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 처 설화 ( )

구비문학
작품
백제인 도미의 아내가 강제로 자신과 성관계를 맺으려는 왕의 위력을 벗어나 도망친 내용의 설화.
이칭
이칭
관탈미녀설화
작품/문학
편찬 연도
1145년
작가
김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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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도미 처 설화」는 백제인 도미의 아내가 강제로 자신과 성관계를 맺으려는 왕의 위력을 벗어나 도망친 내용의 이야기다. 고려가요 가운데 「예성강」이라는 노래에 얽힌 이야기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사회적 신분이 높은 이가 위계적 권력의 차이를 이용하여 신분 낮은 이의 아내를 강제로 취하려 했다가 좌절하는 내용의 이야기 유형이라는 데 주목하여 관탈민녀형 설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의
백제인 도미의 아내가 강제로 자신과 성관계를 맺으려는 왕의 위력을 벗어나 도망친 내용의 설화.
전승 및 채록

「도미 처 설화」는 백제인 도미(都彌)의 아내가 강제로 자신과 성관계를 맺으려는 왕의 위력을 벗어나 도망친 내용의 이야기다. 고려가요(高麗歌謠) 가운데 「예성강(禮成江)」이라는 노래에 얽힌 이야기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사회적 신분이 높은 이가 위계적 권력의 차이를 이용하여 신분 낮은 이의 아내를 강제로 취하려 했다가 좌절하는 내용의 이야기 유형이라는 데 주목하여 관탈민녀형 설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구전(口傳)하는 이야기 중에는 도미의 처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 않으나, 이른바 '관탈민녀형'으로 분류될 만한 이야기는 여러 편 채록(採錄)된 바 있다. 이들 이야기에서는 사회적 권력과 위치상 차이가 나는 두 남성이 신분 낮은 이의 아내를 두고 내기를 하고, 이 과정에서 신분 높은 이가 신분 낮은 이의 아내를 강제로 취하려 하는 성적 폭력이 일어나는 것이 서사의 핵심 사건으로 등장한다. 성적 폭력을 자행한 신분 높은 이는 주로 왕이나 지방의 벼슬아치로 등장하는데, 신분 높은 이의 의지가 관철(貫徹)되어 폭력이 저질러지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고, 여성이 슬기와 지혜로 위기에 잘 대응하여 폭력에서 벗어나는 내용으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문헌에 기록된 이야기 중에, 가사는 전해지지 않고 제목과 이야기에 얽힌 내력(來歷)만 전해지는 고려가요(高麗歌謠) 「예성강」 관련 설화가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노래에 관한 기록은 『고려사』 권71 「악지(樂誌)」 속악조(俗樂條)에 전하고, 같은 내용이 축약되어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권106 「악고(樂考)」 17에도 수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둑을 잘 두는 당나라 상인 하두강(賀頭綱)이 예성강에 왔다가 미모의 부인을 보고, 부인의 남편과 내기 바둑을 두어 그 여성을 빼앗아 배에 실어 갔다. 아내를 잃은 남편이 한에 젖어 부른 노래가「예성강」인데, 남편이 부른 노래와 부인이 부른 노래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하두강은 부인이 몸을 단단하게 매어 버린 까닭에 끝내 그녀를 범할 수 없었었다. 그리고 떠나간 배 역시 바다 가운데서 뱅뱅 돌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 점을 쳤더니, 부인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점괘가 나왔다. 이에 하두강은 결국 부인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평안북도와 함경도에서 전승되는 「일월놀이푸념」「돈전풀이」 · 「궁상이굿」 등 의례(儀禮) 관련 서사에서 도미의 처 이야기와 유사한 형태의 서사 유형이 발견되며, 경상남도 의령군 지정면에서 전승되는 서사민요(敍事民謠) 「내기장기 노래」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발견된다. 이들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사건은 ①아내를 두고 남편이 내기를 벌이는 것, 그리고 ②지위가 높거나 속임수를 쓴 인물이 다른 사람의 아내를 가로채려 하지만 끝내 아내가 슬기롭게 빠져나와 위기를 모면하고 남편의 지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서사 유형을 보여 주는 이야기가 일본에서도 전승된다고 연구된 바 있다.

내용

『삼국사기(三國史記)』 권48 「열전(列傳)」 제8에 실린 도미 처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백제 개루왕(蓋婁王)은 도미의 아내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의리와 절행(節行)이 높다는 말을 듣고 이를 의심한다. 그러자 도미는 자신의 아내가 죽더라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 단언하였다. 이에 개루왕이 도미 처의 정절(貞節)을 시험하고자 도미를 궁에 머물게 하고, 도미 처에게 의복과 사람을 보내 “너의 아름다움을 듣고 도미와 내기를 하였다. 너를 불러 궁인을 삼을 것이니 이제 네 몸은 나의 소유다.”라는 말을 전하게 하였다. 개루왕이 도미의 처를 취하려 하자, 도미의 처는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명령이라 옷을 고쳐 입고 뒤따라 들어갈 터이니 왕께서 먼저 방에 들어가 계시라.”라고 말하고, 계집종을 자신의 모습처럼 꾸민 후 자신 대신 개루왕의 수청(守廳)을 들게 하였다.

후에 개루왕은 속았음을 알고 화를 내며, 도미의 두 눈을 멀게 하고 사람을 시켜서 강에 배를 띄워 보냈다. 그리고 개루왕은 도미의 부인을 데려다 성관계를 강제로 맺으려 했다. 그러나 도미의 처는 월경(月經)을 핑계 삼아 다른 날 모시겠다고 말한 후 도망쳤다. 도미의 처는 도망치다가 강어귀에 이르렀는데, 강을 건너갈 수 없어 하늘을 부르며 통곡했다. 그때 홀연히 배 한 척이 도미의 처 앞으로 왔다. 도미의 처는 그 배를 타고 가 천성도(泉城島)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남편을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풀뿌리를 캐 먹다가, 함께 작은 배를 타고 고구려 산산(䔉山)으로 갔다. 고구려 사람들이 도미 부부에게 옷과 음식을 주었다. 도미 부부는 가난하게 살다가 객지(客地)에서 일생을 마쳤다.

의의 및 평가

이 유형의 설화는 왕이나 지위 높은 인물이 이미 혼인하였거나 정인(情人)이 있는 여성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권력을 내세워 그녀를 강제로 취하려고 하지만 여성의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으로 여성 스스로가 성적 폭력의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에 이 유형의 이야기를 관탈민녀형 설화라고 명명하고, 도미의 처를 열녀(烈女)나 정절의 화신(化身)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연구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서사의 핵심 사건에 성적 폭력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고, 이 폭력이 두 남성 사이의 내기에서 시작되며, 여성은 자신의 노력, 특히 월경 등을 내세워 위기를 모면한다. 이러한 점에서 젠더 비평 관점에서 볼 때, 이 유형의 설화를 단순히 열녀설화(烈女說話)로만 치부할 수 없는 다층적인 주제의 겹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 유형의 서사에서 성적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의 위계(位階)에 따른 차이이다. 동시에 강제적인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여성의 몸인데 반해, 이와 같은 갈등이 일어나는 계기는 남성 동성 집단 안에서 생긴다.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할 때, 「도미 처 이야기」는 성적 폭력을 둘러싼 장면의 원형을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이야기는 특히 왕이 주도하는 반규범적 · 반사회적 행위가 그려지고 이와 같은 시도가 좌절된다는 점에서, ‘왕이나 우두머리에 의한 의도적 질서의 교란과 이에 대해 징계하는 폭력’이라는 인류학(人類學)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설화로 인식되기도 한다. 몇몇 굿과 의례 · 서사민요 · 고려가요 등에서 이와 유사한 모티프나 서사적 유형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의 전승 지평을 좀 더 넓게 보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참고문헌

원전

『삼국사기(三國史記)』

단행본

최래옥, 「관탈민녀형설화」(『성산장덕순화갑기념논총』, 동화출판사, 1982)

논문

강진옥, 「열녀전승의 역사적 전개를 통해 본 여성적 대응양상과 그 의미」(『여성학논집』 12, 이화여대 여성학연구소, 1995)
김영숙, 「영사악부의 「薛氏女」, 「都彌妻」傳의 受容 · 傳承 양상」(『퇴계학과 유교문화』 34, 퇴계학연구소, 2004)
정제호, 「『삼국사기』소재 「도미설화」의 구비 전승과 변이에 대한 연구 -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인문논총』 72-2,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2005)
최운식, 「충남 지역 인물 전설의 전승 양상과 활용 방안」 (『한국민속학』 38, 한국민속학회, 2003)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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