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투는 지방에 따라 투전(鬪牋)·투전(投箋)·수투전(數鬪牋)·팔대가(八大家)·팔목(八目)·수천(數千) 따위로 불리며 노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이 놀이에 쓰이는 투전 목은 한지를 서너겹 덧붙이고 여러 가지 글씨를 써서 들기름을 먹인 종이쪽으로, 길이가 15㎝, 너비가 1.3㎝ 정도 된다. 투전(鬪牋) 또는 수투전(數鬪牋)의 ‘전(牋)’은 투전 목의 모양이 종이쪽임을 나타내는 말이며, 투전(投箋)의 ‘투(投)’는 이를 놀 때 차례대로 한 장씩 빼어 방바닥에 던지는 데에서 온 것이다.
이 놀이는 서민층의 젊은 남자들이 노름으로 하는 짓고땡, 투전과는 달리 반드시 네 사람이 한패를 이루며 수투 목도 80장이다. 이 80장의 목은 사람[人]·물고기[魚]·새[鳥]·꿩[雉]·별[星]·말[馬]·토끼[兎]·노루[獐]의 여덟 종류로 나뉘고, 이것들은 다시 각기 1에서 10까지의 열 장씩으로 이루어진다.
사람·물고기·꿩 네 가지는 장(將) 9·8·7·6·5·4·3·2·1의 순서로 내려 먹지만 별·말·토끼·노루 네 가지는 장 1·2·3·4·5·6·7·8·9의 차례로 올려 먹는다. 장의 장은 ‘도통’이라고 하여 어느 장이든지 잡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각 수투 목 뒤에는 초서(草書)로 ‘落葉(낙엽)’이라고 휘갈겨 써서 이를 펴들어도 상대는 내용을 알 수 없다.
놀이방법은 먼저 수투 목을 잘 섞은 다음 첫 번째는 패의 연장자부터 3장씩 차례로 6번 떼고 7번째에서는 2장씩 갖는다. 따라서 한 사람이 20장씩 가지고 부챗살처럼 펴들고 노는데, 대개 좋은 쪽을 먼저 뽑아서 손바닥에 쥐고 차례대로 뽑아서 쌓아간다. 이렇게 해서 맨 아래쪽부터 펴들게 되므로 왼쪽으로 좋은 것이 몰리게 마련이다.
네 사람은 각자의 형편과 전략에 따라 목을 내며 이에 응수하는 4장 중에 같은 종류의 더 높은 수를 낸 사람(만약 ㄱ이 ‘사람 7’을 내었을 때 ‘사람 8’로 잡는 식이다.)이 4장을 먹어다가(이를 한 수라고 부른다.) 한 수씩 엎어놓는데, 이렇게 4장 한 수씩의 20번 놀이에서 수를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이 일등으로 ‘장원’이 되며 한 수도 못 먹거나 제일 적게 먹은 사람은 ‘조시’라고 부른다.
한 판이 끝나고 다음부터는 이긴 사람, 즉 선이 먼저 떼고 시작한다. 또 지방에 따라서는 수투의 일종인 ‘사오패’나 ‘곱새치기’ 또는 ‘두수치기’를 할 때에 자기 몫을 내면서 그 숫자를 노래 조로 부르는데 이를 ‘수투불림’이라 한다. 한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주먹 같은 일자(一字), 일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일일송송 야밤중에 새별이 어인말고//도굿대 같은 이자(二字), 이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이등[丘] 저등 북을 치니 회월기생이 춤을 춘다//활촉 같은 삼자(三字), 삼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삼동가리 놋제같이 경상감사가 맞들었다//총자루 같은 사자(四字), 사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사촌은 팔촌이라 오촌은 당숙이다
//중놈 대가리 오자(五字), 오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오촌은 당숙이라 사촌은 팔촌이다//호래기같은 육자(六字), 육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육원 딴머리 각시머리가 노리개라//두 다리 동갠 칠자(七字), 칠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칠 년 대한 가뭄에 옥수같은 빗방울이 여기도 뚝떡, 저기도 뚝떡//개 발톱 같은 팔자(八字), 팔자나 한 장 들고 보니 팔십에 노인이 아홉 상좌 거느리고 나무 밑을 걸어간다
//두 눈이 꿈쩍 구자(九字), 구자나 한 장 들고 보니 구십에 노인이 팔상좌 거느리고 나무 밑을 걸어간다//이리저리 장자(將字), 장자나 한 장 들고 보니 장안의 광대 박광대, 오만 장이 내 돈이라.”
성대중(成大中)이 쓴 ≪청성잡기 靑城雜記≫에는 이 놀이를 장현(張炫)이 17세기 중엽에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수투 목의 형태나 놀이방법으로 미루어보아 우리 고유의 놀이였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