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진(柳致眞)이 쓴 계몽사극.
1950년 5월에 중앙국립극장 개관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진 5막의 희곡이다. 문일평(文一平)의 역사책 ≪호암전집 湖巖全集≫에 기술돼 있는 나당교전사(羅唐交戰史)를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의 배경은 시대가 신라 문무왕 때로 되어 있다. 문무왕 때의 나당관계는 광복을 전후한 시기의 열강과 한국과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다.
문무왕 때라면 신라가 당나라의 협력을 얻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뒤, 다시 당나라와 마주치게 된 때로서, 6∼7년 동안의 악전고투 끝에 당나라 세력을 물리치고 비로소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시기이다. 바로 그 때의 주역 중의 한 사람으로 당나라를 격퇴하는 데 용맹을 떨쳤던 소년낭도 원술랑의 파란만장한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김유신(金庾信)의 아들인 원술랑의 불타는 애국심과 무용담, 구슬아기와의 로맨스가 곁들여 짜여진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화랑도 원술의 개인적 운명비극인 동시에 유치진의 주체적 민족주의사상이 표출된 작품이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협조한 당나라가 신의를 저버리고 한반도를 정복하려고 했던 역사적 사실을 극화함으로써 미·소가 제2차세계대전 후 한국독립을 결의한 카이로선언과 포츠담4국회의를 어기고 분할, 군정통치를 한 사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한국인은 신라사람들이 당나라 세력을 몰아내기 위하여 싸웠듯이 외세와 용감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자명고 自鳴鼓>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실을 빌려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낭만적인 계몽사극으로, 당시는 민족대서사시로 불릴 만큼 웅장한 규모였다. 허석(許碩) 연출로 신협(新協)에 의해서 공연되었으며, 1주일 동안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여 연극중흥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