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권 1책. 필사본. 저자가 천주교도였기 때문에, 우아한 문장으로 인정을 받으면서도 출간되지 못하였다. 시는 모두 244수가 수록되어 있다. 규장각 도서에 있다.
「영미춘야(湄春夜)」는 어느 봄날 꽃향기는 진동하는데 촉촉한 이슬에 젖은 밤공기는 차가워 적막함을 느끼게 한다는 내용이고, 「서루독와(書樓獨臥)」·「산중즉사(山中卽事)」·「산거만음(山居謾吟)」 등은 산중의 한가한 풍경을 읊은 시이다. 「등남산사(登南山寺)」·「망해(望海)」·「녹음(綠陰)」 등은 학자다운 기개와 포부를 한껏 웅장하고 화려하게 펼쳐보이고자 하였으나, 한편으로 애련의 정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매초고접(梅稍枯蝶)」과 「영촉(詠燭)」은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시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말년의 불운을 예언한 것 같다.
「유서팔영(柳絮八詠)」은 정처없이 방황하는 버들개지의 기묘한 운명과 모양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여 묘사한 것이고, 「병중서사(病中書事)」 16수는 병들어 누워 있으면서 자신이 하여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정리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