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 15세기 말∼16세기 초 작. 비단바탕에 담채(淡彩). 세로 190.6㎝, 가로 82.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달밤에 동자를 데리고 산책하는 고사(高士)의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이상좌의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그의 진작(眞作)이라는 근거는 없다.
왼편의 한쪽 구석에 치우친 변각구도(邊角構圖), 심하게 구부러진 소나무의 형태, 근경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원경을 시사적으로 나타낸 표현법, 인물묘사법 등은 이 그림이 중국 남송대 화원(畫院)의 마하파(馬夏派) 화풍을 따랐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근경의 언덕 묘사에 마하파의 특징적인 준법(皴法)인 부벽준(斧劈皴)이 보이지 않는 점이 주목된다. 근경의 언덕에는 소나무·매화·대나무가 그려져 있어 세한삼우(歲寒三友)의 소재를 연상시킨다.
바람에 날리는 솔잎과 덩굴, 고사의 옷자락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높여준다. 이 작품은 조선 초기에 수용되었던 남송원체화풍(南宋院體畫風)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