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권 1책. 목판본. 1705년(숙종 31) 아들 세연(世衍)이 편집, 간행하였다. 권두에 홍세태(洪世泰)의 서문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
모두 205수의 시가 실려 있다. 한시의 각 체가 구비되어 있고 소재와 시상이 풍부하다. 고시체인 「고우(苦雨)」에서는 장마로 운신을 못하는 생활의 궁핍함과 새어드는 비를 막을 수조차 없는 무기력함을 묘사하였다.
「억계룡산(憶鷄龍山)」은 계룡산을 추억하며 특히 인상 깊었던 설봉(雪峰)과 오송대(五松臺)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작품이다. 또한, 계룡산의 경치를 읊은 「온천궁(溫泉宮)」과 「청학편(靑鶴篇)」에서는 신선을 동경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단렴가(短斂歌)」는 시격을 변화시켜 우리나라 특유의 한시 가사체를 적용한 작품이다. 산중 생활의 적막함과 사람이 겪어야 할 생애의 고뇌를 잘 그리고 있다. 「지장암(地藏菴)」과 「승가사(僧伽寺)」에서는 오래된 사찰에서 규율에 얽매어 생활하는 승려의 애련한 정경과 고대 미술의 아름다움을 대비시켰다.
「새하곡(塞下曲)」·「교행(郊行)」·「궁사(宮詞)」 등은 이백(李白)의 작품을 모작해 인간 감정의 섬세함을 표현한 것이다. 「한양행(漢陽行)」 7수는 한양으로 가는 도중에 수시로 바뀌는 정경을 읊은 것이다.
「칠석(七夕)」은 견우직녀 전설을 소재로 천상과 인간의 애정 표현이 다름을 묘사한 것이다. 「대가행인경궁초정(大駕幸仁慶宮椒井)」은 초정에 행차하는 임금의 거동을 묘사한 것이다. 이밖에도 저자의 기발한 시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