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전체 높이 128.3㎝, 종 몸체의 높이 9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제작기법이나 양식에서 있어서 고려시대의 우수한 대표적 범종이다.
종의 형태를 살펴보면, 용뉴(龍鈕)는 신라종의 용뉴와는 달리 여의주(如意珠)를 물고 고개를 들어올린 형상이다. 용통(甬筒)은 신라종과 유사하게 5단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앙의 1단을 제외한 각 단의 문양은 동일하며 중앙의 1단은 종의 상대(上帶)와 하대(下帶)의 문양과 같다.
종정(鐘頂)의 천판(天板) 둘레에는 신라종에 보이는 연판대(蓮瓣帶)를 두른 점이 주목된다. 상대와 하대는 연주문(連珠文) 사이에 보상당초문(寶相唐草文)을 조각하였고, 유곽(乳廓)은 단순한 보상화문대(寶相花文帶)로 조식(彫飾)하였다.
유곽 안에는 원형의 8판 연화좌(蓮花座) 위에 도드라져 있는 9개의 유두(乳頭)를 배치하고, 종신에는 2개의 당좌와 2개의 비천을 배치하였다. 당좌는 원형의 자방(子房)을 갖추고 그 주변에 8판의 연판을 둘렀으며, 연판 주위에는 작은 연주문대로 처리하였다. 그리고 다시 그 외곽에 인동당초문대를 두르고 가장 외곽에 있는 선에는 굵은 연주문대로 처리하였다. 이와 같이 특색있는 당좌의 형식은 신라 범종에 보이는 형식을 이어받은 듯하다.
그리고 비천상이 신라종과 달리 당좌 사이에 각 1구씩 배치된 점 또한 이 종의 특징이다. 비천은 구름 위에서 합장하고 꿇어앉아 승천하는 자세로 돋을새김된 우수한 조각이다.
유곽 밑에 위패형 명문곽(銘文廓)을 설치하여 그 속에 ‘聖居山天興寺鐘銘 統和二十八年庚戌二月日(성거산천흥사종명 통화이십팔년경술이월일)’이라는 명문을 새겼다. 이와 같은 위패형 명문곽은 고려시대에 나타나는 새로운 양식이다.
이 명문에 보이는 성거산은 『동국여지승람』권16 직산현(稷山縣) 산천조(山川條)에 의하면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에 있는 산으로, 고려 태조가 이 산 위에 오색의 구름이 걸쳐 있는 것을 바라보고 성거산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또한 천흥사는 성거산 밑에 고려 태조 4년(921)에 창립하였다는 사찰이다. 요나라의 연호인 통화 28년은 1010년(현종 1)에 해당되는데, 이 해에 이 종이 주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