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94면. 작자의 첫 시집으로 1946년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에서 간행하였다. 1933년부터 1938년까지 쓴 것을 수록한 것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있는 ‘위무위(爲無爲) 사무사(事無事) 미무미(味無味)’라는 구절이 시집 초두에 실려 있다.
전체를 3부로 나누어, Ⅰ부에 「비취단장(翡翠斷章)」, Ⅱ부에 「촛불」·「규녀(閨女)」·「연(蓮)」·「밀도(密桃)를 준다」 등 11편, Ⅲ부에 「가야금(伽倻琴)」·「가야금(伽倻琴) 별장(別章)」·「검무낭(劍舞娘)」·「파초(芭蕉)」·「바라춤」 등 11편, 모두 23편이 수록되어 있다.
Ⅰ부의 「비취단장」은 「밀도를 준다」와 더불어 작자의 처녀작으로서 1935년 『신조선(新朝鮮)』에 연의 구분 없이 총 19행으로 발표되었으나, 이 시집에서는 연을 구분하여 총 4연 25행으로 개작하였고, 다시 제2시집 『바라춤』에 본사(本詞)가 첨가되면서 서사(序詞)로 불리게 되었다.
Ⅱ부에 실려 있는 「돌팔매」란 시는 “바다에 끝 없는/물○결 우으로/내 돌팔매질을 하다/허무(虛無)에 쏘는 화살셈 치고서//돌알은 잠깐/물 연긔를 일고/금(金)빛으로 빛나다/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오오, 바다여!/내 화살을/어데다 감추어 버렸나?//바다에 끝 없는 물결○은/그냥 까마득할뿐”과 같이 허무의식(虛無意識)과 ‘금빛’으로 상징되는 순간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노래했다.
노장(老莊)과 불교 등의 동양사상과 발레리(Valery, P.)의 영향을 사상적 토대로 하고 있는 신석초의 시는 철학적 사유의 깊이, 대립되는 자질들의 충돌에서 오는 긴장, 그리고 균제된 형식미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적 개성은 인간과 예술, 성(聖)과 속(俗), 정신과 육체,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등의 상반된 명제들 사이에서 신석초가 터득한 균형 감각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이 시집은 이러한 신석초의 문학적 경향에 대한 단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