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1월『조선문단』에 발표되었다. 을축년을 맞이하여 서두에 “소는 짐승 중에 군자다.”라면서 소의 덕을 기린 신년 수필이다.
작자는 소와 관련된 우리 민족의 전래 설화와 꿈 풀이 등을 예로 들면서, 우리 민족은 여러 짐승 중에서 특히 검은 소를 전통적으로 사랑하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한자로는 ‘청우(靑牛)’라고 표기하는 검은 소는 곧 푸른 소로써 그 색깔의 상징은 동방, 봄, 생명을 뜻하는 것으로 밝혀놓았다.
한편으로는 색깔이 갖는 이중적인 성격을 우리 민족의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들어 말하고 있는데 작자의 예리한 관찰력이 적절한 묘사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요컨대 검은빛은 동서양이 모두 흉한 것이라고 하지만, 처녀의 머리채·눈과 눈썹·숯·칠판·솥 등과 같은 것은 검은빛을 띠어야 오히려 신비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필에서 작자의 재치가 가장 번뜩이는 곳은 외양을 통하여 각종 동물의 성질을 유추해낸 대목이다. 쥐·할미새·돼지·토끼·고양이·수탉·뱀·개·말·당나귀·노새·족제비·다람쥐·여우·사자·호랑이·곰·코끼리·기린·하마·두꺼비·벼룩·모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짐승과 곤충의 외양 혹은 몸짓에서 작자가 기발하게 포착해낸 부정적인 성질은 소의 덕성스러움과 대조되어 한층 생동감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작자는 소가 가진 덕성을 소의 울음소리, 파리를 쫓으면서 휘두르는 꼬리짓, 외양간에서의 느긋한 새김질, 걸음걸이, 성냄, 한가로운 낮잠, 짐 지고 가는 모양, 밭 갈기, 그리고 도살되어 피와 살을 인간에게 모두 바치는 소의 운명에서 찾고 있는데, “소는 인욕(忍辱)의 아름다움을 안다. ‘일곱 번씩 일흔 번 용서’하기와, ‘원수를 사랑하며, 나를 미워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할 줄을 안다.”고 말하면서 신성에 근접한 동물로 칭송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작자는 소를 성인·예수·영웅·애국자·종교가 등에 비유하여 사람들이 동물에서 신성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소의 덕을 생각하고 배우도록 힘써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수필의 말미에 “소! 소는 동물 중에 인도주의자다. 동물 중에 부처요 성자다.”라고 하여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이 간직해야 할 성품을 암시하고 있다.
이 수필은 작자 특유의 계몽적 이성과 종교적 인생관을 엿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