할 수 있으나 일반적인 도둑과는 성격이 다르다.
행위의 주체가 여러 명이며 재미로 하는 것이고, 규모가 작은 먹을거리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장난 끼 서린 일종의 놀이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그 행위에 대해서 묵인해주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서리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대부분 체험하는 현상으로, 그것은 그들만이 소유하는 특권으로 인정되었다.
그 대상은 곡식이나 채소·과일 등의 먹을거리가 대부분이다. 곧, 밀·보리·콩·감자·고구마·가지·옥수수·단수수·오이·참외·수박·감·살구 등에서 닭서리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밀·콩·보리 서리는 주로 낮에 하고, 이를 제외한 모든 서리는 대개 밤에 한다.
서리를 하려면 아이들이 모여 누구네 밭에서 무엇을 서리할 것인가 모의를 하여 정하게 된다. 서리를 한 물건은 밖에서 여럿이 나누어 먹으며 집으로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설령, 서리를 하다 들킨다 하더라도 꾸중을 듣거나 나무라는 소리 몇 마디 듣는 정도이고, 때로는 주인이 몸소 따준 과일 몇 개쯤 들고 돌아오게 되어 있다. 또, 밤이 깊도록 공부하던 서당 학동들이 헛간에 들어가 닭서리를 하게 되면 훈장은 알고도 모르는 체 코고는 시늉으로 묵인하였던 것이다.
한편, 어른들이 노름방에서 출출해지면 밖으로 나가 닭서리를 해서 술안주로 삼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서리라기보다 도둑에 가깝다. 왜냐하면, 서리는 아이들에게만 묵인되었던 관용적 놀이이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였음직한 이 장난은 먹을 것이 흔하지 않았던 시대에 배도 채우고 재미도 느낄 수 있었던 애교스러운 도둑놀이였던 것이다.
요즈음은 크고 작든 간에 남의 물건에 손을 대면 절도죄로 몰리는 것이 상식이다. 서리는 지난날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관용되던 장난으로서 이러한 풍습에서 선조들의 넉넉한 인심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