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본. 편자가 자필로 기록한 저서목록에 ‘악학습령’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형상의 10대손인 수철(秀哲)이 소장하고 있는 표지 없는 책을 심재완(沈載完)이 보고 그의 ≪교주역대시조전서 校註歷代時調全書≫에서 가칭 ‘병와가곡집’이라고 한 것이 그대로 통용되어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이라고도 한다.
편찬연대는 병와연보에 따르면 1713년이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시조작품 중에 영조 때 사람인 조윤형(曺允亨)과 조명이(趙明履)의 작품이 나오는 점과 곡목마다 끝에 이정보(李鼎輔)의 작품이 수록된 점으로 보아 편찬연대를 ≪해동가요≫보다 늦은 정조연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또한, ≪악학습령≫을 필사한 필적이 이형상의 것과 다른 두서너 사람의 것으로 되어 있어, 숙종 말에 이형상의 초고본에다 뒤에 두서너 사람이 더 가필하여 정조 때에 완성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연대의 확정에는 아직 문제가 남아 있다.
체재는 표지와 서문이 결손되어 있으며, 뒷면의 표지도 없다. 현재 전하는 총 장수는 107장이고, 매장 30행이며, 위아래 여백은 약 2㎝이다. 각 면은 15행, 1행 25자 내외이며, 각 작품의 첫 자는 올려 썼다.
제1장에서부터 제4장까지는 오음도(五音圖) 등이 수록되어 있고 다음에 백지 한 장을 끼우고 목록이 3장 있으며, 다음에 본문부 99장이 있다. 본문부는 13조목인데, 초중대엽 · 이중대엽 · 삼중대엽 · 북전(北殿) · 이북전(二北殿) · 초삭대엽 · 편삭대엽 · 삼삭대엽 · 삭대엽 · 소용(騷聳) · 만횡(蔓橫) · 낙희조(樂戱調) · 이삭대엽 등이다.
수록된 작품수는 총 1,109수로 유명씨 작품이 595수이며 무명씨 작품이 514수이다. 수록된 실제 작가의 수는 172명인데, 목록란에는 175명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다른 시조집에 비하여 삭대엽과 낙희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진본청구영언≫과 ≪해동가요≫를 보면, 초중대엽부터 초삭대엽까지 각각 1수의 작품만을 들고 있지만, 이 책에는 초중대엽 7수, 이중대엽 5수, 삼중대엽 5수를 실으면서 중대엽의 비중을 크게 하고 있다.
이중대엽은 숙종조까지 융성하던 것으로 시조창의 역사에서 보면 중요한 자료이다. 중대엽이 풍부하게 실려 있다는 것과 이형상이 언급한 창작연대를 존중하면, ≪악학습령≫은 가장 오래된 시조집이며, 가장 많은 작품이 수록된 시조집이다.
특히, 제3장 음절도에 나타난 ‘시조’라는 명칭은 ≪관서악부≫에서 보는 ‘시조’라는 명칭보다 이른 것이라는 점에서 시조명칭을 상고하기에 좋은 자료이다. 이 책은 이형상의 다른 유고들과 더불어 ≪이형상 수고본≫라는 명칭으로 1979년 보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