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류교혼설화(異類交婚說話)」는 동물이 남자의 역할을 하는 이야기의 유형이 가장 많다. 이들 설화는 ‘야래자형 설화’라고도 하는데 「서동 설화」 · 「최치원 설화」 · 「노라치 설화」 · 「견훤의 출생담」 · 「창녕 조씨 시조담」 · 「채씨소(蔡氏沼)」 · 「광적사(廣積寺)의 거미」 등 많은 자료가 있다. 설화 내용은 어떤 남자가 처녀가 자는 방에 밤에 찾아와 자고 가다가 처녀가 실 꿴 바늘을 남자에게 꽂아 정체가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 남자의 정체는 용 · 구렁이 · 수달 · 지렁이 · 거북 등 대체로 물과 가까운 동물이다. 그 뒤 처녀는 잉태하여 남자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자라서 성씨의 시조나 나라를 건국하는 국조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설화는 본래 「수신 신화(水神神話)」의 한 변이 형태로서 시조의 신이한 탄생 과정을 보여 준다.
② 동물이 여성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충청남도 공주의 「곰나루 전설」이 있다. 옛날 공주 고을의 한 청년이 산에 갔다가 길을 잃고 처녀로 변한 곰과 부부가 되어 살다가 곰인 것을 알고 도망가자, 뒤따르던 곰이 금강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그 밖에 민담으로 「지네와 구렁이의 승천 다툼」, 「우렁 각시 설화」 등이 있다. 「지네와 구렁이의 승천 다툼」은 지네가 처녀로 변신하여 남자와 동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우렁 각시 설화」는 가난한 총각이 우렁이에서 나온 처녀와 혼인한다는 이야기이다.
③ 식물이 남성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삼(童蔘)」 · 「차천(車泉)의 오이」 등이 있다. 「동삼」은 충청남도 금산 지역의 전설로서, 동삼이 남자로 변하여 장자의 딸과 동침하였는데, 처녀가 실 꿴 바늘을 남자의 소매에 꽂아 그 정체를 파악하고 동삼을 캐어 먹었다는 이야기이다. 「차천의 오이」는 진각국사(眞覺國師)의 탄생담으로 전해지다. 전라남도 화순 지방에서 배 이방(裵吏房)의 딸이 '차천'이라는 우물에서 오이를 건져 먹고 잉태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이 뒷날 진각국사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류교혼의 결과는 '야래자형 설화'처럼 비범한 인물의 출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출산의 결과가 없거나 비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적대감이 나타나는 유형과 변이도 있다. 때로는 「지네와 구렁이의 승천 다툼」과 같이, 이야기의 결과가 재물 획득으로 이어진다. 이는 신화적 사고의 영향을 받은 「이류교혼설화」가 민담화되면서 인간 중심의 현세적 사고방식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류교혼설화」는 고대에 인간과 동식물을 동일시하였던 사고나 자연 및 동식물에 대한 숭앙 관념을 반영하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신화적 사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이류교혼 모티프는 고전 소설에서 주인공의 비범함을 강조하는 장치이며, 소설, 드라마, 만화 등 현대의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도 한국의 전통적 세계관과 환상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