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선』 제101권과 작자의 문집 『진일유고(眞逸遺藁)』 권4에 각각 전한다. 작자가 자신이라 자칭하지는 않았으나, 작중인물의 이력에서 보이듯 자신의 상황을 가탁(假托)해서 내용을 구성한 일종의 ‘탁전(托傳)’이라 할 수 있다.
성간은 명문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이름을 떨쳤으나, 자기가 불우하다고 생각하며 고민하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그와 같은 심정을 이 작품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용부(慵夫)’는 게으름뱅이라는 뜻으로, 세상이 잘못되어가는 것을 알고, 부귀를 자랑하는 무리에 대하여 반감을 느끼지만, 그런 장애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자신이 없어서 작중인물은 게으름뱅이가 되었다고 하였다.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살다가 어느날 문학이야말로 가장 큰 위안거리임을 발견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멍하니 살아가는 꼴을 주위에서 보다못하여 무당을 불러보기도 하였지만 치유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학문을 이룬 근수자(勤須子), 곧 부지런한 사람이 나타나 그 게으름병을 고쳐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용부는 근수자가 주장하는 부지런함의 효용을 반박하고 게으름의 유용함을 역설한다. 그러자 근수자는 술과 여자를 통하여 세상을 즐길 것을 권유하여 함께 놀이를 떠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으나 게으름을 가탁한 작품, 게으름을 표방하고 있는 은일군자의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게을러빠진 용부(慵夫)가 성실의 표상과 같은 근수자(勤須子)까지 깨우치면서 자신도 게으름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에 나아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내용을 그렸다. 성간의 「용부전」은 이규보의 「용풍(慵諷)」과도 관련되고, 성현의 「조용(嘲慵)」과도 유사하면서도 다른 측면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연스런 삶을 추구하였던 성간의 정신세계는 모든 현실세계의 욕망으로부터 이탈하여 문학을 통한 정신의 구원으로 이어졌을 것 같다. 문인이 자기의 개성과 고민을 표출시킨 탁전의 한 좋은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