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범패승이었던 지선이 여러 의식집에서 영산재(靈山齋)·수륙재(水陸齋) 등에 관한 의식을 채록하고 보완한 의식집이다.
권말에 실린 발문에 의하면, 1660년(현종 1)에 지선이 전라도 무주 적상산 호국사(護國寺)에서 편찬하였으며, 이듬해인 1661년에 간행되었다.
2권 1책. 목판본. 『한국불교전서』 제12책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불교전서』 제12책에 수록된 호국사(護國寺)본 이외에 1713년(숙종 39) 보현사(普賢寺)본이 존재하는데 내용상 차이가 있다.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은 불교의식을 정리한 것으로, 호국사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권두에 1652년(효종 3)에 쓴 벽암 각성(碧巖覺性, 1575~1660)의 서문이 있고, 1658년(효종 9)에 청계(淸溪)가 쓴 증선장로서(贈禪長老序)가 붙어 있다. 그리고 권말에는 시주질(施主秩)이 첨가되어 있다. 전체는 권상과 권하, 부록으로 구성된다.
권상에는 영산작법(靈山作法)·중례작법(中禮作法)·결수작법(結手作法)·예수문조전원장법(預 修文造錢願狀法)·지반십이단삼주야배치차제규식(志磐十二壇三晝夜排置次第䂓式)을 수록하고 있는데, 주로 불보살에 대한 의식 절차를 설명한 것이다.
권하에는 승재시(僧齋時)·대례왕공시(大禮王供時)·운수단시(雲水檀時)의 작법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부록 2편을 두어 총림대찰사명일영혼시식지규(叢林大刹四名日迎魂施食之䂓)·성도재작법규식(成道齋作法䂓式)·설선작법절차(說禪作法節次) 등을 싣고 있다.
『오종범음집』에서 제시한 7불(佛)의 명호는 18세기의 괘불도상(掛佛圖相)을 정립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즉 18세기에는 석가불(釋迦佛)을 중심으로 다보여래(多寶如來)·아미타불(阿彌陀佛)·문수보살(文殊菩薩)·보현보살(普賢菩薩)·관음보살(觀音菩薩)·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이 등장하는 칠존도(七尊圖) 형식의 괘불이 유행하였는데, 이는 『오종범음집』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오종범음집』은 선교(禪敎) 양가에서 각기 다르게 행하던 의식절차를 하나로 통일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이 책에 의거한 불교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