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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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편을 위하여 정절을 지키는 내용의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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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열녀설화는 여자가 남편을 위하여 정절을 지키는 내용의 설화이다. 삼국시대에는 남녀 관계를 대등하게 다루며 자연스러운 인간적 정감을 드러내고 있으나, 고려시대 외적의 침입에 항거하는 여인들을 거쳐 조선 후기 가부장제가 강화된 시기에는 경직된 이념적 열녀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다. 열녀의 비인간적인 측면이 강화되자 이부열녀, 열불열녀, 가짜열녀, 헛열녀 설화 등이 담론화되며 열녀의 의미와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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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여자가 남편을 위하여 정절을 지키는 내용의 설화.
내용

반드시 정절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있어야 하며, 장애를 극복하거나 극복하지 못하는 과정이 흥미로워야만 설화다운 요건을 구비한다. 열녀설화는 효행설화와 함께 유교적인 덕목을 실행한 것을 기리고 권장하기 위해서 일찍부터 문헌에 올라 자료가 적지 않다. 그런데 구전되는 열녀설화는 주인공 행실의 교훈적인 의미보다는 살아가면서 생기는 고난이나 음모를 다루는 데 더 역점을 두었기에 내용이 단순하지 않다. 정절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장애는 양쪽에서 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열녀설화의 주제는 복합적이되, 구전 설화의 경우에는 정절 그 자체까지 문제시하고 있는 점이 서로 다르다.

미천한 인물이라도 열녀로서의 행실이 뛰어나면 찾아내 기록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삼국사기』 열전(列傳)에 「도미(都彌)의 아내 이야기」를 실었다. 이것은 열녀설화의 첫 예이면서, 후대의 여러 자료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 도미의 아내는 갖은 술책을 물리치고 개루왕의 유혹을 물리치고 남편을 위하여 정절을 지켰다 하는데, 이러한 설정은 이른바 관탈민녀형(官奪民女型)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다.

또,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씨녀(薛氏女)가 자신을 사랑하여 희생한 가실(嘉實)을 기다려 마침내 혼약을 이루었다는 데에서는 장애가 부모 때문에 생겼다. 『고려사』 열전에는 열녀편(烈女篇)을 따로 두어 더 많은 설화를 수록하였는데, 대부분 외적의 침입으로 여성이 겁탈을 당하게 되자 자결을 하였다는 내용이어서 외적에 항거하는 의지를 함께 나타냈다.

지리지 · 읍지 등에 효행설화와 함께 실려 있는 열녀설화의 자료는 아주 많으나 내용은 단순한 편이다. 『고려사』 열전에서와 같은 유형이 계속 나타나는 한편, 첫날밤에 호랑이에게 물려 간 남편을 살리거나 남편의 병을 낫게 하느라고 불가능한 일을 하였다는 것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구전되는 열녀설화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고 유형에 따라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남편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비상을 먹었다든지 하는 것은 문헌에 오른 간단한 예와 상통하면서 앞뒤에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다. 정성이 지극해서 남편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먹고 살 방도까지 차렸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흥미로운 구조를 갖추지는 않아서 인기가 없다.

민담으로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관탈민녀형이다. 「춘향전(春香傳)」 등의 소설도 그런 설화의 소설화라 할 수 있지만, 구전되는 유형은 더욱 소박하면서 뜻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우렁이색시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우렁이에서 나온 아내를 고을 원에게 빼앗긴 총각의 슬픔이 더 강조되고, 아내가 열녀로서 행동한 측면은 약화되어 있다. 남녀 관계를 대등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구전되는 열녀설화에는 열녀 여부가 분명한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많다. 「이부열녀(二夫烈女) 설화」는 목적으로 보면 열녀인데 수단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남편이 관가에 잡혔을 때 남편을 석방시켜 주면 자기 몸을 허락하겠다는 것이 그 한 예이다. 또는 남편이 병이 들어 아이를 삶아 먹어야 낫는다고 하자, 다른 남자와 관계해서 낳은 아이를 제공하고 자기는 자살하였다는 참혹한 이야기도 있다. 여기에서는 목적과 결과에서의 열녀 행실이 수단의 부당함을 합리화할 수 없는 파탄이 개재되어 있다.

자식을 희생시켜 효행을 한다는 이야기는 흔해도 같은 방식이 열녀설화에는 적용되지 않는데, 부모가 남편보다는 월등하게 소중하다고 전제하거나 부부는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열불열녀 설화(烈不烈女說話)」는 친구나 이웃의 아내를 빼앗기 위해 그를 몰래 죽인 남자가 여인과 혼인하게 되었지만, 우연히 이를 알게 된 여인이 전남편의 원수를 갚고자 현 남편을 살해하는 이야기이다. 전남편에게는 열녀이지만 현 남편에게는 불열이라는 이야기로 문헌과 구비에서 전승되고 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열녀가 되는 과정에서 비인간적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거짓으로 열녀를 만들어 내는 「가짜열녀 설화」, 아내의 정절을 시험해서 죽게 하는 「헛열녀 설화」가 등장하기도 한다.

좁은 의미에서의 정절은 아내가 남편을 위하여 자기 정조를 지키는 것을 뜻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남편을 위한 행위도 함께 고려한다면 열녀설화의 외연이 넓어질 수 있다. 남편이 첫날밤에 피살되었는데, 그 혐의가 신부에게 돌아갔다는 것을 서두로 삼은 이야기가 거기에 해당한다. 쫓겨난 신부는 갖은 고난을 겪은 끝에 마침내 남편이 계모 때문에 그렇게 된 내막을 밝혀내고 남편의 머리를 찾아 안장을 하였다 한다. 그 뒤 개가하지 않고 후처를 처단한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니, 그 점에서는 좁은 의미에서의 열녀 행실까지 갖추었다.

아내가 남편을 위하여 복수를 한 이야기는 모두 이와 상통하되, 복수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아내가 남편에게 소박을 맞아 원한을 품었다는 설화도 적지 않은데, 효행설화의 경우에는 그러한 대응형이 없다.

참고문헌

원전

『고려사』
김부식, 『삼국사기』
일연, 『삼국유사』

단행본

손진태, 『조선민족설화의 연구』(을유문화사, 1947)
최래옥, 「관탈민녀형(官奪民女型) 설화의 연구」(『장덕순선생화갑기념한국고전산문연구(張德順先生華甲紀念韓國古典散文硏究)』, 동화문화사, 1981)
한국고전여성문학회 편, 『조선시대 열녀담론』(월인, 2002)

논문

강진옥, 「열녀전승의 역사적 전개를 통해 본 여성적 대응양상과 그 의미」(『여성학논집』 12,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1995)
이인경, 「구비 '열'설화 연구」(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0)
집필자
홍나래(성공회대학교 학술연구교수,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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