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담 ()

구비문학
개념
특정 젠더의 섹슈얼리티나 성적 결합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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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육담은 특정 젠더의 섹슈얼리티나 성적 결합에 관한 이야기다. 문헌에 기록된 소화의 하위 범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구술 연행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가운데 ‘음담패설’ 혹은 ‘우스갯소리’로 불리는 이야기들 가운데 다수가 이와 같은 부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직접적으로 성기나 성적 행위에 관한 표현을 드러내어 웃음을 유발하거나, 이런 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모자람이나 넘침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풍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정의
특정 젠더의 섹슈얼리티나 성적 결합에 관한 이야기.
전승 및 채록

육담(肉談)은 특정 젠더의 섹슈얼리티나 성적 결합에 관한 이야기다. 문헌에 기록된 소화의 하위 범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구술 연행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가운데 ‘음담패설(淫談悖說)’ 혹은 ‘우스갯소리’로 불리는 이야기들 가운데 다수가 이와 같은 부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직접적으로 성기나 성적 행위에 관한 표현을 드러내어 웃음을 유발하거나, 이런 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모자람이나 넘침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풍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육담’에 속하는 이야기가 수록된 문헌 자료로는 조선시대 성현(成俔)『용재총화(慵齋叢話)』, 유몽인(柳夢寅)『어우야담(於于野譚)』, 이수광(李睟光)『지봉유설(芝峰類說)』, 어숙권(魚叔權)『패관잡기(稗官雜記)』, 이육(李陸)의 『청파극담(靑坡劇談)』, 서거정(徐居正)『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강희맹(姜希孟)『촌담해이(村談解頤)』, 홍만종(洪萬宗)『명엽지해(蓂葉志諧)』, 송세림(宋世琳)『어면순(禦眠楯)』, 성여학(成汝學)『속어면순(續禦眠楯)』, 장한종(張漢宗)의 『어수신화(禦睡新話)』, 편자 미상의 『파수록(破睡錄)』 · 『기문(奇聞)』 · 『성수패설(醒睡稗說)』 · 『진담록(陳談錄)』 · 『교수잡사(攪睡襍史)』 등이 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이 가운데 11가지 책을 엮어 총 789편의 이야기를 수록한 『고금소총(古今笑叢)』을 간행(刊行)했는데 이 가운데 30% 이상이 ‘육담’에 해당한다.

이 중 ‘육담’이 가장 많이 실린 자료로는 『어면순』 · 『속어면순』 · 『촌담해이』 · 『기문』 등이 있다. 『어수신화』 · 『진담록』 · 『교수잡사』 · 『성수패설』 등의 자료에 수록된 이야기 가운데 3분의 1 내지는 3분의 2의 분량이 ‘육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머지 자료에는 몇몇 자료가 ‘육담’의 성격을 띠고 있을 뿐이다.

구전(口傳)으로 전해지다 기록된 자료로는 손진태(孫晋泰)『조선민담집(朝鮮民譚集)』에 수록된 자료 몇 편과 정대일(丁大一, 가명)이 경상북도 달성군에서 조사한 자료를 일본어로 번역해 간행한 『속지해(續志諧)』에 수록된 자료들이 있다. 후자의 자료는 홍만종의 『명엽지해』와 합본(合本)하여 1932년에 ‘명엽지해’(삼문사)라는 이름으로 간행되었는데, 조선의 ‘육담’을 소개하는 성격이 강한 책이다.

그밖에 다수의 이야기가 1980년대 이후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한국학중앙연구원)와 이 자료의 증보편(2010년대 이후), 그리고 임석재(任晳宰)의 『한국구전설화(韓國口傳說話)』(평민사)에 수록되어 있다. 또한 개인 연구자나 조사자가 현지 조사(現地調査)하여 정리한 자료집에도 다수의 ‘육담’이 수록되어 있다.

구술 연행되는 ‘육담’은 ‘남성’ 연행자와 ‘여성’ 연행자가 함께 연행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체로 ‘남성’ 동성 집단 내에서의 연행이나 ‘여성’ 동성 집단 내에서의 연행 자료에서 발견된다. 연행과 전승(傳承)의 목적은 다른 ‘ 전설(傳說)’ 부류의 이야기와 달리 집단의 향유(享有)와 즐거움, 그리고 웃음에 있다. 대체로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 · 장면들을 웃음거리로 즐기는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야기를 향유하고 전승한다.

내용

‘육담’은 일반적으로 이야기의 형태로 연행, 전승되지만 일부 수수께끼 형태를 띤 것들도 있다. 수수께끼형 ‘육담’은 화자가 청자에게 질문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이는 서사적(敍事的) 흥취(興趣)를 더하기 위한 수사적 질문(修辭的質問)으로서, 답변을 통한 정보 습득이나 인지적(認知的) 이해를 목표로 한 질문이 아니다. 이런 유형의 ‘육담’은 질문을 통해 연행에 참여한 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끌어내고 이를 통해 연행 대상을 확장해 나간다. 또, 이야기 안에 수수께끼형 문답(問答)이 들어간 형태의 것들도 있고 시조(時調)의 형태를 띤 것들도 있다. 아래 정철(鄭澈)과 진옥(眞玉)이 주고받은 문답은 시조의 형태로 전승된다.( 『근화악부(槿花樂府)』)

예) 옥이 옥이라커늘 번옥(燔玉)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분명하다 내게 살송곳이 있으니 뚤어볼까 하노라

철(鐵)이 철이라커늘 섭철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鄭澈) 일시 분명하다 내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 볼까 하노라

아래와 같이 일종의 말장난, ‘언어유희(言語遊戲)’ 형태들의 대화를 내포(內包)한 이야기도 있다. 특히 아래 현대의 구전 서사에 포함된 것은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를 이용한 언어유희라고 할 수 있다. 위 시조에도 ‘진옥’과 ‘정철’라는 같은 소리 말을 다르게 해석한 데서 비롯된 웃음의 모티프가 있는데 아래 예에서도 이와 같은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예) 다정한 암수 두 마리 말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암말이 죽고 말았다. 상심한 수말이 슬픈 표정으로 길을 걷고 있었는데, 저 앞에서 걸어오던 다른 수말이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냐고 슬픈 표정의 수말에게 물었다. 슬픈 표정으로 힘없이 걷던 수말이 “할 말이 없어.”라고 말하곤 지나쳐 갔다. 계속 길을 가다 보니 저 앞에 말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그때 길을 가던 수말이 “할 말이 많군.”이라고 말했다. 또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정말 예쁜 암말 한 마리가 있었다. 그러자 이 수말이 “아까 한 말은 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육담’은 장르에 따라 ‘신화적(神話的) 육담(성기 이야기 · 성교 이야기)’, ‘전설적(傳說的) 육담(지명 이야기 · 성씨 이야기)’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소재나 주제, 혹은 표현 방식에 따라 ‘본격적 육담(성기 이야기 · 성교 이야기 · 수음(手淫) 이야기 · 구음(口淫)한 이야기 · 수간(獸姦)한 이야기 · 수성(獸性) 본 이야기 · 교미(交尾) 본 이야기)’, ‘부차적(副次的) 육담(수화(受禍) 이야기 · 착음(錯音) 이야기 · 동음이의 육담 · 이상 발음 육담 · 격언(格言) 이야기 · 수수께끼 이야기 · 씨름말 이야기)’, ‘우화적(寓話的) 육담(야수(野獸) 이야기 · 비금(飛禽) 이야기 · 어구(魚龜) 이야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또, 성적인 관계가 어떤 사회적 관계에 기초하고 있는가, 혹은 어떤 목적과 내용으로 육담이 구성되어 있는가에 따라 ‘부부 관련담’ · ‘사돈 교체담’ · ‘성교육담’ · ‘남녀 성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 등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구전되거나 문헌에 기록된 ‘육담’은 주제에 따라 대체로 섹슈얼리티와 연관된 몸과 신체 장기에 관한 이야기, 성적 행위의 구체적 장면에 관한 이야기, 성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 성적 농담에 관한 이야기, 성적 욕망과 행위가 금기시(禁忌視)된 특수한 관계에서 성적 행위와 욕망에 관한 이야기, 성적 욕망과 역량이 지나치거나 모자란 사람에 관한 이야기, 성적 행위와 욕망에 관한 규범을 벗어나 있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위반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 성적 욕망과 행위에 대해 무지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육담’에서는 성적 욕망과 행위 역량이 ‘남성성(男性性)’을 규범적(規範的)으로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의 전제하에 이 부분에서 넘치거나 모자란 ‘남성’ 캐릭터로 ‘중(스님)’이나 ‘장님’ · ‘바보’ 등이 종종 등장한다. 이에 관한 다음과 같은 예들이 있다.

예) 중이 길에서 여인을 만났다. 중은 여인에게 성욕(性慾)을 느꼈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여인의 뒤를 쫓던 중은 “네 어찌 방귀를 뀌느냐?” 하고 여인을 꾸짖었다. 여인은 발끈하여 중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중이 재차 꾸짖었으나 여인은 수그러들지 않고 대들었다. 그때 중이 “마침 저기 부처님이 계시니, 우리 같이 가서 시비를 가리자.”라고 하였다. 여인도 그러자고 하여 함께 그리로 갔다. 중이 부도(浮屠) 앞의 으슥한 곳에 이르러 강제로 여인과 성관계하였다[極淫]. 함께 돌아오는 길에 여인이 중을 돌아보고 “스님, 방귀 한 번 더 뀔까요?”라고 말했다. 중이 웃으며 갔다.

『속어면순』에 ‘여청재비(女請再屁)’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위 이야기에서 중의 행동은 일방적인 성적 폭력에 가깝다. 그러나 이야기의 말미(末尾)에 이르러 이 성적 폭력은 상대 ‘여성’도 ‘함께 즐긴 일’로 그려진다. 문헌에 수록되거나 구전되는 ‘육담’ 중에는 이처럼 성적 폭력을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정당화(正當化)하거나 신화화(神話化)하는 이야기들이 다수 존재한다.

의의 및 평가

‘육담’에 속하는 이야기들에서 넘치거나 모자란 욕망과 역량을 드러내는 ‘남성’들은 ‘남성성’의 규범과 경계를 넘어선 존재들로 그려진다. 성적 욕망이 무엇인지, 성적 행위가 무엇인지 모르는 바보 신랑이나 어린 신랑, 혹은 금지되어 있으나 과도한 욕망을 드러내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중, 앞이 보이지 않아 더욱 욕망을 느끼는 것으로 그려지는 장님, 욕망이 넘치지만, 이를 실행하는 능력이 부족한 중이나 장님 등은 한편으로 조롱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 과도한 남성성을 보여 주는 캐릭터들로 미화(美化)된다. 이들 이야기에 등장하는 성적 행위는 대체로 일방적인 폭력으로 등장하고 ‘여성’은 극도로 대상화(對象化)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이야기는 이런 폭력을 ‘농담’과 ‘우스갯소리’로 소화하면서 이런 폭력에 대해 질문하거나 비판하는 통로를 차단한다.

이는 대체로 동성 ‘남성’ 집단 내에서 연행되거나 전승되는 이야기, 조선시대 사대부(士大夫) 남성들 사이에 향유하던 ‘육담’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경향이다. ‘여성’ 동성 집단 내에서 이와 같은 ‘육담’이 연행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문헌으로 전승되는 예를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구술로 연행하는 이야기에서는 고령의 ‘여성’으로 형성된 연행 집단 내에서 향유 지향적인 태도로 ‘육담’을 연행하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연행의 경우 간혹 ‘남성’ 중심적 시각에 동화(同化)된 채 성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복화술(腹話術)처럼 반복하는 장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밖의 다수의 ‘여성’ 동성 집단 내 연행에서 ‘육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은 ‘여성’ 섹슈얼리티나 성적 욕망 및 행위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 준다.

이런 연행에 참여한 이들은 ‘육담’ 부류의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연행하며 연행 상황 자체를 즐기는 태도를 드러낸다. 이런 부류 이야기에서 ‘여성’의 몸이나 성적 욕망, 성적 행위에 참여하는 ‘여성’의 태도 등이 매우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때 ‘여성’ 섹슈얼리티는 긍정될 뿐 아니라 억압을 벗어나는 자유와 해방의 맥락 위에서 성적 욕망의 문제가 과감하게 표현된다. 이런 이야기의 연행에서 ‘남성’의 신체나 성적 욕망 등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기도 하고, 때론 어떤 기괴(奇怪)함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는 단순히 ‘여성 우위’의 상황을 보여 준다기보다는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기존의 규범과 관습을 벗어나려는 지향을 드러내는 것에 가깝다. 연행에 참여한 ‘여성’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를 연행할 때 보여 주는 ‘웃음의 코드’는 내밀(內密)한 것이어서 관찰자가 이 코드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연행에 참여하여 관찰자의 위치에 서 보면, 단순히 연행에 참여한 ‘여성’들이 결속(結束)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 문화 코드를 중심으로 특정 젠더의 정체성(正體性)이 행해지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임석재, 『한국구전설화』 1~12(평민사, 1987~1993)
『한국민속문학사전』 설화편 1~2(국립민속박물관, 2012)

단행본

김선풍 외, 『한국 육담의 세계관』(국학자료원, 1997)

논문

강성숙, 「15세기 文獻 笑話 硏究」(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4)
김준형, 「『覺睡錄』에 나타난 性과 그 의미 」(『국어국문학』 40, 국어국문학회, 2005)
이지환, 「문헌 육담의 성 경제와 남근자본주의 비판-「어면순」, 「속어면순」을 중심으로-」(『한국고전연구』 46, 한국고전연구학회, 2019)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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