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감호 설화 ( )

구비문학
작품
『삼국유사』에 수록된 김현과 호랑이 처녀 사이의 사랑과 이별, 죽음에 관한 설화.
이칭
이칭
호랑이 처녀, 호원, 논호수
작품/문학
간행 연도
1512년(삼국유사 정덕본)
작가
일연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김현감호 설화」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김현과 호랑이 처녀 사이의 사랑과 이별, 죽음에 관한 설화이다. 김현과 호랑이 처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다 결국 호랑이 처녀의 죽음과 희생으로 김현이 신분 상승을 이루는 내용이다. 이 설화는 두 편의 이야기가 연달아 이어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는 김현과 호랑이 처녀 사이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중국 문헌에 실려 전하는 '신도징'과 호랑이 여인 사이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정의
『삼국유사』에 수록된 김현과 호랑이 처녀 사이의 사랑과 이별, 죽음에 관한 설화.
전승 및 채록

「김현감호 설화(金現感虎 說話)」는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수록된 작품 외에도 다수의 이야기 각편이 문헌에 실려 전한다. 또, 경주시 월성 인근 지역에서 상당수의 구전 이야기가 채록된 바 있고, 경주시 인근 지역 외에도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다른 지역에서 한두 편의 각편이 채록된 바 있다.

문헌에 실려 전하는 「김현감호 설화」는 그 내용이 대체로 대동소이한데, 가장 먼저 언급할 작품은 고려 말 최자(崔滋, 1188~1260)『보한집(補閑集)』에 수록된 「호승(虎僧)」이다. 이 작품은 『삼국유사』에 수록된 「김현감호(金現感虎)」 이야기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핵심 사건의 의미와 캐릭터의 성격, 주제가 지향하는 바 등이 어느 정도 일치하여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스님이 연등회에 갔다가 호랑이 소년을 만나 그의 집에 갔는데 소년의 할머니에게 걱정을 듣고 소년의 형인 두 호랑이의 공격을 피해 몸을 숨겼다. 이웃 절의 주지스님이 호랑이를 징벌하려 하자 소년이 나서 형들의 죄를 대신하여 희생할 것을 말하고 자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스님에게 요청하여 약속한 장소에서 자신을 죽여 달라 하였다. 소년은 죽은 후 인간으로 환생하여 찾아갈 테니 머리를 깎고 중이 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말을 남기고 스님이 지니고 있던 창으로 스스로를 찔러 자결하였다. 15년 뒤 스님이 인간으로 환생한 소년을 만나 중이 되게 하였다. 이 호승은 나중에 일엄사(日嚴寺)의 법사가 되었으며 그 법력이 대단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밖의 문헌에 실려 전하는 것은 『삼국유사』에 수록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김현감호」는 『수이전(殊異傳)』 일문으로 알려져 있다. 출전을 『수이전』으로 밝힌 다수의 자료가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16세기 문헌인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제15권에 「호원(虎願)」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것과 17세기 문헌인 『동경잡기(東京雜記)』에 「논호수(論虎藪)」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것이 있다.

구술 연행으로 전승되는 「김현감호 설화」 자료 중에는 탑돌이를 하거나 절에 간 한 남성이 호랑이 처녀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이후에 호랑이 처녀의 자기 희생으로 출세를 하게 된다는 기본 플롯을 공유하는 각편이 상당수 존재한다. 호랑이 처녀를 만나는 인물이나 만남의 장소가 달라지거나 만남의 과정에서 다른 구전 이야기의 화소(motif)들이 끼어들기는 해도 핵심 사건의 전개 과정은 대체로 유사한 방식으로 구술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유형에서는 스님이 호랑이 소년을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변형되기도 한다.

문헌에 채록되기 이전에 구전하던 이야기가 있었던 것인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반대로 문헌에 수록된 이야기가 다시 구술 연행된 것으로 파악할 만한 자료들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으로 변신한 호랑이가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만들고 불가피하게 헤어지는 내용의 이야기는 문헌에 수록되기 이전부터 구전되어 왔을 가능성이 높다.

내용

「김현감호 설화」는 두 편의 이야기가 연달아 이어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는 김현과 호랑이 처녀 사이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중국 문헌에 실려 전하는 신도징(申屠澄)과 호랑이 여인 사이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전자는 김현과 만나 정을 통한 호랑이 처녀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자신의 희생을 통해 가족을 구하고 김현의 욕망을 이루게 만든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후자는 신도징의 일방적인 태도에 화가 난 호랑이 여인이 자신의 가죽을 찾아 뒤집어쓰고 숲으로 돌아가 버린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국유사』 권5 「효선편(孝善篇)」 ‘김현감호(金現感虎)’ 조에 수록된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라 풍속에 매년 2월이 되면 8일부터 15일까지 연 8일 동안 서울 안 남녀가 모여 복을 빌기 위해 흥륜사(興輪寺)의 전각과 탑(塔)을 도는 복회(福會)가 있었다. 원성왕 때 화랑 김현이 복회에 참석했다가 염불을 하며 따라 도는 한 처녀를 만나 서로 감정이 통하게 되었다. 김현이 탑돌이를 마친 후 으슥한 곳으로 처녀를 이끌고 가서 관계를 맺었는데 처녀가 돌아가려 하자 김현이 뒤를 따랐다. 처녀가 거절하였으나 김현이 억지로 따라갔다.

산기슭에 있는 처녀의 초막에 가니 한 노파가 처녀에게 따라온 이가 누구냐 묻자 처녀가 사실대로 말하였다. 노파가 좋은 일이지만 없는 일인 것만 못하다 말하고 처녀의 오빠와 아우가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하며 화랑을 안에 숨겨 주었다. 잠시 후 처녀의 남형제인 세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 냄새를 맡고 으르렁거리며 김현을 찾았다. 노파와 처녀가 사람의 존재를 부인하며 세 호랑이를 나무라자 하늘에서 소리를 쳐 말하길, "세 호랑이가 즐겨 사람의 생명을 많이 해치므로 한 마리를 죽여 악행을 징계하겠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세 호랑이가 매우 근심하자 처녀가 세 호랑이가 멀리 떠나 회개한다면 자신이 그 벌을 대신 받겠다 하였다. 이에 세 호랑이가 좋아하며 멀리 달아났다.

처녀가 김현에게 말하길, “나는 비록 그대와 유(類)가 다르지만 이미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이제 내가 집안의 재앙을 막기 위하여 대신 죽고자 하는데,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 것보다는 그대의 칼에 죽어 은덕에 보답하고자 한다. 내일 내가 저잣거리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면 대왕이 반드시 후한 보상을 내걸어 나를 잡을 사람을 뽑을 것이니, 이때 낭군이 겁내지 말고 나를 쫓아오면 내가 그대에게 잡히겠다.” 하였다.

김현은 서로 다른 존재가 인연을 맺은 것이 정상이 아닌 일이지만 인연이 맺어진 것 또한 귀한 일이라 처녀의 죽음을 대가로 벼슬을 얻을 수 없다며 거절하였으나, 처녀가 이는 자신의 소원이라며 거듭 김현을 설득하였다. 처녀는 젊은 나이에 죽는 것은 자신의 천명일 뿐인데 이는 자신이 바라는 바이며, 자신이 죽음으로써 김현과 자신의 집안과 나라에 복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다만 자신이 죽은 뒤에 절을 세우고 불경을 읊어 좋은 과보를 만들어 달라 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 울며 이별하였다.

다음날 성 안에 사나운 호랑이가 날뛰어 감당할 수 없었는데 원성왕이 호랑이를 잡는 자에게 벼슬을 주겠다 하자 김현이 대궐로 들어가 자신이 호랑이를 잡겠다 하였다. 왕이 그에게 벼슬을 먼저 내려 격려하자 김현이 칼 한 자루를 쥐고 숲에 들어갔다. 호랑이가 처녀로 변하여 반갑게 웃으며 말하길, 자신을 죽인 후 호랑이에게 공격받아 몸이 상한 사람들에게 흥륜사의 간장을 바르고 그 절의 나팔소리를 듣게 하면 나을 것이라 하였다. 호랑이 처녀가 김현이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자신의 손으로 목을 찔러 쓰러지니 곧 호랑이가 되었다. 김현이 숲을 나와 호랑이를 잡았다 말하고 호랑이에게 공격 받아 몸이 상한 사람들도 모두 치료하였다. 지금도 호랑이에게 몸이 상한 사람은 이 방법을 써서 몸을 고친다고 한다.

이 일로 벼슬에 오른 김현은 호랑이 처녀를 애도하기 위해 호원사(虎願寺)라는 절을 지었으며 항상 「범망경」(梵網經)이라는 불경을 읊어 호랑이 처녀의 명복을 빌고 그녀에게 은혜를 갚고자 하였다. 김현이 죽을 때 이 일을 기록으로 남겨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며 그 기록을 「논호림(論虎林)」이라고 한다.

『삼국유사』에는 「김현감호」 이야기에 뒤이어 곧바로 ‘신도징’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신도징(申屠澄)’ 이야기는 원래 중국 문헌인 『태평광기(太平廣記)』에 실려 있던 것인데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따로 출전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중국 당나라에 살던 신도징이 야인으로서 한주(漢州) 지방 현위(縣尉)에 임명되어 부임지로 가다가 진부현(眞符縣)에 이르러 눈보라와 추위를 만났다. 이를 피해 어느 초막에 가니 늙은 영감 부부와 처녀가 살고 있었다. 처녀는 열네댓 살 되었는데 차림새는 허술하지만 살결이 곱고 얼굴과 몸가짐이 아름다웠다. 신도징은 그 집에서 하루를 머물며 늙은 주인 부부에게 후한 대접을 받았는데, 처녀의 아름답고 얌전한 자태에 반해 혼인을 맺기를 청하였다. 늙은 주인이 허락하여 부부의 연을 맺은 후 처녀를 말에 태워 부임지로 돌아갔다.

부임지에 이르니 봉록은 매우 적었으나 그의 아내가 살림을 잘 꾸려나가 모두 행복해 하였다. 나중에 1남 1녀 자식을 얻었는데 아이들이 매우 총명하여 신도징이 더욱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하였다. 신도징이 이런 마음을 담아 아내에게 시를 지어 바쳤으나 아내는 별다른 반응을 보여 주지 않았다. 신도징이 벼슬을 그만두고 살림을 정리하여 본가로 돌아가려 하자 비로소 그의 아내가 신도징에게 화답하는 시를 지어 주었는데 그 시에 자신의 고향 산림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 시를 받은 후 신도징과 그의 아내가 함께 옛날 아내의 집을 찾아가니 사람의 흔적은 없고 벽에 범가죽만 걸려 있었다. 아내가 이를 보고 웃으며 가죽을 입으니 곧 호랑이로 변하여 으르렁거리고 할퀴기 시작하였다. 아내는 결국 호랑이로 변하여 문을 박차고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신도징이 두 아이를 데리고 그녀가 간 길을 찾아 산림을 바라보며 며칠을 소리쳐 울었으나 끝내 간 곳을 알지 못했다.

의의 및 평가

일연은 ‘김현감호’의 이야기와 ‘신도징’의 이야기를 잇따라 서술하고, 호랑이 처녀의 숭고한 희생을 칭송하는 한편 신도징 아내의 매정함을 비난하였다. 과거에는 ‘김현감호’ 이야기 속 호랑이 처녀의 희생을 사랑의 숭고한 가치를 드러내는 행동으로 의미화하고, ‘김현감호’를 서로 다른 존재라는 한계를 극복한 사랑의 서사로 숭앙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젠더 비평의 관점에서 ‘김현감호’의 호랑이 처녀가 자신의 존재 속성이나 자기 세계를 부정한 채 오로지 김현의 세계만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그를 위해 희생한 것을 남성지배적 세계에 대한 동화와 순응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반대로 신도징의 아내는 자기 세계를 여전히 긍정하는 또다른 자존을 보여준 것으로 의미화하기도 한다.

1990년대 초반에는 『금오신화(金鰲新話)』 이전에 서술된 서사 작품들 가운데 『금오신화』에 수록된 작품의 서사적 완성도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삼국유사』와 『수이전』 일문에 다수 수록되어 있는 것에 주목하여 『금오신화』 이전에 이미 새로운 형태의 서사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가고 있ᅌᅥᆻ건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논쟁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작품 가운데 하나가 「김현감호」였다. 「김현감호」는 『삼국유사』에 수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수이전』 일문에 포함된 작품이며, 사건 전개가 역동적이며 인물 형상이 입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현감호」의 전기적(傳奇的) 성격에 주목하여 어떤 이들은 이를 전기(傳奇), 혹은 전기소설(傳奇小說)로 명명하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원전

『삼국유사(三國遺事)』
李昉撰, 『太平廣記』(臺灣 新興書局)

단행본

임재해, 『설화작품의 현장론적 분석』(지식산업사, 1991)

논문

김경미, 「가부장적 서사 장치의 강화, <김현감호>의 플롯 연구」(『한국고전연구』 45, 한국고전연구학회, 2019)
김종대, 「'김현감호'에 나타난 虎女의 상징에 대한 의미와 재해석」(『어문논집』 70, 중앙어문학회, 2017)
송효섭, 「'김현감호'의 환상적 주제」(『국어국문학』 95, 국어국문학회, 1986)
엄기영, 「'김현감호'와 '최치원'에서의 기이(奇異)의 형상화 양상과 차별적 시선」(『일본학연구』 47, 일본연구소, 2016)
관련 미디어 (3)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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