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해야 할 중요한 역사적 · 학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세계적 유산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문화유산(文化遺産) · 자연유산(自然遺産), 그리고 문화와 자연의 요소가 서로 합쳐진 혼합유산(混合遺産) 등 세 가지 종류의 유산이 있으며, 이의 지정을 위해 국제적인 전문학술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협약은 일명 ‘세계유산협약(世界遺産協約)’으로도 불려지고 있다.
세계유산의 등재과정은 이 협약의 선정기준에 의거, 각 국가별로 희망하는 유산이 신청되면 서류심사를 거쳐 유산의 문화적 · 학술적 · 미학적 가치를 검토하고, 이를 통과한 후보지에 대해 국제기념물유적이사회(ICOMOS)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위촉한 조사단이 현지에 파견되어 실사를 하게 되어 있다.
이 실사를 통과한 유산에 대해 최종적으로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世界遺産委員會)에서 등재 여부를 의결하게 된다.
2020년 현재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유산은 총 1121개로, 문화유산 869개, 자연유산 213개, 복합유산 39개이다.
세계유산협약 가입국가들은 자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문화의 우월성을 외국에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아울러 문화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수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작성되는 유산목록에는 모두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세계유산목록’은 전세계 인류의 공동재산으로 지정된 유산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보존 · 복구 등 특별관리되고 있는 문화 및 자연유산의 목록을 의미한다.
둘째, ‘잠정목록’은 세계유산협약 가입국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기를 희망하는 문화 및 자연유산 후보지의 목록을 가리킨다. 각 국가들은 반드시 잠정목록을 사전에 제출하여야 하고, 매년 7월 1일까지 이들 후보지 중 세계유산으로의 등재를 희망하는 유산에 대해 정식신청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2020년 현재 한국은 강진도요지, 설악산천연보호지역, 남해안일대 공룡화석지, 염전, 서남해안 갯벌, 대곡전암각화군, 중부내륙산성군, 외암마을, 낙안읍성, 우포늪, 한양도성,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 가야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올려놓았다.
셋째, ‘위험에 처한 유산목록’은 세계유산으로 이미 등재된 유산 중 자연재해나 전쟁, 지역개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원형이 파손될 위험에 처한 유산의 목록을 의미하는데, 매년 정기총회에서 이들 유산에 대한 복구, 보존에 대한 특별한 보고를 청취하게 되어 있다.
현재 전세계에 걸쳐 53개의 유산이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특별관리되고 있다. 이 중에는 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본 옛 유고의 역사도시,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Angkor Wat), 미국의 옐로 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의 발상지였던 갈라파고스(Galapagos)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해당국가가 이들 유산에 대한 적절한 보존정책을 취하지 않거나 국제적인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형의 상당 부분이 파손되어 등재시 고려되었던 가치가 손상되었을 경우, 세계유산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도록 되어 있다.
1995년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제19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경주의 석굴암과 불국사, 합천 해인사의 경판전, 팔만대장경과 해인사 일원, 그리고 서울의 종묘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997년 12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총회에서 수원의 화성과 서울의 창덕궁을 추가로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켰다.
이후 2000년 12월 호주 케언스에서 개최된 제24차 총회에서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 · 화순 · 강화 고인돌이 등재되었고, 2009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제33차 총회에서 조선 왕릉 40기가 등재되었으며, 2010년 8월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개최된 제34차 총회에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등재되었다. 최근 2014년 6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제38차 총회에서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신규 등재되었다.
한편, 자연유산으로 신청한 설악산은 보존정책 및 동식물 서식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미비하여 세계유산으로의 등재가 보류된 상태이다. 그러나 2007년 6월 27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 (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이라는 이름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3개 지역이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21년 7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을 자연유산에 등재하였다. 한국의 갯벌은 2천여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된 ‘석굴암’은 통일신라시대의 불교예술의 정수로 극동 아시아 불교예술의 걸작품이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불교사찰인 ‘불국사(사적 및 명승, 1963년 지정)’에는 다보탑(국보, 1962년 지정) · 삼층석탑(국보, 1962년 지정) · 연화교 및 칠보교(국보, 1962년 지정) · 청운교 및 백운교(국보, 1962년 지정) · 금동비로자나불좌상(국보, 1962년 지정) ·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1962년 지정) 등 6종의 국보가 소장되어 있다.
특히 불국사는 불교 교리가 사찰 건축물을 통해 잘 형상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아시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건축미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석굴암과 불국사’를 일괄적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였는데 그 기준은 세계유산 등록기준 중 제I항(창조적 천재성으로 이룩된 걸작품)과 제IV항(인류역사의 발달단계를 보여주는 건축물 또는 조경)을 적용하였다.
세계 목판인쇄술 발달과 불교사상의 중요한 근원지인 법보사찰 해인사(사적 및 명승, 1966년 지정)는 대장경판(국보, 1962년 지정)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인 화엄도량이다. 총 8만1258판에 이르는 팔만대장경과 이를 봉안하고 있는 장경판전(국보, 1962년 지정)은 고려 호국불교(護國佛敎)의 대표적인 유산이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전세계 불교경전 중 가장 중요하고 완벽한 경전이고 고도로 정교한 인쇄술의 극치에 달해 있으며, 경판전은 대장경의 부식을 방지하고 이를 온전히 보관하기 위해 15세기경 건축된 건물로 보존과학의 예지를 잘 반영하므로 해인사 일원과 장경판전 · 팔만대장경을 일괄적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IV항과 Ⅵ항(행사 · 생활전통 · 사상 · 신념 · 세계적 예술 및 문학작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산)을 적용하였다.
특히 해인사 장경판전은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고도의 과학적 소산물로 높이 평가하였다. 따라서, 만약 자연환경의 변화나 근처 산간지의 개발로 판전의 보존능력이 상실되어, 팔만대장경을 타지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세계유산으로서의 자격 유지가 어렵게 되기 때문에 가야산 근처의 인위적인 개발이나 변형을 최대한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 추존 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하고 있는 ‘종묘(사적, 1983년 지정)’는 정전(국보, 1985년 지정) · 영녕전(보물, 1985년 지정) 등이 위치한 조선시대의 대표적 건조물로, 절제된 건축미와 엄숙한 제례의식, 유현한 분위기가 감도는 영원의 공간이다.
조선 초기부터 현재까지 매년 종묘제례가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역사현장이며 제례에 사용되는 종묘제례악이 유명하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6세기 이래로 원형보존되고 있으며 제왕(諸王)을 기리는 유교적 사당의 표본이 되며 전통의식과 행사가 이어지고 있어 등록기준 제III항(고대문명 또는 문화적 전통에 관한 독특하고 탁월한 증거가 되는 유산)을 적용, 세계유산적 가치를 인정하였다.
‘화성’은 조선 정조의 명에 의해 조성된 신도시의 이름인 동시에 그 도시 외곽을 감싸는 성곽의 호칭이다. 정조는 당시로선 가장 근대적인 신도시를 건설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당시 31세에 불과했던 신진학자 정약용(丁若鏞)에게 성곽건설을 책임지게 했으며, 2년 반 만인 1796년(정조 20) 여름에 완공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비록 18세기에 완공된 짧은 역사의 유산이지만 동서양의 군사시설이론을 잘 배합시킨 독특한 성으로서 방어적 기능이 뛰어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약 6㎞에 달하는 성벽 안에는 4개의 성문이 있다.
또한 모든 건조물이 각기 모양과 디자인이 다른 다양성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여 등록기준 제Ⅱ항(건축 · 예술 · 도시계획 · 디자인 등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인류가치의 중요한 교류현상을 보여주는 유산)과 제Ⅲ항을 적용하여 세계유산으로 승인하였다.
조선왕조의 궁궐로 태종이 1404년 경복궁 동쪽에 이궁(離宮)으로 조성한 ‘창덕궁’은 한국의 대표적인 궁정 건축물로 손꼽히고 있다. 창덕궁에는 인정전(국보, 1985년 지정) · 대조전(보물, 1985년 지정) · 선정전(보물, 1985년 지정) 등이 있으며 왕가의 정원인 후원, 즉 비원(秘苑)은 한국의 전통정원의 조형미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동아시아 궁전 건축사에 있어 비정형적 조형미를 간직한 대표적인 궁으로 주변 자연환경과의 완벽한 조화와 배치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선정기준 제II항 · 제Ⅲ항 · 제Ⅳ항을 적용, 이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였다.
2019년 유네스코 제43차 회의에서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등 9곳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유산 14건을 보유하게 됐다. 석굴암 ·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년), 창덕궁, 수원 화성(이상 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 · 화순 · 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2018년) 등이 앞서 등재됐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만 자연유산이고, 나머지는 모두 문화유산이다.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는 해당 유산이 자국의 유산임에 동시에 전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유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보호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기관 내에 이를 보호하는 특별부서와 관련법을 제정하고 관리인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아울러 각 국가는 해당 유산의 보호상태를 검토한 보고서를 5년마다 유네스코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보존상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경우 이에 대한 보존 · 복원과 교육 및 훈련, 장비구입, 전문가 초청, 회의개최 등의 명목으로 세계유산기금의 일정액을 요청할 수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997년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 수원시 · 경주시 · 합천군 등의 지방정부 대표자와 문화유산 보존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 세계유산보호위원회’를 구성, 매년 2회의 정기회의를 개최하여 세계유산 보호와 관련된 여러 사업을 조정하고 있다.
인류 공동의 자산인 문화 및 자연유산을 다 함께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들이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하고 있다.
현재 155개국이 가입하고 있는데 한국은 1988년에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하였고, 북한은 1998년 가입하였다. 북한의 세계유산협약 가입은 우리 한민족의 문화 및 자연유산 분야에서 남북한 공동협력사업을 가속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북한지역의 문화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4년 7월 제2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고구려 고분군’이 등재되었고, 2013년 6얼 제37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개성역사유적지구’가 등재됨으로써 북한은 현재 2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