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는 대개 문신이 제진(製進)하여 왕의 열람 또는 청문을 거쳐 하자가 없으면 이를 서사(書寫)하고 보인(寶印)을 찍은 다음 송부(送付)한다. 하지만 유지는 담당 승지가 왕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그 내용을 직접 써서 자신의 직함과 성(姓)을 쓰고 수결(手決)한 다음 명령을 받는 이에게 송부하여 주는 중요한 왕명서이다.
유지는 그 자체가 곧 왕명이고, 그 내용은 국가 기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지의 전달과정에서의 실착(失錯)은 무거운 죄로 다스렸다. 유지는 왕조실록 등 관찬사서에도 전재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관계 있는 것이 적지 않으므로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게 평가된다.
현전하는 유지로는 규장각 도서 중에 임진왜란 당시에 발한 것이 25장 정도 보존되어 있으며, 조선 후기의 것도 약간 전하여지고 있다. 지방에도 임진왜란 전후에 유성룡(柳成龍)·권응수(權應銖) 등에게 내린 것을 비롯하여 약간의 유지가 전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