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년(애장왕 5)에 제작되었다. 1948년에 출토되어 1949년오대산 월정사(月精寺)에 이관, 보존되어 오던 중 6·25전란으로 월정사가 소실될 때 함께 파손되어 그 일부만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되었다. 그러던 중 2002년도에 국립춘천박물관이 개관하자 다시 강원 지역으로 돌아왔고, 현재는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다.
이 종은 총고(總高) 122㎝, 종신고(鐘身高) 96㎝, 구경(口經) 68㎝ 크기의 중종(中鐘)으로 출토 당시 철제현색(鐵製懸索)이 그대로 붙어 있었으며, 종신의 내부에 이두(吏讀)로 된 명문(銘文)이 있어서 주종(鑄鐘) 연대는 물론 승려·시주자 등 주성(鑄成) 관계 인물들을 알려 주고 있는 매우 귀중한 종이다.
또한 이 종은 국내에 남아 있는 범종 중 상원사종(上院寺鐘, 725)·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 771)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종으로, 이들 2구의 종처럼 웅장한 편은 아니나, 종의 형식은 전형적인 신라종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세부의 표현 수법은 실상사파종(實相寺破鐘)과 매우 비슷하다.
균형감과 장식수법이 돋보이는 이 선림원지종은 전체적으로는 세장한 편이며, 음통(音筒)을 휘감은 단룡(單龍)의 종뉴(鐘鈕) 아래에 다소 볼록한 듯한 정부(頂部)의 종신(鐘身)이 연결된 형태로, 그 종신형은 견부(肩部)에서 벌어지며 내려오던 선이 종복(鐘腹)에 이르러서는 구연부(口緣部)를 향해 약간 오므라드는 듯한 선형(線形)을 그리고 있다. 음통은 3단구조인데, 표면에는 연판문(蓮瓣文)으로 섬세하게 조식(彫飾)되었다.
종신의 구조는 윗부분에 이중원권문(二重圓圈文)의 상대에 반원권문 연화보상화(蓮花寶相花)의 4유곽(乳廓)이 붙어 있으며, 그 아래 종복 부분에는 2체의 쌍주악 비천상(飛天像)과 2개의 이중원권연화문(二重圓圈蓮花文) 장식의 당좌(撞座)가 교대로 배치되었고, 아랫부분에는 19구의 불좌상(佛坐像)이 조각된 하대가 있는 구조이다.
비천상은 구름 위에서 천의(天衣)자락을 흩날리며 연화좌(蓮花座)에 앉아 횡적(橫笛)과 요고(腰鼓 : 장구)를 연주하는 모습인데, 구름과 천의자락·자세 등에서 아직은 생동감이 엿보이며, 특히 피리를 부는 비천상은 실상사종의 비천상과 거의 같은 모습이다.
대체로 이 종은 안정감과 균형감이 있으며, 세부 문양도 고부조(高浮彫)의 돋을새김으로 섬세함과 장식성이 농후한 편이다. 이 종은 현재 비록 부분만 남아 있지만, 음통과 종신형·상하대·4유곽 및 비천상을 갖추고 있어서 상원사종·성덕대왕신종과 함께 그 뒤의 한국종(韓國鐘)의 규범을 이룬다는 점에서 공예사상 의의가 있으며, 주악비천상과 하대의 불좌상은 9세기 초의 불교조각양식을 살펴보는 데에 기준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두명문은 인명·관직·지명 등을 알려 주고 있으므로 신라금석문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