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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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서 구술 및 전승되는 이야기의 총칭, 혹은 설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를 가리키는 개념.
내용 요약

민담(民譚, folktale)은 민간에서 구술 및 전승되는 이야기를 가리킨다. 이 개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구분된다. 하나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이 이야기 향유의 목적으로 구술 연행하는 서사물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 문학 일반을 가리키는 ‘설화’의 하위 양식 가운데 하나로 자아와 세계의 대결에서 자아의 일방적 승리가 돋보이는 부류의 이야기를 가리키는 일종의 장르 개념에 가까운 개념이다.

목차
정의
민간에서 구술 및 전승되는 이야기의 총칭, 혹은 설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를 가리키는 개념.
내용

민담(民譚, folktale)은 민간에서 구술 및 전승되는 이야기를 가리키는 개념이지만 크게 두 가지 의미로 구분된다. 하나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이 이야기 향유의 목적으로 구술 연행하는 서사물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 문학 일반을 가리키는 ‘설화(說話)’의 하위 양식 가운데 하나로 자아와 세계의 대결에서 자아의 일방적 승리가 돋보이는 부류의 이야기를 가리키는 일종의 장르 개념에 가까운 개념이다.

민담은 ‘설화’보다 더 일찍부터 활용된 용어로 민간 구술 전승의 이야기 일반을 가리키는 ‘포크테일(folktale)’의 번역어로 쓰였다. 이때 ‘포크(folk)’에 대응하는 용어가 ‘민(民)’이고 ‘테일(tale)’에 대응하는 용어가 ‘담(譚, 談)’이다. 여기서 ‘민(民, folk)’은 기층의 서민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전문적으로 훈련받거나 특정한 권위나 자격을 부여받지 않아도 연행에 참여할 수 있는 뭇 사람들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담(譚, tale)’은 운문이나 극, 판소리, 무가 등과 달리 서사적 구성을 갖춘 이야기의 형식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민’의 이야기, 곧 ‘담’이라는 점에서 ‘민담’의 텍스트는 어느 경우에나 연행과 전승을 경유한 집단 창작의 결과물이다. ‘민담’의 상호 텍스트성은 구술 연행의 통시적, 공시적 적층을 통해 형성되는데 이 적층성을 가로지르는 것은 서로 다른 전승의 지향이다. 이 서로 다른 전승의 지향 가운데 하나는 전승의 지속성을 향한 존중과 경외의 태도로 드러나고, 다른 하나는 연행 현장의 표현과 창작, 향유 의지의 발현과 이에 대한 자존으로 드러난다.

민간 구술과 전승의 이야기 일반을 가리키는 개념으로서의 ‘민담’은 식민지 시기부터 광범위하게 활용되었는데 ‘조선’을 대표하는 구술·전승 이야기의 핵심 레퍼토리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을 엮어낸 손진태(孫晉泰)『조선민담집(朝鮮民譚集)』이 이와 같은 용어 활용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1930년 일본의 향토연구사에서 간행된 이 책에는 총 15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이 가운데 신화(神話)전설(傳說)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51편, 민속 및 신앙에 관한 이야기가 34편, 우화(寓話)와 돈지(頓智)류 이야기 및 소화(笑話)가 47편, 나머지 기타 이야기가 23편 포함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이 책의 제목에 활용된 ‘민담’이 여러 다양한 양식과 형태의 서사물을 포괄하는 광의의 뜻을 품은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다양한 서사물 중에는 손진태에 의해 수집되어 기록되기 전까지 구술 연행되던 것들도 있고,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수집되어 기록된 것들도 있다. 어느 것이나 텍스트가 형성되어 유전하던 특정 시기에 구술 연행된 역사의 흔적을 갖고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 특성과 자질을 공유하고 있다.

‘민담’이 구술·전승되는 이야기 전체를 포괄하거나 구술·전승되다가 기록된 이야기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일 때, 이것은 신화, 전설, 동화(童話), 우화, 야담(野談), 야설(野說), 패설(稗說), 일화(逸話), 소화, 괴담(怪談), 기담(奇談), 잡설(雜說), 재담(才談), 육담(肉談), 음담(淫談), 마법담, 요술담, 형식담, 요정담, 귀신담, 신이담, 공포담, 동물담, 환상담 등 다양한 갈래와 양식, 주제의 이야기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활용된다.

장르 개념으로서의 ‘민담’은 1970년대 조동일에 의해 구체적으로 정리되었다. 조동일은 ‘설화’의 하위 장르를 ‘신화’, ‘전설’, ‘민담’으로 구분하고 각 장르의 개념을 전승 태도, 시공간, 증거물, 주인공과 그의 행위, 전승의 범위 등을 기준 삼아 구분하여 기술하였다. 그러나 이때의 장르 개념은 철학적 범주에서 구분된 것이어서 가장 중요한 구분의 기준은 개별 장르에 귀속되는 텍스트를 통해 구현되는 자아와 세계의 관계 양상이었다. 이 설화 삼분 체계의 장르 구분에 따르면 민담에서는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 드러나되 이 관계를 자아가 주도하고 자아의 우위 속에서 자아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때 자아와 세계는 일대일의 대등한 관계로 기술되지 않고, 세계 자체가 자아의 관점과 위치에 기반하여 인식되고 구성되는 것으로 기술된다.

따라서 장르 개념으로서의 ‘민담’에서 가장 초점화되는 것은 이야기 속 주인공의 동기와 의지, 그리고 문제 해결 역량이다. ‘민담’의 주인공은 자신 앞에 주어진 문제, 곧 자신의 동기와 의지를 가로막는 장애와 난관, 혹은 자신 앞에 던져진 시험과 도전에 대응하여 이를 극복하거나 성취한다.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극복하며 도전에 성공하는 과정이 이야기를 향유하는 이들에게 호기심과 흥미, 미학적 흥취에 대한 갈망을 유발한다. 민담은 서사 전개를 통해 세계에 대한 어떤 인식과 태도를 드러낼 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 대한 관점과 교훈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훈적 주제나 세계 인식 및 대응의 주제 없이 단순하게 이야깃거리를 즐기려는 태도를 드러내거나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유형의 민담도 존재한다.

‘민담’이 ‘신화’나 ‘전설’과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두 번째 지점은 연행 및 전승 동기에 관한 것이다. ‘신화’나 ‘전설’이 공동체를 향한 책임과 사명에 닿아 있는 동기에서 연행되거나 전승되는 데 반해 ‘민담’은 대체로 향유 지향성에 초점을 두고 연행, 전승된다. 이야기를 연행하는 이유가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들고 이야기의 흥미를 즐기고 이야기의 미학적 성취를 나누는 데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민담’은 ‘설화’의 세 가지 하위 장르 가운데 가장 문학적 성격이 강한 갈래라고 말할 수 있다.

‘민담’의 문학적 자질에 대한 연구는 보통 ‘민담’의 형식과 구조에 관한 논의나, 세계 여러 민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모티프(motif)에 대한 논의에 집중된다. 러시아 민담을 연구한 블라디미르 프로프(V.Propp, 1895~1970)는 『민담형태론』(1928)을 통해 러시아 민담 가운데 특정한 구조와 형태를 보여주는 ‘마법담’을 중심으로, 몇 가지 기능의 반복적인 결합을 통해 특수한 형태로 전승되는 이야기의 양상을 분석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특정한 결핍 상황, 예를 들어 어떤 부분의 손상과 상실, 납치나 유배 등의 분리를 통해 위기에 직면하여 거주하던 곳을 떠나게 된다. 주인공은 여정을 통해 주술적 도구를 증여하는 신이한 능력의 조력자를 만나 이후 문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선물’을 받게 되며, 새롭게 획득한 역량으로 적대적 존재를 물리친 후 귀환한다. 귀환 후 새로운 갈등과 위기에 직면한 주인공은 다시 적대적 존재와 대결하거나 누군가의 추적을 받거나 또다른 누군가와 경쟁하게 되는데,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러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프로프는 이처럼 특정 기능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민담’에서 몇 가지 기능이 탈락, 첨가되거나 역사적으로 변형되는 양상을 추적하기도 하였다. 또한 ‘민담’의 서사 전개에서 중요한 것은 기능의 숫자와 기능들의 결합 형태일 뿐 기능을 구성하는 인물이나 장소의 고유명사는 언제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정 민담에서는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또 어떤 장소에서 사건이 전개되느냐에 따라 서사 전개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프로프의 분석은 러시아 ‘마법담’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 유용한 것으로서, 일정한 한계와 의의를 동시에 드러낸다. 다만 민담이 이처럼 특정한 구조적 패턴이나 형식적 자질을 드러내는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담’의 모티프에 대한 분석은 다층적이다. 모티프는 세계적 보편성을 갖기도 하고, 지역적 차이나 통시적 특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모티프에 대한 연구는 형태 분석인 동시에 주제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적인 분포를 드러내는 민담의 모티프 중에는 유독 여러 지역의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상황의 반복과 마지막 단계에서의 문제 해결, 세 번의 중첩과 반복, 삼형제, 세 번째 존재 혹은 시도의 성공, 선물의 증여와 이에 대한 보상, 동일한 행위의 반복과 상반된 보상, 쌍둥이나 짝패의 경쟁과 갈등, 적대적 존재와의 대결과 한쪽의 일방적 승리, 서로 다른 세계로의 이동이나 교류 또는 단절, 고래 뱃속이나 동굴처럼 밀폐된 공간으로의 유폐와 탈출, 적대적 존재를 물리친 후 귀한 존재의 구출이나 보물의 획득, 정체를 감춘 존재의 정체 밝히기, 가짜와 진짜의 대결과 진짜의 구분, 변신과 변신의 좌절, 속임수를 활용한 도전과 난관의 극복 등이 이와 같은 모티프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모티프들 중에는 의인화된 동물과 식물, 증여된 물건, 죽었다 되살아나는 환생 등 좀 더 단순하고 집약적인 것들도 있다.

참고문헌

원전

『한국구비문학대계』(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개정 증보 한국구비문학대계』(2차)(한국학중앙연구원, 2008~2017)
손진태, 『조선민담집(朝鮮民譚集)』(동경: 향토연구사, 1928)
임석재, 『한국구전설화』(평민사, 1987∼1993)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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