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민요 ()

구비문학
개념
특정한 인물과 사건에 의한 이야기 줄거리를 갖춘 민요.
이칭
이칭
서사요(敍事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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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서사민요는 특정한 인물과 사건에 의한 이야기를 갖춘 민요이다. 주로 여성들이 길쌈을 하거나 밭을 매면서 부른다. 내용 전개에 따라 비극적 서사민요와 희극적 서사민요로 나눌 수 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극적 서사민요는 삶의 고난을 해결하려다가 좌절하는 공통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이 된 며느리」, 「쌍가락지 노래」, 「진주낭군」 등이 대표적이다. 희극적 서사민요는 남녀 관계를 주로 다루되 윤리적 관습을 서슴없이 파괴하는 내용으로, 「조리장수 노래」, 「범벅 타령」, 「중타령」 등이 좋은 예이다.

정의
특정한 인물과 사건에 의한 이야기 줄거리를 갖춘 민요.
개념

서사민요는 특정한 인물과 사건에 의한 이야기를 갖춘 민요이다.

특징

서사민요는 서사무가(敍事巫歌) · 판소리와 함께 구비서사시를 이루면서, 몇 가지 특징에서 다른 둘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민요의 구연자가 다 그렇듯이, 서사민요를 부르는 사람은 무당이나 광대 같은 전문인이 아니다. 일하거나 놀면서 서로 어울리는 동안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서사민요는 서사무가나 판소리에 비하여 비교적 단형(短型)이며,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을 적절한 짜임새를 갖추어 나타낸다.

기능

서사민요는 서사시이지만 반드시 삼인칭 시점에서 전개되지 않고, 노래 부르는 사람이 주인공의 심정을 직접 토로하기도 한다. 서정적인 수법이 적지 않게 사용되어, 어느 한 부분만 들으면 서정 민요(抒情民謠)와 비슷하다. 서사민요는 남녀 구별이 없이 부를 수 있지만,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주로 길쌈을 할 때 많이 부르는데, 특히 함께 모여서 삼 삼기를 할 때 큰 구실을 한다. 그외에도 밭을 매거나 여러 가지 집안일을 하면서 두루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삼 삼기나 밭매기 같이 여성들이 주로 하는 노동은 동작이 격렬하지 않는 대신에 오래 계속해야 하는 지루한 작업이므로 짧은 민요보다는 긴 민요가 어울린다. 긴 민요는 서사민요라야 장황한 느낌을 주지 않고 전편이 긴장된 짜임새를 갖출 수 있다.

분류

서사민요는 여성이기에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을 하소연하며 비탄에 잠기거나, 그런 데서 벗어나는 파격적인 상상을 하고자 해서 두 가지 성격의 서사민요를 발전시켰다. 비탄에 잠기는 것은 비극적 서사민요라 하고, 파탈(擺脫)을 상상하는 것은 희극적 서사민요라 할 수 있다.

둘 중에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극적 서사민요는 삶의 고난을 해결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공통적인 구조로 삼는다. 해결에 이른다 해도 사실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역설적인 해결에 지나지 않는다.

내용

비극적 서사민요의 대표적인 예로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하여 중이 되었다는 「중이 된 며느리(중노래)」를 들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서 시부모를 섬기기 어렵고 일이 고되어서 견딜 수 없는데, 살림 도구를 파괴하는 실수마저 저질러 도저히 살 수 없는 고난이 서두에 제시된다. 그래서 중이 되어 떠나가는 것으로 해결책을 삼았으나, 새로운 고난에 부딪힐 따름이다. 친정에 가서 동냥을 하니, 어머니와 올케가 알아보지 못한다. 아무리해도 여자이기에 겪어야 하는 가혹한 시련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남편 때문에 고난을 겪는다는 유형도 몇 가지 있다. 과거를 보러 간 남편이 죽어서 칠성판에 누워서 돌아왔다는 「베틀 노래」는 비교적 단순한 내용이다. 남편이 첩을 두어, 첩을 죽이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고 칼을 갈아 찾아가서는, 첩이 공손하게 나오는 것을 보니 마음이 누그러지고 같은 여자로서의 동정심도 생겨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첩노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진주낭군」은 고생하며 기다리던 남편이 첩을 데려와 즐거워하는 데 대한 항변으로 자살을 택하고 남편은 뒤늦게 후회하였지만 소용이 없다는 내용이다.

남녀 관계를 다룬 유형도 몇 가지 있다. 오빠가 누이를 모함하여 누이 방에서 남자 소리가 난다는 말에 대한 항변으로 누이가 자살을 한다는 「쌍가락지 노래」는 비극으로 바로 치닫는다. 그런가 하면 아끼고 자랑하던 댕기를 낯선 남자가 주워서 자기와 혼약을 하면 돌려주겠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댕기 노래’ 유형은 여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는 상황을 조성하지만 파탄에 이르지는 않는다. '이사원네 맏딸애기'라고 일컫는 유형은 이와는 반대로 처녀가 총각을 유혹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저주하여 죽게 하고, 총각은 처녀를 무덤 속으로 끌어들여 후세에서는 사랑을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비극적 결말이 반전(反轉)의 의미를 가진다.

희극적 서사민요는 남녀 관계를 주로 다루되 윤리적 관습을 서슴없이 부수어 버리는 파격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영해영덕 소금장수」 또는 「강원도 금강산 조리장수」라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홀어미를 모시고 사는 효자가 뜨내기 장수를 어머니 방에서 자고 가게 하였더니, 어머니가 그 사람을 잊지 못하여 밤낮 노래를 부르더라고 구연된다. 「중타령」은 중이 여자에게 유혹되어 중 노릇을 그만두고 살림을 차린다는 내용인데, 탈춤에서의 노장 파계과장과 상통하는 바 있다.

표현 및 형식

서사민요의 형식은 4음보가 연속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연(聯) 구분은 없다. 그러면서 상황이 급박할 때는 4음보가 2음보나 3음보로 줄어들 수 있고, 늘어진 분위기에서 자세한 서술을 하고자 할 때는 4음보로 음보수 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구비시가가 길게 이어지면서 장면에 따르는 변화까지 갖출 수 있게 하는 기본 방법이다. 노래 부르지 않고 말로 하는 대목은 노래말을 잊었을 때나 나타난다. 서사무가나 판소리에 비한다면 율격적인 형식이 단순하다.

기본 줄거리는 유형마다 구조적인 관계에 따라서, 고정되어 있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구체적인 내용은 사람에 따라서 또는 노래 부를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달라지는 말도 공식적 표현에 의하여 마련된다. 작품의 전개를 결정 짓는 수법은 공식적 표현을 이룬다고 한다면, 부분적인 윤색을 담당하는 것은 관용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죽자 하니 청춘이요, 살자 하니 고생이라”, “한숨은 쉬어서 동남풍이 되었구나” 등이 관용적 표현의 예이다. 공식적 표현이나 관용적 표현이 있기 때문에 전승되는 노래말을 기억하기 쉽고, 즉석에서 지어 보태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의의 및 평가

비극적 서사민요와 희극적 서사민요가 나누어져 있다는 것은 유형이나 작품의 전체적인 성향에 따른 구분일 따름이고, 문체까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노래 부르는 사람이 절박한 상황에서 슬픔에 빠져 들어가기만 하는 것 같은 비극적 서사민요에서도 웃음으로 슬픔을 차단하고 주인공에 대해서 비판적인 거리를 가지게 하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 있다.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면서 시어머니는 “시금시금 시어마님”이라 한다. 시집살이를 하지 못하고 중이 되어 머리를 깎는 장면에서 “두 귀태기 깎고 나니 팔월이라 원두밭에 돌수박이 되었구나”라고 하며, 그런 모습을 여유 있게 바라보게 한다.

희극적 서사민요는 절박한 상황을 재미있고 가소로운 듯이 다루기 때문에 방향이 달라진 것이다. 서사민요는 부르는 사람들이 드러나지 않은 자리에서 자기 마음을 털어놓거나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 창작하고 전승하는 것이었고, 청중을 상대로 한 공연물로 채택된 것이 없다. 다만, 본남편이 나타나자 샛서방을 궤짝에다 가두어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범벅타령」 같은 것은 잡가에도 있지만, 비슷한 예를 더 찾기 어렵다.

그래서 서사민요는 인식되고 평가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자취를 감추게 되는 위기를 맞이하였다. 길쌈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직접적인 타격이고, 일차적으로는 잡가, 이차적으로는 대중가요가 농촌 깊숙이까지 침투하자 전승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대시가 기존의 서정시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이야기를 갖춘 짧은 서사시를 개척하고자 하는 경우는, 그 직접적인 선례를 서사민요에서 찾아 마땅하다.

참고문헌

단행본

서영숙, 『시집살이노래 연연구』(도서출판 박이정, 1996)
서영숙, 『한국 서사민요의 날실과 씨실』(도서출판 역락, 2009)
서영숙, 『한국 서사민요의 짜임과 스밈』(도서출판 역락, 2018)
조동일, 『서사민요연구』(계명대학교출판부,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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