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전설은 지역 내 실존했던 유명 인물이나 역사적 인물에 관한 전설이다. 역사적 인물에 관한 구전 이야기로, 전설의 증거물이 지역 내 실존했던 유명 인물이거나 역사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인물전설은 지역의 로컬리티(locality)에 직접적으로 결부된 문화적 매개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며 지역에서 누대째 거주해온 ‘남성 토박이’ 연행자들이 연행하는 경우가 많다. 전승 측면에서는 패설이나 야담 등 문헌에 기록된 이야기들과의 교섭 양상을 추론할 수 있게 해 주는 흔적을 지닌 자료들이 많다.
인물전설(人物傳說)은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의 문헌 텍스트에 수록된 이야기에서부터 『고려사』 등의 역사서뿐 아니라 고려 말과 조선 초의 각종 패설류 및 조선 중후기 야담 텍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헌에 수록되어 있다. 구전되는 인물전설류의 이야기들 중에는 이들 문헌에 수록되어 전승되던 이야기를 구술 연행하는 텍스트도 다수 존재한다.
과거에는 『삼국유사』 소재 신화적 서사들을 인물전설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출되기도 하였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연행 및 전승의 맥락인데, 연행 및 전승 주체가 해당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의 신성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야기의 신화적 효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유사한 패턴의 이야기가 ‘신화’로 전승될 수도 있고 ‘전설’로 전승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삼국유사』에 수록된 ‘김알지’의 서사가 신화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경외의 대상이 되거나, 종교적 의례와 연관된 맥락의 텍스트로 전승되지 않고, 경주 인근 지역에서 계림 숲에 관한 전설이나 경주 김씨 가문의 내력에 관한 전설로 연행되거나 전승될 때 해당 이야기는 인물전설의 하나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전승되는 인물전설의 본령에 해당되지 않는다.
인물전설의 대부분은 실제 연행과 전승의 배경이자 맥락에 해당하는 로컬(local, 지역) 내에서 구술 연행을 통해 전승된다. 그리고 문헌에 수록되었던 이야기들이 다시 구술 전승되기도 한다. 로컬 내에서 전승되는 이야기들은 지역이나 마을 내 토박이 남성 연행 집단에 의해 연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야기 연행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자부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연행 분위기는 진지하고 엄숙하며 때로는 논쟁적이다. 인물전설의 전승에서 해당 인물이나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마을이나 지역 공동체 내 하나의 문화적 자원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특정 인물, 혹은 그의 이야기가 '우리 마을의 이야기'라는 것을 주장하며 이 주장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는 연행 장면도 종종 목도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전설의 주인공들은 신화의 주인공들과 달리 경외와 숭배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연민과 공감, 존경과 자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물의 행적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해당 사건을 실제로 일어난 일로 믿을 수 있느냐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라기보다는 전설의 의미와 진실성을 둘러싼 연행적 논쟁에 가깝다. 이기기 위한 다툼이 아니라 다툼 자체가 하나의 연행(performance)의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한편, 문헌에 수록된 인물전설 중에는 전설보다는 ‘일화(逸話)’의 성격을 띤 것들도 많다. 예를 들어 고려 말의 여러 패설집이나 조선 초중기 패설집들, 그리고 조선 중후기 야담집에 수록된 인물 일화 중에는 특정 인물에 관한 신이한 이야기로 반복적으로 수록되는 유형의 설화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종종 구전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연행자 가운데 문헌에 수록된 이야기를 읽었거나 이야기를 읽은 어른에게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들이 다시 구술 연행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전승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지역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이야기의 내용이 조금씩 변화하면서 단편적 경험을 드러내는 '일화'에서 벗어나 점차 '전설'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인물전설은 역사적 인물에 관한 구전 이야기로, 전설의 증거물이 지역 내 실존했던 유명 인물이거나 역사적으로 알려진 인물인 이야기를 가리킨다.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는데, 인물전설은 이 가운데 ‘전설’ 유형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지시한다.
장르 개념으로서의 ‘전설’에 주목할 때, 인물전설은 서사의 핵심 캐릭터인 주인공 인물이 세계에 도전하여 비장하게 파멸하는 유형의 이야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전승의 측면에 주목할 때 ‘전설’은 ‘증거를 가진 이야기’인 동시에 ‘증거를 중심으로 연행 · 전승되는 이야기’로 의미화될 수 있는데, 인물전설은 ‘사물’이나 ‘지형’이 이야기 연행 및 전승의 근거가 되는 다른 ‘전설’과 달리 ‘인물’이 ‘전설의 증거물’이자 이야기 연행 및 전승의 구심으로 작동하는 이야기다.
인물전설의 주인공으로 선택되는 인물들은 다양하다. 단군(檀君) · 주몽(朱蒙) · 박혁거세(朴赫居世) · 김수로왕(金首露王) 등과 같이 신화적 인물이 전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원효(元曉) · 의상(義湘) · 나옹(懶翁) · 무학(無學) · 진묵(震默) 등 유명하고 덕이 높은 승려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김유신(金庾信) · 강감찬(姜邯贊) 등 이름난 장군이 전설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고,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때 활약한 장수나 평민, 이름 없는 이들이 지역 내 전설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숙종대왕이나 박문수처럼 민중들에게 친숙한 존재로 다가가 삶의 다양한 국면들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전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oo선달’, 'oo장군'처럼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지역 내에서만 알려진 인물이 전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박상지처럼 이름난 풍수에 관한 이야기가 전승되기도 하고, 신유한이나 율곡 이이 같은 이름난 문인이나 신사임당과 같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전승되기도 한다. 특별한 인연을 맺은 지방 관리와 기생의 이야기가 연행, 전승되기도 하고 백호 임제처럼 기이한 행적을 일삼았던 인물의 이야기가 전승되기도 한다.
최제우나 신돌석처럼 민중의 영웅으로 인식되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전설로 연행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인물의 이야기로 전승되는데 이런 전설의 연행과 전승에 참여한 이들은 이야기 속 비운의 영웅들에 대해 깊은 공감과 연민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부류의 이야기에서 민중의 영웅은 가까운 인물의 배신으로 죽음에 내몰리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 영웅을 스스로 맞이하고 그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민중들의 성찰적 자의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또한 언젠가 다시 이와 같은 이들이 나타날 것을 기대하는 심리가 투영된 이야기들도 있는데 이런 부류의 이야기는 진인출현설(眞人出現說)과 맞물려 미래 역사를 전망하는 민중적 역사 인식이 문화적 텍스트를 매개로 하나의 정동으로 표출되는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국에서 전승되는 인물전설 중에는 성공한 인물에 대한 경외와 숭앙보다는 실패한 인물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많다. 신라나 고려 등 패망한 나라의 마지막 왕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후백제 부흥 운동을 이끌었다가 결국 실패한 견훤과 같은 인물에 관한 이야기,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장수에 관한 이야기 등이 이와 같은 예에 해당한다. 이들 이야기 중에는 이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결핍과 한계를 보여 주는 것들도 있고 이들의 불운에 대한 안타까움과 후회의 정서를 드러내는 것들도 있다.
한편 전혀 윤리적이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것은 속임수를 통해 타고난 인지와 역량을 드러내는 트릭스터 유형 이야기의 변형이기도 하고 이른바 건달형 인물 유형으로 알려진 피카레스크형 인물의 이야기가 변주된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동강 물을 팔아 먹은 것으로 알려진 김선달 이야기나 다른 사람들을 속이거나 타인에게 장난치기를 좋아한 정만서, 방학중 등의 인물 이야기가 이에 속한다. 이들은 대체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속이기도 하고 장난을 걸기도 하는데 신분이 높지 않으나 신분이 높은 양반을 골탕 먹이기도 하는 장면을 연출하여 이야기를 향유하는 이들에게 어떤 쾌감을 자아내는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인물전설 중에는 특정 인물의 고유한 이야기로 전승되는 것들이 있고, 이미 특정한 서사적 패턴으로 전승되던 이야기에 주인공이 역사적 인물로 기입되는 형태의 이야기들이 있다. 후자의 경우 서사적 패턴은 동일하게 반복되지만 주인공 인물은 김덕령일 수도 있고 임경업일 수도 있다. 또한 동일한 인물의 이야기가 전자의 형태로 전승되기도 하고 후자의 형태로 전승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임경업에 관한 전설은 원주나 순천 지역에서만 전승되는 것들도 있고 김덕령이나 신돌석의 이야기와 유사한 패턴의 내용으로 전개되는 것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 유사한 패턴의 이야기에 기입되는 인물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은 이들 인물에 대한 연행 및 전승 집단의 해석이 일정한 유사성을 갖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덕령과 임경업 사이에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고, 나라와 임금에 충성을 다했으나,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인물이라는 전승 집단 내부의 공통적 인식이 존재한다.
인물전설은 대체로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것으로 문헌 기록에 흔적이 남아 있는 인물이나 지역 내 실존했던 것으로 회자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구술 연행되는데, 특정 지역 경계를 넘어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승되는 이야기와 특정 지역 경계 내에서 주로 전승되는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박지원이나 숙종대왕에 대한 인물전설류의 이야기는 여러 지역에서 전승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지역에 따른 변이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텍스트의 차이가 이야기 연행과 전승의 측면에서 지역적 분포를 대별하는 경계가 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임경업이나 김덕령 등의 이야기는 전국에서 연행, 전승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지만 텍스트의 차이가 지역적으로 대별되는 양상을 보여, 특정 변이 유형의 이야기가 특정 지역 공동체의 경계를 만들면서 경계 안에서 전승되는 양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데 김덕령이나 임경업처럼 전국적으로 전승되지만 지역적으로 서로 다른 변이 유형이 전승되는 양상을 보이는 이야기의 경우 특정 로컬의 정체성이 이야기의 주제에 연동되어 중요한 의미 효과를 드러낸다. 특히 이런 이야기는 지역 내 토박이 남성 연행자들에 의해 전승되는데 이런 이야기 연행에 참여할 수 있는가, 이런 부류 이야기 연행을 주도할 수 있는가 여부에 따라 마을공동체 내 위치가 드러나며, 이를 통해 공동체 커뮤니티의 경계가 설정되는 효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런 이야기의 연행에 참여한 이들 사이에 이야기 속 사건의 진실성이나 주제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물전설은 이처럼 특정 지역에서 누대째 거주해 온 ‘남성 토박이’ 연행자들의 핵심 레퍼토리를 구성하면서, 지역 로컬리티에 직접적으로 결부된 문화적 매개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