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한문 필사본1종, 국문 필사본 3종이 있다. 국문 필사본으로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있는 「윤디경전」과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의 ‘「윤지경젼」’, 하버드 소장본 「윤지경전」이 있으며 한문 필사본으로는 ‘「윤인경전(尹仁鏡傳)」’이란 표제로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윤지경전(尹知敬傳)」은 중종대의 실존 인물에서 김기동(金起東) 교수가 따온 표제이다. 하버드본 「윤지경전」은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燕京圖書館]에 소장되어 있으며 단책 69장이다. 각 이본 간 내용 차이는 없으나 결말 부분에 다소 차이가 있다. 김동욱본과 서울대본에 몇 가지 이야기가 첨가되어 있는 반면, 하버드본에는 애정 후일담과 주인공들의 죽음, 가문 및 자손 영화담이 생략되어 있다.
중종조에 윤현(尹鉉)이라는 재상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셋째인 지경이 가장 뛰어났다. 지경은 16세에 과거를 보아 진사가 되었는데 그의 이름이 온 세상에 진동하고, 구혼하는 사람이 구름 모이듯 하였다.
그해 여름에 전염병이 크게 돌자 윤 공은 지경을 데리고 전염병을 피해 종매부인 최 참판의 집으로 옮겼다. 지경은 최 참판의 두 번째 아내인 이 부인의 소생 연화 소저를 보고 반하게 된다. 지경과 연화는 잇따라 죽을 병을 앓고 난 후, 두 집안의 허락을 얻어 성례하기로 한다.
경빈(敬嬪) 박씨의 소생인 희안군(熹安君)은 윤 공에게 청혼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왕을 움직여 윤지경을 박빈의 소생 연성 옹주의 부마로 간택하도록 한다. 공교롭게도 지경과 연화가 혼인식을 거행하는 날 입궐하라는 교지가 내려진다.
이에 지경은 혼례식 자리에 나아가 연화와 합방을 한 후, 즉시 궐내로 들어가 부마로 간택되었다는 말에 대한 부당함을 강변한다. 왕은 윤 공 부자를 하옥시키고 최 공에게 파혼하라는 전지를 내린다.
지경은 왕의 뜻을 끝내 거절할 수 없어 옹주와 혼인을 했으나 옹주의 궁에 가지 않고 최씨와 함께 지낸다. 옹주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최 공과 윤 공이 둘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하여 최씨가 죽었다고 하며 거짓으로 장례를 지낸다.
지경이 최씨의 삼년상을 마치고도 잊지 못하여 최씨의 침소 앞을 배회하며 슬퍼하니, 최 공의 손자 선중이 최씨가 살아 있다고 하며 그녀가 있는 곳을 알려 준다. 지경은 최씨와 감격의 상봉을 한 후로 아예 조회(朝會)까지 참여하지 않고 최씨와 함께 지낸다. 이에 왕은 지경이 옹주를 박대한 죄를 친히 심문하고 각각 다른 곳으로 유배를 보낸다. 그럼에도 윤지경은 최씨에게 적소에서 지은 농산물을 보내는 등 끊임없는 애정을 표시한다.
이듬해 동궁에서 득세했던 간신들이 마침내 난을 일으키니, 왕이 주모자 박빈을 처형하고 복성군과 옹주 등은 유배를 보낸다. 그리고 지경의 몸을 보전하는 계책을 칭찬하며 부마 지위를 거두고 승지에 제수한다. 지경은 왕이 베풀어 준 은혜에 감사드리며 옹주를 풀어 달라고 청하여 옹주를 극진히 대접하니, 비로소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
이 작품은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조화시켜, 부당하게 부마를 간택하는 왕에게 완강히 저항하는 인물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남녀 주인공의 애정 문제에 애정을 억압하는 정치 권력의 횡포, 즉, 왕과 신하의 관계인 정치 문제를 대입하여 군신 관계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윤지경이 애정 성취를 이루는 방법은 왕권의 횡포와 폭력적인 권력에 맞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녀 주인공의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서사에서 봉건적 질서 이념인 ‘충’과 ‘절개’가 강조되지 않으며 ‘인륜’과 ‘도덕’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
더불어 이 작품에는 남녀 주인공이 겪는 시련을 해소하는 데 초현실적 세계관이나 조력자의 도움 없이 윤지경 자신이 직접 대응하여 목적을 성취하는 특징이 있다. 「윤지경전」에서 남녀 주인공의 애정 성취 과정에 일어나는 갈등 해소는 왕권에 도전한 윤지경의 노력과 의지에 의해 극복된다. 이는 기존의 애정소설에서 보이는 사랑의 쟁취를 위해 정절을 지키고 시련을 겪는 여성과 남성이 결합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윤지경전」은 조선 중기 이후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남녀 주인공의 진실한 애정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